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급 '네거티브 검증' 부방위에 위임"

[신년회견-뉴스 뒤의 뉴스] "일본 천황 방한 최고예우 환영"

등록 2005.01.13 16:20수정 2005.01.1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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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오전 10시부터 청와대 춘추관에서 내외신 기자 2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올 한해의 국정운영 기조를 밝힌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오전 10시부터 청와대 춘추관에서 내외신 기자 2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올 한해의 국정운영 기조를 밝힌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진한국'이라는 중장기 국정목표를 제시하며 '경제 올인'의 국정운용 기조를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올해의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는 '큰 뉴스'가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그만큼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올인을 부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자회견문 자체를 경제에 집중시킨 결과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도 교육부총리 인사파동 등 현안과 관련된 질문에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모두에서 낭독한 회견내용이 국민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전제하고 "왜냐하면 연두회견이니까 올해의 정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말씀드린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여러분들은 또 궁금하기가 이번 인사파동과 관련한 것을 많이 질문하고 싶을 것"이라면서 "이 문제에 관해서는 질문에 대해서 성실히 제 입장을 답변하는 것도 또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조금 더 넓게 질문을 허용하겠다"고 정면으로 돌파하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약 18분간에 걸친 모두발언과 1시간에 걸친 일문일답을 부문 별로 맥락을 찬찬히 톺아보면 중요한 '뉴스'가 없지는 않았다. 특히 청와대 내부(민정수석실)에서 관장해온 인사검증 기능을 외부(부방위)에 위임하겠다는 것과 통합적 관리능력을 장관의 으뜸기준으로 강조한 것 등이 그렇다.

또 노 대통령이 "일본 천황의 방한을 언제나 환영하고 최고의 예우를 다해서 환영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천황의 방한 초청의사를 공식으로 밝힌 것도 처음이다.

능력 '포지티브 검증'은 현행대로, 도덕성 '네거티브 검증'은 부방위에 위임


우선 노 대통령은 이기준 교육부총리 인사파동을 계기로 부패방지위원회 같은 외부기관에 검증을 맡기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인사검증제도는 두가지가 있다"고 전제하고 "사람의 능력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 검증하기가 참 쉽지 않다"면서 "그냥 물어보고 여러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능력에 대해서는 인사수석실을 중심으로 운용되는 현재의 '포지티브 검증'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도덕적 하자가 없는가 하는 문제에 관한, 즉 '도덕성 검증' 부분은 "청와대 바깥의 다른 기관에 검증을 맡기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이번처럼 국무총리가 '추천'하고 인사추천회의 의장인 비서실장이 '묵인'한 경우, 청와대 내부의 '네거티브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부패와 도덕성이라는 게 꼭 같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부패방지위원회에 이런 검증 권한을 주는 것"이라며 "그동안 청와대에서 정보기관들한테 의뢰해서 하던 것을, 좋은 방법 없는가 고심했는데 이번 계기로 해서 바깥으로 맡기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대개 부패방지위원회가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이것은 실무적으로 연구해서 결정할 문제다"면서 "입법까지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금년 중으로 제도화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참신성은 실체가 없는 것... 차라리 소신이면 몰라도 참신은 아닌 것 같다"

이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 대한 인선기준을 상세히 밝혀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인선기준은 도덕성, 참신성, 그리고 능력, 전문성, 이렇게 신문에 그동안에 계속 나오더라"면서 "옛날에 우리가 '작은 민주당' 할 때, 그때 내놓고 했던 기준인데 아마 그게 보편화된 것 아닌가 싶다"고 네가지 인선기준에 대해 입장을 말했다.

노 대통령은 우선 "그런데 뭐가 도덕성이고 뭐가 참신성이고 뭐가 능력이고 뭐가 자질이냐고 하면 설명이 복잡하다"면서 "크게 말해서 능력하고 품성 아니겠나"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품성에 대해 "사심 없이 일할 것이다, 이것을 품성이라고 봐야겠죠"라고 나름대로 규정하고, 도덕성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깨끗하다, 이것보다는 공사를 분명히 하고 사심 없이 일을 해줄 것이라는 것이 도덕적으로 요구되는 중요한 자세다"고 정의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참신성'이라는 것은 나는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 점에 관해서는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저는 정치를 십 몇 년 한 사람이니까 이미 참신하지 않은 사람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지금 국회는 매우 참신한 사람들로 채워져 있죠"라면서 "그렇게 참신의 기준을 두면 안된다"고 말해 능력보다는 참신성을 앞세운 일부 초선의원들을 겨냥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자기 명분에 충실한 사람이 우리가 말하는 참신한 사람일지 모르겠다"면서 "참신이라는 것은, 차라리 소신이면 몰라도 참신은 (적절한 기준이)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즉 국무위원의 경우 참신성을 내세운 인사보다는 능력이 검증된 인사를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노 대통령이 의중에 둔 장관의 으뜸기준은 '통합적 관리가 가능한 전문가'

