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퇴임후 일은 국민이 선택
세계적 규모의 오페라하우스 짓겠다"

[인터뷰] '문화시장' 되고픈 이명박 서울시장

등록 2004.12.31 00:58수정 2005.01.0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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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포항울산 지역판 창간기념 이명박 서울시장 인터뷰가 30일 오전 서울시청 접견실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올 한해 국내외적으로 다사다난했다. 국내적으로는 대통령 탄핵 파동, 수도이전을 둘러싼 논란, 그리고 개혁입법 제정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국외적으로는 이라크 전쟁과 미국 대선, 그리고 최근 동남아 일대를 강타한 지진과 해일 피해로 수 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연말 지구촌을 슬픔에 빠지게 했다.

남한 인구의 4분의 1이 둥지를 틀고 사는 서울시도 올 한 해 크고 작은 일들로 분주했다. 신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싸고 몸살을 겪었으며, 청계천 복원사업,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놓고도 초창기 논란이 없지 않았다. 특히 그런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이명박 서울시장은 '서울시 봉헌발언'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오마이뉴스>는 2004년을 하루 남겨둔 30일 오전 서울시 행정의 수장인 이명박 시장을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만나 올 한 해를 보내는 소감과 새해 서울시정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이 시장은 올 한 해 가장 기억에 남고 또 보람된 일로 서울시 교통체계개편을 꼽았으며, 반면 가장 힘들었던 일로는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싸고 발생한 지역갈등을 들었다.


"강남북 중간지점에 세계적 규모의 오페라하우스-콘서트홀 만들 계획"

이명박 시장은 "새해에는 '문화시장'이 되고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시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소득 2만불·3만불이 문제가 아니라 문화국가가 돼야 하는데, 아직 우리에겐 내세울만한 문화상품 하나가 없다"고 진단하고 "강남북 중간지점에 세계적 규모의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홀을 건립, 문화도시의 상징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그 계획을 "원래는 새해 상반기 중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이 자리에서 소개한다"면서 그렇게 밝혔다.

인터뷰 당일에도 여야간에 설전을 벌인 국보법 폐지 논쟁과 관련, 이 시장은 "한나라당 소속으로서 (폐지)반대 입장이긴 마찬가지이나 실효가 없는 조항은 바꾸거나 악용 가능성이 있는 조항은 대폭 수정돼야 마땅하다"고 밝히고 "다만 북핵문제 등이 남아 있는 이 시점에서 올 연말까지 폐기해야 한다고 방침을 잡은 것은 세련되지 못한 국가경영"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의 경제 불황과 관련, 전문경영인 출신인 이 시장은 "어떤 정부도 어려운 경제상황을 일시에 반전시킬 방법은 없어 내년에도 우리 경제가 확 좋아진다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제하고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고 있는 사람들이 여유있게 쓸 수 있도록 일관된 정책을 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시장은 특히 정부가 단기 경기부양책을 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김대중 정부 때 경기부양을 위해 카드를 무한정 풀어 결국 카드대란이 오고 신용불량자가 대량 발생했다"면서 "현 정권이 그런 편법의 부양책은 쓰지 않으면서 버티는 것은 어찌 보면 경제원리의 원칙을 지켜보려는 자세 같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서울시 봉헌발언'으로 설화를 겪은 바 있는 이 시장은 "선출직이든 비선출직이든 공직자도 개인의 종교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하고 "다만 기관장이 자기의 종교를 중심으로 편견을 가지고 타 종교에 피해를 주거나 영향을 끼쳐선 안된다"며 자신의 '서울시 봉헌발언'이 적절하지 못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단임 정신'으로 현 직분에 충실... 그 다음은 국민이 선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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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나라당의 차기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거명되고 있는 이 시장은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시장은 "아직 임기가 1년반이 남았는데 정치적 스케줄보다는 '단임 정신'으로 현재 직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시장에서 물러난 뒤의 일은 그 때 가서 정치현실, 국민의 기대 등을 참고해서 결정할 일이자 국민이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이해찬 총리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2007년 대선에서 여당이 이길 수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이 시장은 "나는 별다른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면서 "뭔가 부족한 게 있으면 좀 세게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자신이 있으면 숨기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12월초 창간준비호를 선보인 <오마이뉴스 포항·울산>의 2005년 1월 중순 창간을 기념해 마련됐다. 포항 출신인 이 시장과의 인터뷰는 예정된 한 시간을 훌쩍 넘겨 두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다음은 이 시장과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 대통령 탄핵사태, 총선, 수도이전 위헌 판결 등 실로 올 한해는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1천만 서울시의 수장으로서 올 한 해를 보내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일과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이었나.
"보람 있었다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한 것이 결과적으로 보람있고 또 가슴아픈 일이기도 하다. 얼마 전 한 일간지 기자가 월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서울시의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관련한 자신의 보도를 반성하는 글을 썼다는 얘길 들었다. 수 십년간 관습화 돼있던 서울시내 버스체계를 하루 아침에 바꾸는데 시민입장에서 불편이 없을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완벽하게 한다고는 했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미비한 점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런 불편에 대한 지적은 받아들일 수 있는데 이를 정치적 공격재료로 활용하는 데는 사실 마음이 안타까왔다.

