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새해, 복 왕창 나누세요~ "

알집의 기적, 늦게 발견된 방울 토마토 알들이 전하는 메시지

등록 2004.12.31 23:50수정 2005.01.0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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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배회하는 자작나무 잎들을 모아 불에 태웠다. 한 여름 그 넓고 무성한 잎들이 하얀 연기와 함께 재만 남는다. 소명을 마치고 다시 나무를 먹이는 거름이 된다.

그런데 푸석푸석 말라 뒤틀린 상태로 화단을 어지럽히는 토마토 줄기들도 걷어내 불사르려고 할 때다. 줄기를 들추니, 숨어 있던 둥글 둥글 방울 토마토들이 정체를 드러내었다. 간식으로 먹으려고 한 알 집었더니, 꽁꽁 얼어 구슬처럼 딱딱하다.

다행히 줄기에 매달려 있는 알들은 아직 얼지 않았다. 먹을 만하다. 영하의 겨울 날씨도, 줄기에 남아붙어있는 알들을 얼릴 수 없었다. 토마토 줄기 빛깔이 누렇게 변해서 숨을 거둔(?) 줄 알았는데, 아직 얼마간 생명의 기운이 남아있었던 게다. 볼품없이 시들어가는 식물이지만, 남은 알맹이들을 위해 전력투구하여 에너지와 양분을 공급해 나누는 진취적 기상(?)이 배울 만하다.

작은 분량으로 힘에 넘치도록 충직하게 꽉찬 열매를 남긴 토마토. 마당 변두리에서 바람 따라 구르는(?) 토마토 알들이 작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지루할 만큼 자꾸 반복되는 소원이지만, 땅바닥을 소리없이 구르는 크고 작은 알들을 보며 '저처럼 좋은 열매를 무진장 많이 맺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다.

나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수고하고 땀흘려 열매맺는 게 아니라, 받은 열매와 자원을 아낌없이 나누는 기쁨, 행복의 진국을 맛보고 싶어서다. 2005년을 '복 많이 나누는 해', 전심전력하여 다양한 세계로 복의 영역을 넓히는 해로 기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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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토마토 줄기들 속에 숨어 있던 알들 ⓒ 박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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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 토마토는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 박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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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변두리에서 바람따라 구르는 알들 ⓒ 박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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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알 수 없는 알들의 세계, 열매맺는 비밀 ⓒ 박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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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었어도 눈으로 맛보며 미소 한번 지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 박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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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가 수고하고 애써 낳은 다음 세대 알들 ⓒ 박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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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집의 기적 ⓒ 박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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