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픈 사람들

등록 2004.12.31 15:34수정 2004.12.3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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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일을 하면서 도시에 살다가 시골로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초등학생인 아들 둘을 키우는 젊은 부부가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농사를 짓고 겨울에는 다시 도시에 나가 남편은 막노동을 하고 부인은 식당 일을 하면서 참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이 아저씨가 올해 농사를 마무리짓고 겨울이 시작되면서 도시로 나가 공장 설비를 철거하는 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만 하면 큰 어려움이 없었을텐데 어쩌다 보니 복잡한 설계도면을 보면서 일을 해야하는 입장이 되었다.

배움이 짧아 설계도 보는 것을 조금씩 배워가면서 일을 했는데 그 일이 힘에 부쳤는지 결국은 회사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회사 일을 그만두고 평상시와 달리 다른 일자리를 일아 보지도 않고 하루 종일 빈집에서 잠만 잤다.

아이들과 부인은 아이들이 방학을 하기 전이라 도시로 함께 나가지를 못하고 잠깐 떨어져 있는 동안이었는데 가족들이 가끔 다녀간다고 해도 많은 시간 혼자 있었다. 회사 일을 그만두고 내내 잠만 자는 동안 부인이나 다른 가족들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냥 단순하게 피곤해서 그렇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한 보름쯤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저녁에 갑자기 시골에 혼자 계시는 장모님을 찾아갔다. 웬일인가 싶어 깜짝 놀라는 장모님에게 이런 저런 속사정을 얘기하지도 않고 귀신이 씌었는지 눈에 헛것이 자꾸 보이니까 밥 한 바가지 해서 버려 달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평소와 달리 한참동안이나 먼 산을 바라보면서 멍하게 서 있기도 하고, 옆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혼자 말을 하기도 해서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면서 다른 시간에는 처갓집에서도 내내 잠만 잤다.

장모님이 아이들 생일이나 돌이 되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정화수나 떡을 해 놓고 삼신께 빌던 모습을 봐서 그런 부탁을 하는 게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장모님 생각은 아무 것도 모르면 그렇게 빌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런 일도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라 사위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셨다.

대신 딸과 다른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고, 가족들은 상의를 해서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약을 받아먹고 지금은 많이 좋아진 상태이다.

이 부부의 경우 남편을 정신병원에 데리고 가야겠다고 했을 때 남편의 형제들은 물론이고 부인마저도 선뜻 그러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힘들어서 그러니 다른 사람들과 술이나 한 잔 하면서 얘기하다보면 풀어지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하고, 신이 들려서 신내림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사람도 있었고, 다른 얘기는 안하고 단순히 머리가 아프다는 얘기만 하고 한방 병원이나 다른 병원을 가보겠다고 하기도 하고, 사실 몇 번은 그렇게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 다녔다.

사람들이 '정신과 병원' 이라고 하면 우선은 거부감부터 있다보니 가능하면 그 병원은 문 앞에도 가기 싫어하는 게 사실이다. 처음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병인지 몰라서 시기를 놓치고, 나중엔 설령 알게 되더라도 정신과 병원에 가기를 꺼려서 중요한 시기를 놓쳐 환자 상태를 악화시키는 일이 아직 우리 주위에서는 흔한 일이다.

요즘 점점 늘어나고 있는 우울증의 경우 정신과 의사들은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한다. 살다보면 감기에도 걸리고 맹장염도 걸리고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생기는 것처럼, 살다보면 힘들고 어려울 때 스트레스도 쌓이고 우울증도 생기고 정신분열증도 생길 수 있다.

그렇게 마음이 아플 때 "미쳤다"는 생각이 앞서서 지레 겁부터 먹고 외면하거나 혹은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 무시하지 말고 적절한 시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의 나머지 삶이 무너지지 않는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평생 약을 먹으면서 조절하고 관리하면서 사는 것처럼 정신과 질환 역시 아주 오랫동안 병원 다니면서 다독여 가면서 살아야 하는 병이지 무서워하거나 무시할 일은 아니다.

이런 환자의 경우 특히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환자가 병원 다니고 약 먹는 것을 지치고 힘들어 할 때 주위 사람들이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 '미친 사람' 취급하면서 외면하지 말고, 마음이 조금 아파 약을 먹고 있을 뿐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커다란 사고가 났을 때마다 '정신병력' 운운하면서 확인도 거치지 않은 과장된 얘기들이 신문 사회면을 장식해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편견이 조금이나마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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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하는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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