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더타임스>가 선정한 2004 세계 50대 대학순위. 1위 하버드를 비롯 미국 20개, 영국 8개, 호주 6개 등이 선정됐다. 일본은 도쿄대 12위, 교토대 29위 등 2개대가 순위에 올랐다.더타임스
기자는 외국 대학에서 공부했던 사람들이 밝힌 대학입시교육에 대한 의견을 몇 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이들의 의견이 그 나라의 교육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개인에 따라 경험과 시각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과 외국의 교육을 모두 겪어 본 이들의 말을 통해 적어도 우리의 대학입시제도와 대학의 문제점을 고민하는 계기는 될 것이다. 수험생의 경험을 빌어 한국과 외국의 대학입시교육을 현실적으로 논하고자 한다.
교육선진국 대학입시교육 사례 첫 번째로 독일과 호주를 살펴본다. 장혜원(25ㆍ여ㆍ독일 '요하네스 쿠텐베르크 마인츠대학' 의학 전공)씨와 이승은(29ㆍ여ㆍ호주 시드니 '맥콰리대학' 졸업)씨가 메일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밝혀 주었다.
장혜원씨는 2003년 2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003년 1월에 시작한 독일 대학의 어학코스에 들어갔다. 그 해 9월에 대학입시를 위한 독일어시험을 치르고 대학에 입학, 10월부터 학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현재 의대(예과) 3학기 차인데 휴학하고 한국에 와 있다.
이승은씨는 한국에서 고교 2학년을 마치고 1994년 유학을 떠났다. 8개월 어학 연수 후에 곧바로 12학년(한국 고3)으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했다. 그녀는 현재 호주 마케팅 회사에서 Account Manager로 근무하고 있다.
"독일ㆍ호주, 대학에 들어가긴 쉬워도 졸업하긴 힘들다"
장혜원씨는 "일반적으로 독일 내 대학 서열은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과 교수들이 인정하는 대학 등의 통계 정보가 <슈피겔>지에 실린다"면서 "그러나 사회 분위기 자체가 종합대학을 꼭 가야만 하는 건 아니다"고 독일의 대학 분위기를 평했다.
그녀는 "독일의 경우 '아비'(한국의 수능) 성적에 따라 기다리면 대학 입학 순서가 주어지는데 그래서 중도에 탈락하는 사람도 나온다"며 "독일은 대학에 들어가긴 쉬워도 끝마치기는 어렵다"고 말하며 한국과는 차별된 독일의 대학교육을 설명했다.
이승은씨는 "사립학교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호주의 사교육은 거의 못 봤어요. 한국 교민들의 사교육은 대단하지만요"라면서 "굳이 사교육을 논하면 한국이 국영수에 대한 입시위주인데 비해 호주는 운동, 예능 쪽의 사교육을 많이 시켜요"라며 한국의 사교육과 호주의 사교육의 차이를 설명했다.
그녀는 대학교육에 대해 "대학에 간다 해도 각 코스별로 학기마다 있는 어마어마한 리포트(assignment)들과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졸업을 못해요. 대학 공부가 고등학교 공부보다 더 힘들거든요. 대학에서 노력하지 않으면 졸업을 못한다는 것이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인 것 같아요"라며 호주의 대학은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호주의 학력 평가에 대해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직업이 보장 되지는 않아요. 이것은 취업난하고는 다른 이야긴데 가끔씩은 학력보다 경력이 우대될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대학에 가더라도 틈틈이 자원 봉사나 인턴으로 경력을 많이 쌓아야 해요. 호주의 대학은 3년제인데 그 3년이 어떨 땐 경력 3년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라며 한국과의 차이를 설명했다.
다음은 장혜원씨, 이승은씨와 가진 메일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독일-의학 등 주요학문분야 국가 중앙관리처에서 입학 관리
호주-수험생 지원대학 제한 없다
- 대학입시교육에 대한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장혜원 : "저는 외국인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해서 독일시험을 치르지 않아 잘 모르겠네요. 그냥 독일의 학제를 말씀 드릴게요.
독일의 경우 초등학교 4년, 중고등학교(통합과정) 9년 도합 13년이 걸려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중고등학교를 김나지움(Gymnasium)이라고 부르고요.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지 않는 학생들은 레알슐레(Realschule)라고 하는, 한국으로는 실업계 고교에 해당되는 곳으로 가요. 레알슐레는 8년 과정에 12년이 걸리죠.
따라서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은 김나지움으로 진학해서 13학년일 때(고3에 해당) 아비투어(Abitur- 이하 "아비"로 표시)라는 시험을 봐요. 이 시험은 자신이 원하는 전공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어요. 대략 5과목에 대해 필기시험과 구두시험을 치르죠.
아비는 1.0 만점에서 6.0까지 있고 5.0이면 낙제에 해당하는데 성적에 따라 대기순서가 결정돼요. 예를 들면 2004년도 아비 성적이 2.5인 학생이 의대에 진학하려고 할 때(보통 의대 평균학력은 1.0∼1.2정도이고 최하 1.5), 최소 2∼3년 기다린다면 입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거죠.
의대뿐만 아니라 치대, 약학, 정신학(심리학), 생물학 등과 같이 국가에서 입학인원수를 제한하는 학과는 모두 ZVS(중앙관리처)에서 학생입학을 관리해요. 그 외에 주(州)단위에서 제한하는 학과와 학교 내에서 제한하는 학과 등이 있고요.