실제로 노 대통령은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각료들을 선임할 때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면서 "각료는 전문성이 있어도 일반관리를 포괄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더 좋은 것이고 능력이 없으면 안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통합적 관리가 가능한 전문가라야 비로소 쓸모 있는 전문가이지 통합적 관리가 가능하지 않은, 그 부분에 있어 역량이 떨어지는 전문가는 각료로서 적절하지 않다"면서 "차라리 여러 분야의 다방면에 대해서 통합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전문가 아니라도 각료의 직무는 아주 충분히 수행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통합적 관리능력을 장관의 으뜸기준으로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대학은 산업이다'라는 명제는 후임 교육부총리 인선에 여전히 유효한 기준이냐는 질문에는 "인사라는 것이 신랑감 구하기하고 같거나 아니면 기업에서 임원 구하기하고 같은 것이다"면서 "다 좋으면 다 좋죠"라고 말했다. 도덕성도 감안하겠지만 '대학 혁신'이 여전히 중요한 기준임을 암시했다.

노 대통령 "대기업 총수 만나도 아무 것도 개별적으로 줄 것이 없다"

한편 논리성을 앞세워 기자들의 질문을 조목조목 따지는 노 대통령의 태도는 여전했다.

노 대통령은 재계의 투자활성화를 위해 대기업 총수를 만날 의향이 없냐는 질문에 "못 만날 이유도 없고, 또 가끔 만나서 고견을 들어보고 싶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시중에서 흔히 얘기하듯이 재벌총수를 만나서 투자를 독려하라, 이런 차원의 만남은 저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미 관치경제의 시대가 아니고 정부가 규제나 권력으로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시대는 지나갔고, 더욱이 금융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기업에 자금압박을 가하던 시대도 이미 98년 IMF 환경이 오면서 모든 것이 다 끝났다"면서 "한번 만나서 등 두드려줘서 사기 살린다는, 그래서 기업이 사기가 살고 투자가 늘어간다는 그런 사고는 이것은 이미 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그래서 지금 일부 경제단체의 간부들이 말하고 있는, 조용히 만나서 애로사항 들어주고 투자를 독려하고 하는 그 방식은 과거 제왕시대에 하던 일이지 민주주의 지도자시대에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제가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거듭 밝히고 "제가 제일 고민은 만나도 아무 것도 개별적으로 줄 것이 없다"면서 "그래서 특별한 격려가 되지도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필요성을 강조하는 분들이 많고 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희망일 뿐이지 상대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희망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닌데 문제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대가 응한다면 주제에 관계없이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고, 또 가능성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제안할 용의도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 제가 보기에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다소 부정적으로 견해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흥정도 마찬가지이듯이 가능성이 낮은 일을 자꾸 목을 달아매면 협상에 협상력이 떨어지죠"라고 반문하고 "물건도 자꾸 사자고 매달리면 값이 비싸지는, 그런 점도 있다"고 말해 북한측에서 정상회담과 관련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듯한 뉘앙스를 전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그래서 이런 것은 가능할 때 그야말로 적절한 수준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협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그렇게 분위기만 자꾸 띄우는 것은 결코 크게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한계를 그었다.

노 대통령 "천황 방한한다면 최고의 예우를 다해서 환영할 준비 갖추고 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6자 회담이 열릴 시기에 관해서는 "이제 6자 회담이 열릴 수 있는 조건은 성숙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대개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이제 미국의 외교팀이 정비되면 바로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임기 중에 일본 천황 방한문제를 추진할 생각이 있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일본에서는 천황이라고 부르지요"라고 운을 떼고선 "이것이 세계적으로 보편적으로 또 그렇게 불려지는 이름인지 제가 미처 확인을 못 했다"면서 "그래서 내가 일본 왕이라고 써야 하는지 일본 천황이라고 써야 하는지 이 부분을 미처 준비를 못했다"고 양해를 구하는 신중함을 보였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일본 천황의 방한에 관해서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이미 초청 상태일 것"이라며 "언제나 환영한다는 입장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해결해야 할 것은 해결해 나가야 하지만, 또 몇가지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일본 천황의 방한 자체를 막아버리는 것은 합리적인 처리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우리 정부는 방한은 방한이고, 또 처리할 문제는 처리할 문제로 병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라면서 "그래서 언제든지 (천황께서) 방한하신다면 최고의 예우를 다해서 환영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국왕의 방한을 이른바 '과거사' 문제나 내각 대신들의 신사참배 같은 현안과 연계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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