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봉태 사무국장이민우
"일제시대 피해자들이 아직까지도 해방감을 못 느끼고 있는 건 아직 해방이 되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는 문제니까, 독립군이란 마음가짐으로 피해자들의 한을 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17일 한일협정 관련 문서 5권의 공개를 이끌어낸 소송 변호사,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아래 진상규명위) 최봉태 사무국장이 한 말이다.
최 사무국장은 일제시대 피해에 대한 진상규명과 배상을 위한 일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올해 들어서도 벌써 (일본군위안부로 피해를 당한) 김상희 할머니와 김분선 할머니 두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피해자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진상을 밝히고 해야지요. 그런 의미에서 전 제가 하는 일이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봅니다."
한일협정 문서 공개가 갖는 의미에 대해 최 사무국장은 "일제시대 피해자문제해결을 위한 판도라 상자의 뚜껑이 열린 것"이라며 "문서공개로 인해 기대하는 일제시대 피해자에 대한 한일 양국 정부의 책임이 어느 정도인지 사회적 공론화가 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사무국장은 일본법원이 일본군위안부 문제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한국인의 원폭 피해에 대해선 인정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원폭피해와 관련해 일본정부는 자기들을 전쟁 피해 국민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원폭피해) 가해자는 미국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일 낮.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에 있는 진상규명위 사무실에서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이 '진정한 해방감'에 웃을 수 있도록 "시간과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는 최 사무국장을 만났다.
다음은 최 사무국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사무국장께선 변호사 생활할 때부터 꾸준히 일제강점 때의 피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일해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제가 94년부터 97년까지 일본 유학을 했거든요. 노동문제에 관심이 있어 노동법을 전공하러 갔는데, 당시가 일본에 우리 전쟁피해자들이 소송을 본격적으로 제기할 때였습니다. 그 소송을 보면서 단순히 이게 과거의 문제가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의 많은 분들이 이 소송에 협조해 주고 있어서 한편으론 고맙고, 미안하기도 한 마음에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 이번 한일협정 문서 공개를 이끌어낸 소송 변호사였는데, 소감 한 말씀 해주시죠.
"결국 '정의는 이기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개인적 소송의 승소라기보다는 일제청산의 방향이 잡혀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봅니다."
"일제시대 피해자문제해결 위한 판도라 상자의 뚜껑 열렸다"
- 외교통상부가 처음엔 한일협정 관련 문서의 공개를 거부하다가, 입장을 바꿔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한일협정 관련 문서는 161권 가운데, 지난 17일 5권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문서공개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일제시대 피해자문제해결을 위한 판도라 상자의 뚜껑이 열린 것이라고 봅니다. 문서공개로 인해 기대하는 건 일제시대 피해자에 대한 책임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일 양국 정부의 책임이 어느 정도인지 사회적 공론화가 되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 피해자단체들은 이번에 공개된 문서들은 개인청구권에 대한 구체적 협상 내용들이 포함돼 있지 않아, 한일 양국 정부의 책임 소재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수준의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명확하게 일본정부나 일본기업의 책임이 면책이 되었다고 보긴 어렵고요. 다만 상대적으로 한국정부의 책임이 명확해진 것만은 확실합니다. 일제시대 때 피해자에 대한 규모와 그 규모에 걸맞는 나름대로의 액수까지 나오고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 대한 한국정부가 권한만 행사한 게 아니라 책임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책임에 대한 공론화 되고 있고, 책임지겠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도 나오고 있으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폭피해와 관련 일본정부는 자기를 전쟁 피해국민으로 생각"
- 19일 오후 히로시마 고등법원이 강제징용 중 원폭피해를 당한 한국인에게 일본정부는 피해자 1인당 120만엔씩 총 4800만엔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는데요. 이 판결의 의의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일본 국가를 떠나면 원폭 피해자로서의 지위를 상실시키는 내용이 담겨 있던 후생성 통달 120호가 잘못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 부분이 잘못됐다고 인정했기에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것입니다."
- 일본법원이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한국인의 원폭 피해 문제에 대해선 인정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일본에도 수많은 원폭피해자들이 있는데, 원폭피해와 관련해 일본정부는 자기를 전쟁 피해 국민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해자는 미국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국 원폭피해자들도 이해해 주는 판결도 나오고 있는 걸로 해석됩니다."
- 원폭 피해자 문제 해결의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향후 일본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해서 원자폭탄을 민간인에게 사용한 미국정부의 책임이라든지 하는 부분도 새로운 소송으로 전개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원폭 피해 관련해서 미국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당연히 원자폭탄을 민간인에게 사용한 미국에 대한 책임까지 문제 삼아야 합니다."
"2월 1일부터 각 시,도 실무위에서 피해자 신고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