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서관은 '쭈욱~' 계속 있을 겁니다

800권의 책이 3000권으로 늘었습니다

등록 2005.01.20 13:04수정 2005.01.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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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8월, 더운 여름날 아파트와 주택을 돌면서 책 후원을 받고 작은 도서관을 연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햇수로 3년이 되었군요. 그동안 도서관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동네 엄마들을 만나면서 작은 도서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 일들을 반복했답니다.


a 사서 자원활동가 어머니들과 책 정리할 때 사진

사서 자원활동가 어머니들과 책 정리할 때 사진 ⓒ 이선미

처음 800권의 책으로, 사무국장 상근비 10만원으로 시작한 춘천시 후평동의 작은 도서관이 요즘 서서히 물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 자극점은 바로 동네 주민들에게 있었어요. 도서대여만을 위한 마을 문고가 되기에는 뭔가 2% 부족했습니다.

동네 아이들을 위한 구연동화 교실과 글짓기 교실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엄마들과 이야기할 시간도 많아지다보니 도서관이 작은 동네에서 여러가지 일들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매년 봄과 가을에 정기적으로 어린이 벼룩시장인 '꾸러기어린이장터'를 열게 되었고, 부모들을 위한 자녀독서교육강연이나 예비학부모교실 등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기획사업들을 벌이고 정기적인 행사가 자리매김하면서 무엇보다 보람 있었던 것은 지난 봄 어린이장터에서 산 신발을 보여주며 정말 잘 신고 있다며 또 장터를 열어달라고 도서관에 부탁하는 분들이나, 도서관때문에 다른 곳에 이사가기 싫다고 말하시는 분들을 볼 때입니다.

어린이도서관이라는 것이 춘천에 처음 생기다 보니 저희들도 사실 도서관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열정만으로 시작한 것 같았는데, 이 작은 동네 주민들때문에 우리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그래서 고맙습니다.


얼마전 도서관에 큰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바로 책 500권을 선물받은 것이지요. 6개월 전 모 재단에 책 지원 신청을 내서 500권의 책을 받게 되었습니다.

a 6칸 밖에 없던 그림책이 이제 15칸이 되었습니다

6칸 밖에 없던 그림책이 이제 15칸이 되었습니다 ⓒ 이선미

아침에 책이 사과박스로 몇 박스씩 도착하자 도서관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도서관 사서 자원활동가 어머니들께 아침에 전화를 해서 몇 시간만 와서 책 정리 좀 도와달라고 전화를 했는데, 어머니들이 30분만에 부리나케 달려나오셨습니다.


민혜네는 아직 아이들 아침도 안 먹이고 나왔다고 합니다. 좀 미안했지만 500권의 책을 손질하고 바코드를 붙이는 게 좀 시간이 걸려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도서관장님과 관장님네 딸인 예은이, 민혜네 엄마 채순임씨, 미래네 엄마 이수향씨와 함께 3∼4시간에 걸쳐 책 작업을 다 끝내고 책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민혜네는 아이들 밥을 안 먹일 수 없어 집에 가서 아침을 먹고 다시 도서관에 아이들 둘을 데리고 왔습니다.

a 집에서 쉽게 구입하지 못하는 도감류나 역사책들도 많이 비치했습니다.

집에서 쉽게 구입하지 못하는 도감류나 역사책들도 많이 비치했습니다. ⓒ 이선미

책을 정리해서 꽂고 돌아보니 책장마다 네 칸씩 책이 차 있네요. 예전에 처음 800권의 책을 가지고 시작할 때 책장의 빈칸이 너무 많아 책을 눕혀서 세워놓고는 했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오후 3시에 시작하는 구연동화를 끝내고 이제 도서관 문을 닫아야하는 오후 5시가 되었습니다. 은별이가 집에 안 간다고 보채고 있었습니다. 새 책이 오니까 욕심이 났는지 이 책도 가져가고 싶고, 저 책도 가져가고 싶답니다. 은별이 엄마는 내일 와도 이 책은 어디 도망가지 않으니 내일 아침에 오자고 은별이와 약속을 했습니다.

은별이네를 보내면서 아이들이 빠져나간 도서관을 휙 돌아보니 보람되기 그지 없습니다. 좀더 많은 책으로, 좀더 많은 애정으로 아이들과 책을 읽고 엄마들과 오손도손 이야기 나누는 따뜻한 도서관이 될겁니다. 도서관 사정이 막막해 가끔씩 문을 닫는 데도 많다는데, 우리 도서관은 쭈욱~ 계속 이 작은 동네에 있을 겁니다.

a 겨레아동문학선집도 들여놓았습니다.

겨레아동문학선집도 들여놓았습니다. ⓒ 이선미

덧붙이는 글 | 이선미 기자가 일하는 평화와 참여의 공동체 춘천시민광장은 어린이도서관사업, 공부방 사업, 독거노인도시락배달, 의정감시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선미 기자가 일하는 평화와 참여의 공동체 춘천시민광장은 어린이도서관사업, 공부방 사업, 독거노인도시락배달, 의정감시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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