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 앞에 선 문씨 부부. 오른쪽 여장승은 크레인과 시간 약속이 안맞아 입술 부분을 다 새기지 못한 채 세워져 며칠 후 사다리를 놓고 추가 작업을 할 예정.곽교신
장승이 세워진 발주자의 집은 3번 국도 바로 옆이다. 며칠 전에 개통된 중부내륙 고속도로도 집 가까이 지나간다.
3번 국도는 부산에서 문경을 거쳐 새재를 통해 서울로 통하는 주요 국도종단로이다. 영남 선비의 한양 과거길이었고 임진왜란 때는 소서행장의 주 침략로였으며 일제 강점기 때는 "신작로"로 정비되어 수탈물자의 운반로로 이용된 3번 국도이다.
역사의 질곡이 깔린 이 길이 훤히 내다보이는 자리에 아름다운 장승이 세워졌다. 동네 어귀나 갈림목 또는 지명으로만 장승의 흔적이 남은 장승백이에 세워졌던 장승을 불문하고 장승은 길과 인연이 깊다.
"그저 장승이 보기 좋아서" 적잖은 돈을 들여 세운 아름다운 장승이니, 3번 국도를 오가는 길손들에게 장승이 반가운 눈인사를 준다면 길손들도 그것으로 "그저 좋겠다."
장승이 섰음을 알리는 장승 고사에서 "집안에 웃음이 많아졌으면"을 소망으로 빌었다는 발주자 부인의 소박한 말이 인상적이다.
이런 풋풋한 전통문화의 향수가 우리 것을 뿌리로부터 지켜내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을 굳게 믿는다.
장승은 그저 장승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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