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비정규직 자살 보도 소홀 눈총

민언련, 김춘봉씨 자살 관련 신문·방송 보도 강하게 비판

등록 2004.12.31 12:57수정 2004.12.3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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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7일 새벽 한진중공업 마산공장에서 '촉탁직'으로 일하던 김춘봉씨가 스스로 목을 매어 목숨을 끊었다. 사안의 중요성을 공감한 한진중공업 노사는 신속하게 '촉탁직의 정규직화' 등을 합의해 원만한 해결을 이뤘지만, 정작 문제해결에 앞장서야 할 언론들의 보도태도가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 아래 민언련)이 30일 <비정규직은 '국민'이 아닌가>라는 논평을 내고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 사안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언론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언련은 파견법 개정안 등 비정규직 관련법안을 놓고 정치권과 노동자, 사용자 사이에 치열한 논란이 벌어지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국회 안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등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현안 중 하나"라며, 이번 김춘봉씨의 자살도 "단순한 '일회성 사건'으로 그칠 사안이 결코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문들의 경우 28일 대부분 이 사실을 짧게 보도하는 데 그쳤고, 29일에는 <경향신문>이 이 사건과 관련한 노동계의 대응을 간단하게 전하는 수준에 머물러 "김춘봉씨 자살 관련 신문보도는 비정규직문제 보도에 우리 신문이 얼마나 소홀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방송 3사에서도 김춘봉씨가 목숨을 끊은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취재보도 2건(KBS, SBS)과 단신 1건(MBC) 정도가 보도돼 "김춘봉씨의 자살을 기껏 한 건의 스트레이트성 보도로 다루거나, 10초짜리 단신으로 보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민언련에 따르면 그나마 사건이 발생한 날 바로 소식을 전한 곳은 KBS가 유일했고, SBS는 하루가 지난 28일 관련 내용을 다뤘으며 MBC는 15초짜리 단신을 내보내는 데 그쳤다.

구체적으로 KBS는 <비정규직 설움에…>에서 김춘봉씨의 유서 내용과 자살 이유, 유족과 사측의 반응 등을 비교적 상세히 보도하는 등 "김춘봉씨가 비정규직으로 겪었을 어려운 상황을 잘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노동계의 반응을 언급하면서 "'김씨의 죽음은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가열시킬 것'이라고 전망하는 데 그쳐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춘봉씨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수백만명에 이르고 있음에도 KBS 보도는 정부와 사용자측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거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은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SBS도 유서내용과 노동계 반응을 다루는 등 KBS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노총은 김씨를 자살로 내몬 비정규직 제도를 즉각 철폐하라고 정부와 회사측에 요구했다'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철폐뿐만 아니라 정규직화도 요구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인터뷰를 싣는 등 노동계의 요구를 더욱 적극적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춘봉씨가 원래 '정규직 노동자'였던 사실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아 '정규직→비정규직→강제해고'로까지 이어지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사실을 누락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MBC의 보도에 비한다면 그나마 나은 편"이라는 평가다. MBC는 28일 15초 단신에 그쳐 "27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지진 관련 소식을 무려 26건이나 보도했던 MBC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행한 죽음에 대해서는 철저한 무관심을 보인 것"이라는 강한 비판을 받았다.

특히 MBC는 지난 해 10월 26일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의 이용석 본부장이 분신한 것과 관련해 단지 20초짜리 단신으로만 보도해 민언련에게 "노동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등 지난 해 열흘 동안 무려 3명의 노동자들이 '손배가압류 철회'와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을 요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도 단순보도와 무관심으로 큰 비판을 받은 적이 있었다.

민언련은 이런 MBC의 보도에 대해 "1년이 지나도록 MBC의 보도가 전혀 개선이 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으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고 혹평했다.

민언련은 이러한 신문과 방송의 보도에 대해 "연말연시를 맞아 '불우한 이웃'을 돕자며 모금운동, 캠페인 등을 벌이며 불우한 이웃을 돕자는 언론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구조적 문제에는 무관심하다"며 "이것이 과연 올바른 태도인가?"라고 질타했다.

민언련은 또 "비정규직 노동자가 1000만에 육박하는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 논의와 지혜가 필요한 때에 이 같은 언론의 무관심은 사회적 공기로서의 모습이라 할 수 없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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