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사흘 교육 수장과 도덕성

등록 2005.01.13 15:49수정 2005.01.1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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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2년도 채 못되어 네번째 교육 부총리를 임명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 까닭은 세번째로 임명된 이기준 전 교육 부총리가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결국 임명 사흘 만에 낙마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새해 초 국정 운영 기조를 바꾸고자 상징적 의미에서 단행한 개각이 며칠 만에 좌초되어 참여 정부는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선거 공약(公約)을 통해 "교육부총리와 임기를 같이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약속은 공약(空約)으로 끝난 셈이다.

김대중 정부 때도 임기 5년 동안 교육에 관한 한 문외한인 이해찬 전 장관을 비롯해 6명의 교육부 장관을 교체해 교육 파행과 혼선을 자초했다. 물론 과거 역대 정권들도 교육부 장관을 자주 바꾸었지만 현 정부보다는 그래도 덜한 편이었다. 철권 정치로 7년을 집권한 전두환 정권에서조차 4명의 장관이 평균 21개월을 재임했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일제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채 출발하였고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뀔 때마다 정권이나 장관의 입맛에 따라 시녀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부끄러운 과거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날 수없이 많은 무지개빛 교육 개혁안들이 수립되고 추진되었지만 용두사미였을 뿐 결코 성공하지 못하였다. 그 까닭은 부도덕한 정권들이 교육을 정치 도구로 악용했거나 한국적 현실을 철저히 무시한 탁상공론성 개혁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의 교육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교실은 붕괴되고 공교육의 직무 유기로 인한 감당키 어려운 사교육비 증가는 서민 가게를 더욱 압박하고 피폐화 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경제 논리만 앞세운 무분별한 교육 정책들은 교육계를 알게 모르게 더욱 더 황폐화 시키고 있다.

수시로 바뀌고 있는 대학 입시 제도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혼란스럽게 하고 수능 시험 부정이라는 초유의 사태마저 불러 왔다. 대학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인문학 등 기초 과학은 실용 과학에 밀려 점점 그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으며 이공계 기피 현상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 수장이 자주 바뀌어 교육 정책이 갈팡질팡한다면 우리 교육의 미래는 희망보다는 절망이, 발전보다는 퇴보가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교육 수장이 자주 바뀌면 정책의 혼선은 물론 업무 추진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흔히들 교육을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한다. 이는 한마디로 먼 앞날까지 내다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정책의 일관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현 정부는 교육에 관한 한 환골탈태해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자기 성찰과 자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 교육 부총리는 나의 자녀에게 직접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자리다. 따라서 2세 교육을 선도하고 교육을 설계하고 효율적으로 투자하며 지식과 인성 교육을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일궈 나갈 수 있는 인격, 덕망, 신망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이런 까닭에 교육 수장은 아무나 해서도 안 되고 아무나 시켜서도 안 된다. 하물며 수백만 학생과 교직원의 사표(師表)가 돼야 할 교육 부총리라면 도덕성·윤리성을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한번 임명한 사람은 연속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임기 보장은 물론 권한 부여 등 여건을 충분히 조성해 주어야 한다.


정부 및 교육 당국은 "교육은 국가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올바른 교육 없는 국가는 반드시 멸망한다"라고 한 D. 루즈벨트의 말을 곱씹고 또 씹을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윤배 기자는 조선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윤배 기자는 조선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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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저는 중앙 주요 일간지 및 지방지에 많은 칼럼을 써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신문들의 오만함과 횡포를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인터넷 신문이란 매체를 통해 보다 폭넓게 이런 일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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