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독자의 특별한 '좋은기사 원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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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글을 써 왔던가. 어떤 글들은 나의 의도에 의해, 또 어떤 글들은 관리 부족으로 인해 소실되어 정확히 확인할 수 없는 바이지만 그 동안 참 많은 글을 써 온 것 같다.

그 중에는 나의 소상한 일상에 대한 글부터, 나름대로 '소설'이라며 쓴 글도 있었다. 또 부족하지만 꽤 여러 편의 시(詩)를 써 왔다.

때로는 글을 쓰는 것이 부질없는 짓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멈추고 싶은 적도 많았다. 그러나 한낮의 이런 생각들을 뒤로 하고 어둠이 가라앉는 시각이면 또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한 글들 가운데에는 취재기사처럼 목적을 가지고 쓴 글들도 있지만 뚜렷한 자각 없이 쓴 글이 훨씬 더 많다.

<오마이뉴스>는 내가 글을 쓰는 것을 멈출 수 없게 하는 좋은 '채찍'이 되어주었다. 기사들의 조회수를 살펴보며 '누군가 나의 글을 읽어준다'는 생각에 잠못 드는 밤도 많았고 때론 독자들의 쓴 소리에 어떻게 새벽이 다 흘러갔는지 모른 적도 있었다.

독자들의 다양한 반응은 물론이겠거니와 부족함이 많은 나의 글에 원고료를 올려주시는 독자들의 정성은 두말 할 나위 없이 모두 특별하고 감사할 뿐이다.

▲**필자와 같은 이름의 독자가 '좋은 기사 원고료'를 올려주셨다.**박성필

그런데 며칠 전 필자는 그 동안 <오마이뉴스>에 올린 기사들을 검토하는 가운데 두 가지 점에서 참 특별한 '좋은 기사 원고료'가 올라왔음을 확인하였다.

우선 한 가지는 지난 여름 무더위 속에서 쓴 기사(<'통곡의 미루나무'는 오늘도 운다>)에 대해 넉 달이나 훌쩍 지난 12월말에 원고료를 올려줬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는 '좋은 기사 원고료'를 보내주신 독자가 나와 '동명이인'이라는 사실이다.

'나와 동명이인의 사람들은 어떤 이들일까?' 이 물음은 언젠가 나의 머릿속을 스쳐간 것 중 하나이다.

인터넷 검색엔진을 통해 나의 이름 석 자를 검색해봤다. 극히 일부만이 검색된 결과이겠지만 나와 이름이 같은 의사, 종교인, 세일즈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는 이들이 눈에 띈다.

누군가의 '이름'이라는 것이 한낱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 평생 함께 하는 것이 이름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기사를 통한 '동명이인' 독자와의 만남은 참 특별한 것이다.

'좋은 기사 원고료'를 올려준 동명의 독자도 이름이 같다는 그 특별함에 매료됐나보다. '좋은기사 많이 올려주시기 바라며....'라는 제목과 함께 짧지만 또 '좋은 채찍', 아니 '무서운 채찍'이 될 만한 글을 남겨주셨다.

"우연히 검색을 하다가 박성필 기자님이 쓰신 글들을 보게 되었답니다. 반가운 마음에 몇 개의 기사를 읽고 부끄럽지만 격려의 마음을 보냅니다. 제 이름도 박성필이지만 또 다른 박성필이란 분이 멋진 일을 하고 계시니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이 짧은 글을 읽으며 얼굴이 화끈거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부족한 글들을 두고 '멋진 일'이라고 하여 부끄럽다. 또 '좋은 글'로 보답할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하다.

문학평론가 김윤식 선생님은 1991년 발간된 그의 저서에 실은 <글쓰기란 무엇인가>란 제목의 머리말에서 자신이 대학시절 쓴 글들을 거론하며 "최근에 우연히 《대학신문》을 들추다가 이를 발견하였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글이지만 거기에는 젊은 내 모습이 남아 있었다"라고 했다.

지금까지 쓴 나의 손이, 나의 정신이 써 내려간 많은 글들이 훗날 보면 유치하고 부끄럽기만 한 글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오마이뉴스>에 올린 기사들을 읽으며, 또 개인적으로 보관하게 될 글들을 읽으며 나의 젊은 날을 추억하게 될 날도 있을 것이다.

글을 써야 한다. 아니 아무도 '써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아도 나의 손이 움직일 것이고 나의 정신이 손을 움직이게 할 것이다.

아직도 창밖은 어둡기만 하다. 그러나 저 어둠 너머에는 희망이 있고 분명 나의 기사를 읽어줄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할머니가 주시는 쌈지돈을 받은 꼬마의 기분이 이럴까. 마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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