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회랑에서 굽어본 사원의 모습김정은
제 3회랑의 5기의 탑당은 바로 세계의 중심이자 힌두의 신들이 산다는 메루산을 상징하며, 주위의 벽은 히말라야의 영봉을 상징한다. 그 때문에 제 3회랑은 비쉬누 신의 화신인 왕이나 힌두교 성직자 외에는 아무나 출입할 수 없는 성스러운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백성들에게 우러러 보일 만큼 까마득하게 보이는 시각적인 착시현상까지 고려한 그네들의 과학적인 설계 수준 또한 감탄을 자아낸다.
| | | 힌두교의 신들 | | | |
힌두교는 다신교로 여러 다양한 종류의 신들이 등장하나 가장 영향력 있는 신을 꼽는다면 주로 우주를 창조하는 창조의 신 브라흐만과 파괴의 신 시바, 그리고 조정의 신 비쉬누 삼신을 꼽는다. 이 중에서 민중에게 친근한 신은 수르야바르만 2세가 숭배했던 비쉬누 신이라 할 수 있다.
독수리 가루다를 타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비쉬누 신은 그 원 모습보다는 화신한 모습으로 자주 나타난다. 왜냐하면 비쉬누 신은 세상의 문제 해결을 위해 그에 적합한 대상으로 환생하기 때문인데 물고기, 거북이, 멧돼지, 난쟁이 인간, 목동, 왕자 등등 다양한 종류로 환생하여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내용인 극적인 힌두 설화에 자주 등장하여 친근감을 갖게 만드는 신이다.
앙코르와트 사원 1층 갤러리 부조에 새겨진 힌두설화 '마하바라타'나 '라마야나' 또한 목동인 크리슈나로 화신한 비쉬누와 라마왕자로 화신한 비쉬누를 볼 수 있다.
특히 힌두교에 있어서 석가모니(싯다르타)는 아홉번째 비쉬누 신의 화신으로 여겨지고 있다는데 이는 후에 앙코르제국이 불교를 받아들이는데 있어 이질감을 없애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앙코르와트 사원에는 불교를 믿게되면서 후에 가져다 놓은 것으로 보이는 다양한 종류의 불상을 볼 수 있다. / 김정은 | | | | |
특히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신 앞에 한껏 낮추라는 의미인지 아니면 그만큼 신을 만나기 어렵다는 의미인지는 모르지만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엉금엉금 기어서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신의 세계로 올라와 창문 너머로 저 까마득한 세상을 굽어보는 맛은 생각보다 짜릿했다. 아마 신과 조우한 느낌이 이런 것일까?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 난간을 잡으며 지상에 내려옴으로써 신과의 만남은 끝났고 더불어 앙코르와트 사원과의 만남도 끝났다.
인간의 권력이 극에 달하면 그 인간들은 스스로의 권능에 도취되어 신이 되고 싶어한다. 중국의 진시황이 그토록 영생불사를 원했던 것이나 수르야바르만 2세가 스스로를 비쉬누 신의 화신으로 자처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신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찰나의 권력에 기대어 신이 되고자 애를 쓴 인간들에 대해 신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혹 신을 우습게 여기고 신의 권능을 넘보는 교만방자한 인간의 어리석음을 나무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만약 까마득한 신의 영역을 넘보지 않고 같은 인간인 백성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했다면 이처럼 엄청난 노역을 통해 백성들을 괴롭히지는 않았을 텐데….
결국 그 욕심 탓에 그 후손들이 관광수입으로 살고 있다고 본다면 그때 그 백성들의 노역의 대가가 돌고 돌아 몇 백년을 거쳐 그들 후손에게 지금 지급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는지…. 그러고 보면 세상은 공짜가 없는 것 같다.
다음 목적지인 앙코르 톰으로 가기 위해 망상을 애써 지우고 서둘러 일어섰다. 남겨진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앙코르와트를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 네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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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을 그만두고 10년간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파주에서 어르신을 위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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