아, 그리고 일반아비(?) 말고 전공아비(Fachabitur)라는 것도 있어요. 예를 들어 상경계열로 갈 사람은 상경계열 아비만 볼 수 있고 자연계열이면 자연계열 아비만 볼 수 있는 제도예요. 물론 이 경우에는 교차지원 같은 것이 허용되지 않아요. 뭐 일종의 불이익이라면 불이익일수도 있지만 그걸 감수하고라도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겠다는 거죠."
이승은 : "각 고등학교에서 학력고사 같은 서술형 시험으로 논술 등을 봐요. 그리고 시험을 치르고 약 2~3주 후면 점수가 나오죠. 시험점수에 고등학교 때의 등급을 합해서 여러 대학에 지원을 해요. 점수는 등급이 약 60%, 시험점수가 약 40% 반영돼 합산될 거예요. 지원 대학에 제한은 없는 걸로 알고 있고요.”
독일- 수학, 물리, 생물, 미술, 음악 등 과외
호주- 운동, 예능 위주 사교육
- 대학진학을 위한 교육 현실은 어떤가요? 한국처럼 사교육 열풍이 있나요?
장혜원 : "일반적으로 독일 내 대학 서열은 없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과 교수들이 인정하는 대학 등의 통계 정보가 <슈피겔(Spiegel)>지에 실리죠. 매년 나오는 것은 아니고요, 몇 년에 한두 번 정도 실려요.
그리고 일반계 고교를 가지 않더라도, 실업계고교를 가거나 기타 다른 방법으로도 대학진학을 할 수 있어요. 이건 저도 잘 모르는 부분이라 말씀 드리긴 뭐하고요. 아무튼 사회 분위기 자체가 종합대학을 꼭 가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물론 한국과 마찬가지로 과외는 있어요. 수학, 물리, 생물, 라틴어 등과 그 외에 음악 계열, 미술 계열의 과외도 있는데 한국과 같은 과외열풍은 없어요. 100% 단정짓기는 힘들지만요."
이승은 : "사립학교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은 거의 못 봤어요. 한국의 고3 같이 학생들이 책 가지고 밤새 공부하는 건 많이 봤지만요. 그러나 여기에 사는 한국 교민들의 사교육은 대단해요.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 여기에서는 상당한 정도예요. 그래 봐야 교재 몇 개 더 하는 정도지만요.
굳이 사교육의 예를 든다면 한국이 국영수에 대한 입시위주의 사교육을 하는데 비해 여기는 운동, 예능 쪽의 사교육을 많이 시켜요. 학교에 딸려 있는 코스라도 따로 등록하고 등록비를 내야 되고요. 사교육은 방과 후에 주로 이뤄지지만 주말에도 가끔 진행돼요. 스포츠는 축구, 핸드볼, 승마, 카누 등의 과목으로 다채로워요. 특히 주말에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축구 팀에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는 정도죠."
"대학 공부가 고등학교 공부보다 더 힘들다"
- 입시제도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평가한다면요? 한국과 다른 점도 함께.
장혜원 : "독일의 인문계열 대학은 대부분 복수전공(2개 전공)을 기본으로 해요. 그리고 종합대학의 경우 대부분 학ㆍ석사 통합제로 2년+4년 과정이에요. 2년 과정이 끝나면 진급시험을 통해 진학을 하게 되죠. 요즘 몇몇 대학에서는 미국 제도를 따라 학사제도를 도입하는 곳도 있지만 아직 전체적인 인식은 석사제도로 진학하는 거예요.
독일도 기숙입시학원 같은 것이 존재해요. 재수생, 장수생 이런 경우에 말이죠. 그런데 재수생과 장수생의 비율은 그리 많지 않아서 '돌풍이다', '선풍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는 없네요.
아, 맞다. 앞에서 아비 성적에 따라 기다리면 입학 순서가 주어진다고 말씀 드렸는데 그래서 중도에 탈락하는 사람도 나와요. 대학에 들어가긴 쉬워도 끝마치기는 어렵다는 거지요."
이승은 : "호주의 입시 제도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해요. 자신의 능력에 맞는 3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대학에 가기 싫으면 정부에서 지원하는 단과기술 대학인 TAFE(2년제)에 가거나 직업전선에 뛰어 들기도 하죠.
그러나 대학을 간다 해도 각 코스별로 학기마다 있는 어마어마한 리포트(assignment)들과 시험들을 통과하지 못하면 졸업을 못해요. 대학 공부가 고등학교 공부보다 더 힘들거든요. 대학에서 노력하지 않으면 졸업을 못한다는 것이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인 것 같아요.
한국과 비교해 부정적인 면이라면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직업이 보장 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것은 취업난하고는 다른 이야긴데 가끔씩은 학력보다 경력이 우대될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대학에 가더라도 틈틈이 자원 봉사나 인턴으로 경력을 많이 쌓아야 해요. 호주의 대학은 3년제인데 그 3년이 어떨 땐 경력 3년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한국에 비해 부정적인 면인 동시에 긍정적인 면도 되는 것 같네요."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승은 : "유학한 입장에서 가끔씩 대학 가지 말고 그 돈 모아서 부동산 투자(?)나 할 걸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해요.(웃음) 특히 유학생의 학비는 호주 시민이나 영주권자의 5배까지 되기 때문에 정말 피눈물 나거든요. 가끔씩 내가 영주권 받기를 기다렸다 공부할 걸 하는 생각도 들고요."
덧붙이는 글 | 교육부총리를 둘러 싼 큰 혼란이 또 다시 교육현장에서 고생하는 교사들과 수험생들에게 아픔을 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2006학년도 대학입시에서는 조금이라도 수고를 덜 수 있는 교육정책을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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