두어달 전 영국 하원의원 7명이 서울시의 교통체계를 벤치마킹하러 왔었다. 일행 가운데 위원장은 70대 할머니였는데 거의 내가 알고 있는 정도로 서울시의 교통사정을 훤히 꿰뚫을 정도로 공부를 하고 왔더라.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가운데는 그런 분이 드물다. 모두 신문에 난 것만 보고 와서 비판만 해대는 것이 보통이다.

안타까운 일 하나를 덧붙인다면, 수도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충청도민과 서울시민간의 갈등을 둘 수 있다. 그러잖아도 우리사회에 갈등이 많은데 갈등을 새로 하나 더 보탠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재의 위헌 판결로 이 시장의 입지가 강화됐다는 주장이 있는데.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그리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 아니라 어떤 서울시장이라도 수도를 이전한다는데 반대하지 않겠느냐. 다시말해 내 정치적 입장과는 별개로 누가 서울시장이었더라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서울시장이 아니라 충청도 지사를 하고 있었다고 해도 수도이전은 반대를 했을 것이다. 오히려 충청도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대안을 고민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충청도민이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고 본다."

"수도이전 반대집회 지원한 건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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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 수도이전 논란 와중에 이전반대를 위해 서울시가 이른바 '관제데모'를 주도했다는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그 진상을 밝힌다면.
"국정감사 때도 그런 말이 나왔었는데, 나는 '관제데모'라는 용어가 맞지 않다고 본다. 나에게 정식으로 (관제데모를) 요청했더라도 나도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시민이 반대하는 일이니 내가 도움을 줬을 것이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시청 공무원들 역시 시장이 (수도 이전을) 반대하고 있으니 (반대 데모에) 도움을 주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예민한 정치문제 같았으면 (공무원이) 가담하면 안되지만 수도이전에 대해서 서울시청 공무원으로서 가만히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제 관제데모는 사라졌다. 노무현 대통령을 돕기 위해 광화문에 사람들이 대거 모였다고 해도 그걸 관제데모라고 믿는 사람들은 이제 없듯이 서울시가 관제데모를 했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 이른바 '4대 개혁입법' 문제로 여야가 2004년 끝자락에서까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보법 폐지를 놓고도 국론이 분열돼 있는 데 이에 대한 견해는?
"나도 한나라당 소속으로 반대 입장이긴 마찬가지다. 나 자신이 대학시절 국보법으로 5년 형을 받았던 사람으로서 그 땐 국보법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국보법이 상당수 효력을 상실했다. 즉 과거처럼 보안법으로 탄압받던 시절은 지났다고 본다.

