과반값 못하는 배신자, 열린우리당 해체하라

[고태진 칼럼] 내년 2월? 그땐 도깨비 방망이라도 떨어지나

등록 2004.12.31 00:40수정 2004.12.31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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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2005년에도 국가보안법이란 괴물과 같이 살아가야 되는가?

열린우리당 천정배,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12월 30일 밤 김원기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원내대표 회담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과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다루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안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총에서 반대를 결의하고 31일 새벽 2시20분 현재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어 상황은 유동적이다. 그러나 향후 어떻게 상황이 진전되든 열린우리당 대표가 국보법 연내 폐기를 염원하는 국민들을 배신하고 '국보법 내년 2월 처리'를 합의해준 점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열린우리당 정말 실망이다. 국가보안법은 단순히 일개 법안의 차원이 아니다. 국가보안법은 모든 구악들을 대변해왔다. 국가보안법을 없애지 않고는 감히 개혁을 입에 올릴 수 없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수차에 걸쳐 연내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국보법 폐지에 굳건한 의지를 보였다면 한나라당의 방해에도 그 뜻을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가보안법을 폐지않고서는 개혁을 말할 수 없다

50석도 안되는 당을 국민들이 개혁 좀 제대로 하라고 과반수 여당으로 만들어줬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국민들의 개혁에 대한 기대를 무산시켰다.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추운 겨울 칼바람 속에서 국보법 폐지를 염원하며 단식에 나선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자신의 몸을 던져서라도 열린우리당을 각성시켜 수구세력들의 방해에 맞서 야만적인 국보법을 없애달라는 것이 아니었던가?

이제껏 열린우리당이 해놓은 개혁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열린우리당은 국회 과반수를 얻고도 실용주의니 상생이니 합의니 하며 수구세력의 환심을 사기에 급급해왔다. 국가보안법도 노 대통령이 박물관으로 보내자고 말을 하고 나서야 허겁지겁 폐지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결국 열린우리당은 과감한 개혁보다 수구세력과의 야합을 택했다.

한나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색깔론 공격을 위해 동료의원에게 '간첩으로 암약'하고 있다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은 배알도 없나? 어떻게 이런 정당과 국보법 문제를 합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내년 2월 임시국회에 처리한다고 했던가? 내년 2월에는 하늘에서 도깨비 방망이라도 하나 떨어지나? 내년에는 국보법 폐지를 염원하는 단식농성단도 없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자도 얼마나 남아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지금까지 열린우리당이 지지자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과감하게 개혁을 추진하는 모습이 아니라 지레 겁먹고 움츠리고 몸을 사리는 모습들뿐이었다. 도대체 뭘 보고 열린우리당을 지지해야 한단 말인가?

내년 2월에는 도깨비 방망이라도 떨어지나?

이럴 바엔 열린우리당 당장 해체하라. 확실하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사람들만 모여 새로 당을 만들어라. 잡탕 정당 만들어 과반수 여당이 되어도 제대로 하는 것 하나 없을 바엔 차라리 국민들 헷갈리게 하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이제 천상 이 불쌍한 국민들이 나서는 길밖에 없는 듯이 보인다. 박정희의 유신독재를 끝낸 것도, 전두환에게서 직선제를 쟁취한 것도, 대통령을 탄핵에서 구해낸 것도 모두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이 이루어 낸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참 복도 없다. 무얼 하나 정치인들에게 믿고 맡길 수가 없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 국민들의 과분한 지지를 받을 자격이 없다. 국민이 만들어준 국회 과반수를 스스로 허물고 있다.

가장 욕을 먹어야 할 사람은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 대표와 이부영 의장, 김원기 국회의장인 것 같다. 천정배 대표는 국보법폐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한나라당의 '깽판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부영 의장도 마찬가지다. 산이 높으면 돌아가야 한다며 미리부터 김을 빼놓았다. 김원기 의장은 긴 역사적 안목보다는 자신의 명예로운 정치 생활 마감을 더 중요시하는 듯 하다.

아! 하지만 아무리 욕을 한다하더라도 지금껏 오랫동안 추운 날씨에 단식까지 해가면서 국보법 폐지를 온 몸으로 주장해 왔던 사람들의 결실 없는 노고와 깊은 실망을 어떻게 지켜보아야 한단 말인가? 최소한 이들을 봐서라도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방해를 뚫고 국보법 폐지를 이루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보여줬어야 했다. 도무지 이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잠못드는 이 밤은 '시일야방성대욕'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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