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본뜨기 프로그램을 실시하다

방글라데시 자원봉사활동기 - 15

등록 2005.01.22 22:36수정 2005.01.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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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지위에 누운 학생의 신체모양을 본뜨고있는 모습
도화지위에 누운 학생의 신체모양을 본뜨고있는 모습최종술
아침부터 구름이 끼었다. 또 비가 올 듯하다. 휴일(방글라데시 휴일은 금요일이다)을 보내서인지 팀원이 조금씩 늑장을 부린다.

아침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망고와 계란으로 해결했다. 날씨가 더운 탓인지 어젯밤엔 싱싱해 보이던 망고가 하룻밤 새 물러버렸다. 밴은 역시 7시50분경에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8시5분경에 준비를 완료하고 밴을 탔다. 우리 주변에 늘 북적대는 시선들은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12시30분부터는 2반으로 나누어 신체 본뜨기 수업을 실시했다. Ⅲ,Ⅳ,Ⅴ class가 대상이다.

"아이들이 잘 따라하기 힘들 것입니다. 미리 아시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대상이 고학년이니 만큼 진행은 될 겁니다. 그러나 기대는 하지 마세요."

자원봉사자의 조언은 프로그램의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거라는 말이었다. 교실 책걸상을 뒤로 미룬 좁은 공간에 100여 명의 아이들이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을 보인다. 아이들을 보면서 프로그램을 따라오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부담감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신체본뜨기 진행 순서는 먼저 큰 마분지 위에 아이를 눕히고 몸의 외곽선을 따라 볼펜이나 색연필 등으로 그리게 한 다음에 아이를 도화지에서 내보내고 얼굴과 몸을 꾸미게 하고, 그 위에 신체의 각 기능에 장점을 기록하게 한다. 기록한 것을 아이들이 발표하면 종결된다.이 프로그램은 아이들로 하여금 사람에 대한 존엄성을 고취시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신체부위별 장점을 논의하여 적고있다
신체부위별 장점을 논의하여 적고있다최종술
방글라데시에는 인간생명에 대한 존엄성이 약하고 특히 아이들이 어른들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런 아이들에게 자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자란다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을 100% 달성하는 것이다.

방글라데시 어린이는 다친 아이들이 많이 보인다. 현지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엄마들이 부엌일을 하다가 아이들이 자꾸 귀찮게 달려들면 들고 있던 칼을 마구 휘두른단다. 물론 위협이겠지만 방글라데시의 칼 쓰는 법은 우리 나라와 다르다. 부엌용 칼도 낫처럼 생겨서 고기를 자를 때 칼을 세워두고 고기를 칼날을 지나가게 하여 썬다. 그 칼을 들고 휘두르다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그 칼날에 다치고 마는 것이다.

방글라데시에는 정말 천덕꾸러기들이 개들이다. 방글라데시 여기 저기 개들은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모두 온순하다. 온순하기보다 사람을 무서워한다는 표현이 맞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개들을 미워하기 때문에 개를 보면 무조건 두들겨 팬다.

개는 악의 동물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늘 맞고 자랐기 때문에 개들은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우리가 까마귀를 미워하는 것과 같은 경우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방글라데시 환경은 분명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니 아이들이 이웃을 사랑한다든지 사람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인식을 한다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신체부위의 장점을 적은 모습
신체부위의 장점을 적은 모습최종술
신체 본뜨기는 각 신체가 하는 일이나 유용한 면을 부각시키고 스스로 찾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면 아이들이 자기 사랑과 이웃사랑에 대한 인식전환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좁은 공간에서 10명씩 아이들을 나누었다. 지난번 모자이크와 같이 아이들에게 큰 도화지를 주었다. 도화지를 가운데 두고 아이들이 빙 둘러쌌다. 그 중 한 아이를 도화지 위에 눕게 하고 신체 윤곽선을 그리게 했다. 아이들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면서 재미있어 했다.


현지 선생님들도 구경꾼이 되어 지켜보고 있다. 아이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손에 손톱도 그리고 발엔 발톱도 그린다. 그리고 일일이 손톱과 발톱을 장식한다. 누웠던 아이들을 일으켰다. 그려진 신체모양을 보고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깔깔거린다. 몸을 꾸미는 시간이다. 얼굴도 그리고 옷도 그렸다. 연필을 잡은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섬세한 성향이었다. 그림 실력은 없었으나 아주 세밀히 묘사를 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각 팀의 신체본뜨기 프로그램 결과를 학생들이 발표하고 있다
각 팀의 신체본뜨기 프로그램 결과를 학생들이 발표하고 있다최종술
그리고 아이들에게 각 신체부위의 장점을 쓰게 했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우리 팀의 가장 우려하는 바도 이 부분에서 아이들이 장점을 찾지 못한다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우려와 달리 아이들은 눈의 장점이나 팔의 장점 등을 잘 찾아냈다. 아이들은 신체의 장점들은 각 부위별로 서너 가지씩 적었다.

그리고 그것을 아이들은 진지하게 발표했다. 선생님들과 우리들의 우려와는 아무 상관없이 쉽게 진행이 되었고 현지 선생님들도 고맙다고 인사했다. 성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히려 현지 자원봉사자들의 사고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현지 아이들을 너무 비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지금까지의 프로그램은 무리없이 잘 진행된 듯하다. 이런 프로그램을 접할 기회가 없어서 낯설 뿐 적응하지 못한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현지 자원봉사자들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일까? 아이들의 성장이 느껴진다. 곁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나무가 자라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하다가 어느 시일이 지나 그 나무를 보면 성장한 것이 눈에 띄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우리의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현지 자원봉사자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많이 성장한 사실을 느끼고 그에 맞게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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