모든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본다. 국보법은 언젠가는 폐기돼야할 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시점이라면 실효가 없는 조항은 바꾸거나 악용 가능성이 있는 조항은 대폭 수정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북핵문제 등이 남아있는 이 시점에서 2004년 12월 31까지 없애야 한다고 타깃을 잡는 것은 세련되지 못한 국가경영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남북문제가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국보법을 폐지하자는 여론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 청계천 복원사업이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안다. 현재 공정이 어느 정도 진척됐나.
"일주일에 한번씩 체크하는데 오늘 시점에서 공정의 86%가 진척됐다. 공사는 내년 5월이면 사실상 끝난다. 준공은 내년 10월 1일로 잡고 있다. 준공까지는 4~5개월 여유가 있는데, 그 사이에 여름철 홍수, 태풍 등을 경험하게 된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니고 문화공사다. 즉 청계천 복원사업 자체가 문화사업이라 할 수 있으므로 그런 측면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완벽하게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 당초 예상보다 큰 잡음 없이 진행됐다. 무난하게 공사를 진행시키기 까지는 어려움도 적지 않았을 텐데.
"청계천 주변 상인과 노점상들의 협력과 교통 불편을 감수해 준 서울시민들의 도움이 복원공사 성공의 60·70%를 차지한다고 본다. 실지 공사는 20·30% 비중 밖에 안된다. 더러 공사기간이 짧은 것을 두고 막 밀어붙이는 게 아니냐며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전체 복원구간(6킬로미터)을 3등분 해서 2킬로씩 맡아 공사하는 데는 2년이면 충분하다. 중국의 만리장성도 시발점부터 공사를 해나간 게 아니라 구역을 나눠서 진행해 생각보다는 단기간에 끝낼 수 있었다.

외국사람들은 청계천 복원사업을 공사기간을 문제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어떻게 그런 발상을 했는지, 사회갈등을 어찌 해소했는지에 대해 더 관심이 많다. 토목공사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프랑스의 모 기관에서는 청계천 공사가 완공된 후 새로 형성된 '바람(風)의 길'이 서울의 기온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또 서울사람들의 심성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지, 그런 것을 연구한다고 들었다. 세계는 또다른 차원에서 청계천 복원사업을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관심을 인터넷신문이 주목해봤으면 한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닌 문화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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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 서울시 대중교통체제 개편으로 시행초기에 큰 혼란이 없지 않았다. 현재는 어떤 상황이며, 어떤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 하나.
"처음에는 새로운 교통체계에 대해 시민들 불편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새 체계는 우선 외곽에서 도심으로 들어오는 속도가 빨라졌고, 지하철처럼 정시에 출발하고 도착하므로 정확도가 높아졌다. 이는 IT기술이 교통체계에 접목돼 성공을 거둔 결과다. 사령탑에서는 서울시내 1만여 대의 버스를 지켜보면서 속도와 앞뒤 차간의 배차거리를 조정해주고 있다. 또 일반승객들이 핸드폰으로 버스 정보를 볼 수도 있다. 이러다보니 나이드신 분들보다는 젊은이들의 호응이 높은 편이다. 대학생들은 새 교통체계를 극찬하더라.

새 교통체계는 '준 공영제'가 핵심이다. 과거 버스회사들이 가지고 있던 버스노선을 모두 걷어서 공영화 시켰다. 과거 역대 시장 모두 이를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기득권을 포기한 버스사업자들의 도움이 컸다. 엄밀히 말해 준 공영제는 시장경제 원리와는 맞지 않는다. 그러나 대중교통이 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공익경영 방침을 세운 것이다. 이를 위해 교통전문가, 시민단체, 서울시 등이 합동으로 계획을 세우고 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진행했다."

- 시청 앞 광장을 잔디밭으로 개조한 것을 두고 정치 집회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정치집회를 막으려면 잔디광장을 원래 그대로 뒀을 것이다. 도로에 차가 다니면 도리어 집회를 못할 것 아닌가. 현 시점에서 시청 앞 정치집회는 이 시대의 산물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대규모 정치집회는 더는 없을 것으로 본다. 만약 (집회가) 있다면 문화적이고 환경적인 형태가 될 것이다. 그런 형태라면 잔디밭이 나쁘지 않다. 훼손된 잔디는 교체하면 된다. 결과적으로 잔디로 교체한 것은 잘 한 것이다."

