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에 지친 남편' 위한 북 카페 문 열어

부천 중동 쇼핑시설 안에 마련

등록 2005.01.12 12:12수정 2005.01.1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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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온
경기도 부천시 중동에 있는 한 판매시설이 최근 ‘쇼핑을 같이 온 남편을 위한 즐거운 휴식공간’이라는 이름의 북 카페를 개설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쇼핑을 고통스러워하는’ 남편을 위한 공간이 쇼핑 공간 안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이율배반적이라는 평가도 낳고 있다.


이 판매시설은 지난 2일 9층 유휴공간 30여평을 활용해 ‘북 카페’를 개설하고, 40석 규모의 좌석과 4천여권의 책을 두고 ‘쇼핑에 지친 남편’을 맞이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로비와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는 이 공간 한켠에 열린 북 카페를 개설하고, 만화, 소설, 남성잡지 등과 50인치 PDP를 함께 마련해 놓았다.

김정온
“주중에는 TV를, 주말에는 오페라 및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는 이경춘 판매기획팀 과장은 “일일 평균 150명, 주말에는 200명이 넘는 남편들이 이 공간을 이용해 수면, 독서 등을 즐긴다”고 말한다.

30대 뉴 패밀리가 주요 고객인 이 판매시설은 1월 세일행사기간(2일부터 23일까지)을 계획하던 중 고객편의시설 차별화 전략 차원에서 유휴공간을 활용한 북 카페 개설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300여평이 넘는 이벤트 공간이 상품행사장 등으로 운영되던 예전 형태를 벗어나 ‘고객’(쇼핑에 같이 온, 쇼핑에 지친 남편)을 위한 상설 편의공간으로 자리잡게 된 것.


김정온
“할인점의 경우 부부가 함께 쇼핑을 하면서 남편의 경우 카트를 담당하지만 카트를 이용하지 않는 다른 판매시설의 경우에는 남편들이 함께 장시간 쇼핑하는 것을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사실”이라는 이 과장은 “쇼핑을 함께 나오자고 권유한 주부들이 오히려 남편 눈치를 봤는데 북 카페가 개설된 이후 쇼핑이 끝난 뒤 만나 다른 여가를 즐기는 경우가 늘어나 주부 반응이 더 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각에서는 “남편을 격하시키는 장소라는 지적도, 상술에 의한 마케팅이라는 의견도 있다”며 “목적성을 갖고 기획한 것은 아니며, 단지 고객 편의를 위한 고민 속에서 착안해 냈다”고 덧붙였다.


‘쇼핑을 같이 온 남편을 위한 즐거운 휴식공간’이라고 명명된 북 카페.

그러나 쇼핑에 지치거나, 쇼핑을 고통스러워하는 남편들이 이용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과연 북 카페가 즐거운 남편을 위한 공간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공간을 이용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북 카페에 대한 반응이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부천매일(www.bcmaeil.com)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부천매일(www.bcmaeil.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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