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굴뚝 연기입니다.김은숙
부엌에서는 어머니가 불을 때고, 사랑 부엌에서는 쇠죽을 끓이느라 아버지가 불을 때십니다. 어린 시절 저는 사랑 솥에 불을 때시는 아버지 곁에 쭈그리고 앉아 있곤 했습니다. 살광에 잘못 들어간 참새를 잡아 구워 먹은 기억도 있습니다.
방 윗목에는 수수대로 만든 고구마광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고구마가 가득 차 있어서 손만 뻗으면 고구마를 꺼낼 수 있었습니다. 그걸 얇게 잘라서 화로에 올려 둡니다. 얇게 저며서 약한 화로불에도 잘 익습니다. 그렇게 익은 고구마를 하나씩 먹으면 간식이 없는 겨울 밤이 맛있게 익어 갑니다.
하루 하루 고구마가 줄어들면 발판을 대고도 고구마에 손이 닿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창칼을 이용해야 합니다. 창칼 끝이 고구마에 조금이라도 닿으면 다행입니다. 칼로 찍어서 고구마를 꺼낼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꺼낸 고구마를 또 구워 먹고, 깎아 먹고 그럽니다.
겨울 밤 아버지는 윗목에서 꺼치를 짜십니다(저희 동네에서는 '꺼치'라고 하는데 민속 박물관에 가보니 그냥 '자리 짜기'라고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