- 서울시의 도시개발정책 가운데 하나인 '뉴타운 정책'이 서울 과밀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의 과밀화는 서울시민의 안락한 생활과 국토 균형발전의 걸림돌이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이 뭐라고 생각하나.
"뉴타운 정책을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뉴타운은 기존 재개발 방식과는 다르다. 즉 재개발을 할 경우 고층아파트를 세워 500세대가 살던 곳에 1000세대가 들어서게 된다. 그렇게 되면 도로도 복잡해지고 집중화가 가중된다. 그러나 뉴타운은 넓은 타운을 형성하면서도 거기 살던 세대수보다 종전보다 더 늘어나지 않는다. 종전 세입자는 임대아파트(20~40평 규모)를 이용토록 한다. 결과적으로 거주자들에게 공간을 더 많이 늘려주는 21세기형 타운을 만들자는 것이다. 집중과는 관계가 없다.

뉴타운 추진 과정에서 강북의 못사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면서 재산가치를 올려주고 있다. 그래서 그린벨트 내 무허가건물에 대해서는 그린벨트를 해제한 후 보상을 해줬다. 다만 주민 가운데는 그린벨트가 아닌 곳에 대해서도 무리하게 보상을 요구해 더러 주민 반발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개발의 경우 거주민의 70~80%가 살던 곳에서 떠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뉴타운의 경우 원 거주민과 세입자들이 거기 그대로 살 수 있게 한다. 나는 강북 달동네에도 살아본 경험이 있어 이 사안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개인 종교활동 존중돼야 하나 기관장의 종교 편향은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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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 일전에 '서울시 봉헌 발언'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최근에는 포항시장이 종교편향 언행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종교문제에 대한 선출직 공무원의 중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중요한 지적이다. 선출직이든 비선출직이든 관계없이 각자의 종교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관장들이 모여서 자기들끼리 신앙생활하는 것도 보호받아야 한다. 다만 기관장이 자기의 종교를 중심으로 편견을 가지고 타 종교에 피해를 주거나 영향을 끼쳐선 안된다. 나는 기독교인이지만 성철스님의 글을 읽고 아주 훌륭한 분이라고 존경해 왔다. 간디도 힌두교도지만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다. 진정한 종교인은 타종교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일전에 장충체육관에서 대학생 8000명이 모여 퇴폐문화 추방을 위한 행사를 가진 바 있다. 그 자리에 초청을 받고 가서 퇴폐문화를 추방하자, 서울시의 발전을 기원하자, 이런 연설을 하면서 찬송과 기도를 드렸다. 당시 주최측에서 만든 내용을 읽었는데 그 속에 서울시를 봉헌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고 그게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은 봉헌한다는 얘기가 반 생활화돼 있다. 이런 얘기를 공식행사에서 했다면 문제겠지만 그날 행사는 새벽 5시에 개인자격으로 참석했었다."

- 최근 여의도에서 정치부 기자들을 만나 "생각은 온건보수지만 행동은 진보개혁적이다"고 얘기한 것으로 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자신의 진보개혁적인 면모라고 할 수 있나.
"서울시장 부임 후 내겐 원칙이 하나 있었다. 2년동안은 의도적으로 정치인과 정치부 기자를 안만나겠다고 했다. 얼마 전 정치부 기자들이 한 해도 다 가고 하니 한번 만나달라고 요청이 와서 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아마 그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애기가 나온 김에 옛날 얘기 하나 하겠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해직기자를 (내가 운영하는 회사에) 고용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청와대에서 자르라고 하더라. 그러나 끝내 못자른다고 버텼다. 그 후 언젠가 청와대 모임에 갔더니 노 대통령이 '이명박 회장은 아직도 운동권 학생 기분을 가지고 있느냐'고 하더라. 그러더니 나중에 좌석배치가 달라지더라. 그래도 끝내 그를 해임시키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이라고 해서 직업을 못 가질 이유가 없고, 새 분야에 와서 잘 적응한다면 그게 무슨 문제인가라고 생각했다."

