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다섯 번째 보낸 한 해를 돌아본다

2004년 오마이뉴스게릴라상 수상에 감사하며

등록 2004.12.31 10:41수정 2005.01.01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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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나이 마흔 다섯이 되는 해!

그 일년 동안 난 뭘 했지? 자고, 먹고, 싸고, 웃고, 화내고, 짜증내고…. 태어날 때부터 계속 반복되던 그런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니 올해도 그 하루하루가 365일이 되어 일년을 매듭짓는가 보다.

정말 지난 일 년 동안 난 뭘 했지? 갑자기 머릿속이 멍해지고 캄캄해진다. 그리고 결국은 하얀색이다. 떨어진 잡티처럼 어떤 흔적이라도 주울까 두리번거리지만 주변은 온통 백지 상태다.

그렇게 일년을 살았나 보다. 작년도 그랬고 그러께도 그랬듯 올 한해도 그렇게 어영부영, 땜질하듯 그렇게 살았나 보다.

하루 그리고 일주일과 한 달을 시작할 때는 어김없이 오늘은, 이번 주는, 이번 달은 뭔가를 달리할 듯 작심도 하고 각오도 하였건만 정작 해 놓은 건 아무 것도 없다.

연말만 되면 습관처럼, 계절병처럼 이렇게 가슴앓이를 한다. 그런 가슴앓이를 반복한 게 벌써 마흔 다섯 번째다.

그래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까지는 마냥 뛰어 놀고 일년을 평가받을 통신표조차 없었으니 그때까지의 세월은 예외로 한다 해도 이미 서른 일곱 번째 반복하고 있는 가슴앓이다.

이런 가슴앓이를 얼마나 더 반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얼마 전 발표된 평균수명을 기준으로 한다면 앞으로 31번 정도의 가슴앓이를 더할 행복의 기회는 있다.

덧없이 흘려보낸 시간이 아쉬워 가슴을 쥐어짜니 뭉클 만져지는 뿌듯함이 있다. 올 한해 <오마이뉴스>에 올렸던 시답잖은 이런저런 글들이 물방울처럼 가슴에 매달려 있다.

별 볼일 없이 사라질 물방울이 햇살 받아 반짝이듯, 찔끔찔끔 흘려낸 글들이 <오마이뉴스>에서 질타도 받고 사랑도 받으며 가슴과 기억에 물방울로 맺혀 있다. 그게 뭉클 가슴에 남는 일년 흔적이다.

게다가 연재부문에서 '2004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남들이야 뭐라고 하든 이 소식이 가슴에 맺힌 흔적의 물방울에 햇살로 드리운다. 드리운 햇살이 물방울에 영롱한 빛을 발하게 해준다.

이제 물방울이 단순한 물방울이 아니다. 최소한 내 가슴엔 장엄하고 화려한 보석이다. 그 보석 같은 물방울이 글을 쓰던 순간에, 글이 올라가던 그날을 행복하게 했고 일년을 행복하게 해 주었음을 이제야 알겠다.

올 한해, 난 뭘 했지?

그래 난 오마이뉴스의 '2004년 뉴스게릴라상' 수상자야.

이 하나만으로 마흔 다섯 번째 보내고 있는 윤수의 올 한해는 행복하다.

눈깔사탕을 한입 문 아이처럼 마흔 다섯의 나이에 이런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읽어주고, 질타해주고, 격려해주며 관심을 가져 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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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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