- 한국사회의 보수-진보 논쟁을 어떻게 보고 있나.
"진보-보수로 집단을 가르는 것은 굉장히 유치한 것이다. 이제 그런 것이 큰 힘을 발휘할 시대가 아니다. 그리고 진보와 보수는 융합될 수 있다. 진보도 어느 부분은 보수적 측면이 있고, 반대로 보수도 어느 부분은 진보적인 면이 있다. 그런데 그걸 왜 굳이 가르느냐. 얼마전 대학생들과 토론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 학생이 나를 많이 연구했다고 하면서 뉴타운, 청계천 복원, 대중교통체계 개편 등은 매우 진보적인데 내가 한나라당 소속이어서 보수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하더라. 상당히 예리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사회엔 진보적 성향의 보수도 있고, 보수적 성향의 진보도 있다. 우리사회가 성숙하려면 이제 그런 것을 뛰어넘어야 한다."

"이 총리 '대선 발언' 특별한 의미 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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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 최근 이해찬 총리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2007년 대선에서 여당이 이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어떻게 받아들이나.
"나는 별다른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뭔가 부족한 게 있으면 좀 세게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자신이 있으면 숨기는 경향이 있다. 리더는 조직을 끌고 나가려면 용기와 희망을 제시한다. 요즘 열린우리당이나 여권에 대한 여론이 좀 나쁘다고 해서 '우리당 왜 이러냐, 이러다간 정권잡기 어렵다'고 말하는 리더는 틀렸다. 리더는 늘 '우리는 틀림없이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총리의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서울시장에 취임한 지 벌써 2년 반이 지났고, 임기가 1년 반 밖에 남지 않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이 시장을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의 한 사람으로 거명하고 있는데, 임기 후에 대한 거취를 표명한다면?
"그렇게 묻지 말고 서울시장 마치고 다시 할 거냐고 물어야하는 것 아닌가?(웃음). 전임 고건 시장 때는 부정부패 비리 없애는데 중점뒀는데 나는 환경, 문화 분야를 중시해왔다. 내가 길을 잘 닦아 놓으면 그 다음 시장이 거기서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본다.

임기를 마치면 2006년 7월이 된다. 나는 정치적 스케줄보다는 '단임 정신'으로 현재에 최선을 다하면서 부담없이 일하고 있다. 시장에서 물러난 뒤의 일은 그 때 가서 정치현실, 국민의 기대 등을 참고해서 결정할 일이다. 옛날처럼 조직을 가지고 정치하던 시절은 지났다. 이런 점에서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고 이런 변화가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시·도지사들은 임기 중에는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 다음은 국민이 선택할 문제다."

- 새해 서울시의 중점시책은 무엇인가. 한 해를 보내는 서울시민에게 인사를 한다면?
"남은 임기동안에는 문화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나중에 '문화시장'이었다는 말을 듣고 싶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소득 2만불·3만불이 문제가 아니라 결국은 문화국가가 돼야 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에겐 내세울만한 문화상품 하나가 없다. 원래는 새해 상반기 중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이 자리에서 소개하자면, 세계적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홀을 강남북 중간지점에 세워 문화도시의 상징으로 만들겠다. 임기중에 이같은 문화인프라를 구축할 생각이다.

한해가 가면 시장은 의례적인 인사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올해 나는 진정으로 고마운 인사를 건네고 싶다. 청계천 주변의 중소상인들은 하루에 차가 20만대가 줄어 장사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참아줬다. 그 분들께 참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서울시청의 어느 공무원은 평생 일한 것보다 나와 함께 2년간 일한 것이 더 많다고 하는 얘길 들었는데 공직자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새해에도 더 열심히 일하도록 하겠다."

- 오늘 인터뷰는 <오마이뉴스 포항-울산> 창간을 계기로 마련했다. 포항출신으로서 포항시민들에게 새해 인사를 한마디 해달라.
"포항-대구간 고속도로가 개통돼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 경제가 어렵지만 그래도 내년에는 경제가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 뒤 나의 당선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고향에 많이 내걸렸다는 얘길 듣고 감사하게 생각했다. 새해에 고향분들 모두 복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오마이뉴스 포항-울산>이 지역사회에 유익한 언론으로 성장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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