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여성당직자 폭행' 가해자 징계수위 낮아져

'제명'에서 '자격정지 4년'으로... 당내 온·오프라인 반발 계속

등록 2005.01.24 18:19수정 2005.01.2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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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논란이 돼왔던 민주노동당 여성당직자 폭행사건의 가해자 징계가 '자격정지 4년'으로 최종 결정됐다. 24일 민주노동당 중앙당 당기위원회는 "재심신청인(가해자)들의 행위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이기는 하나 이번에 한하여 당원의 자격만은 유지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같은 결정을 발표했다.

이같은 결정은 지난해 11월 가해자를 제명조치한 서울시 당기위의 양형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당기위원회는 결정의 근거로 ▲폭력행위가 친목을 다지는 술자리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하였으며 ▲재심신청인들이 이전에 이와 유사한 폭력행사의 전력이 없었다는 점 ▲사건발생 후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였으며 ▲재심신청인들이 사건발생 후 즉시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또한 중앙당 징계위원회에서 이미 징계면직까지 되었다는 사정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당기위 결정에 대해 중앙당 당직자들이 반발하고 있는데다 당 홈페이지에는 "당기위원들이 같은 정파 소속 가해자를 감싸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당내 파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위원회에서는 이미 반대 연서명이나 성명서가 발표됐으며 항의시위도 이어질 예정이다.

당기위 결정 반발 이어져... 파장 계속될 듯

지난 21일 몇몇 서울시당 소속 여성당직자들은 "부끄러워 못 살겠다, 씩씩한 언니들을 패는 정당?"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당기위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 중 '씩씩한 언니'라는 표현은 지난해 김혜경 대표가 취임하면서 "씩씩한 언니들의 정당을 만들겠다"고 한 것을 빗댄 것이다.

서울시당 산하 일부 지역위원회와 당 성적소수자 모임 '붉은이반' 등도 이미 지난 22일부터 당 홈페이지(www.kdlp.org) 당원토론게시판 등을 통해 오는 25일 중앙당사 앞 시위 등을 예고하며 중앙당기위에 대한 항의 연서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당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이 사건은 당직자(당원)가 상급자, 연장자, 남성 등의 지위권력에 근거해 일방적인 폭력을 휘둘러 다른 당직자(당원)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주위 사람까지 충격을 받게 한 사건"이라며 "가해자들에 대한 제명 처분이 철회된다는 것은 곧 민주노동당이 '지위권력'과 '일방적인 폭력'을 당내에 용인하겠다는 말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당내 여성의 인권보호에 가장 앞장서야 할 책임 있는 기구인 여성위원회는 이 문제를 성폭력의 차원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대책을 세우거나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여성위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현재 이들의 연서명 움직임에는 당원 50여명이 리플을 달아 지지의 뜻을 밝힌 상태다.


경기 군포지역위원회,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등에서도 당기위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냈다. 서울시당 여성위원회는 "중앙 당기위는 민주노동당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정당이 아니라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줄 수 있는 결정을 내리라"고 요구하며 "중앙 당기위의 결정이 '제명철회'로 내려진다면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당원은 "서울시당 당기위에서 결정을 할 때 위원들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 결정의 지도가 나누어졌다고 한다"고 이전의 제명 결정을 비판하며 "정파적 대립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제소된 사안에 대한 사실관계와 정황을 정확히 함으로서 정파적 판단을 배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성당직자폭행사건'은?

2004년 8월 발생한 '여성당직자폭행사건'은 K아무개 실장과 C아무개 국장이 당 내부 수련회에서 술에 취한 채 같은 부서 당직자 A씨에게 "선배들에게 호칭을 생략했다"는 이유로 폭행을 가한 사건이다. 당시 K 실장과 C 실장은 안주그릇을 던지며 A씨의 머리와 상체를 발로 찼고, 맥주병을 깨 휘두르며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이후 두 사람은 당직에서 면직됐고 당기위에 제소됐다. 그 뒤로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피해자의 행동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피해자 책임론'과 "가해자라고 해도 정치적 생명을 끊어서는 안된다"는 '가해자 동정론', 그리고 이에 대한 반박이 이어졌다.

서울시 당기위원회는 "이 사건은 일부 당원들에게 아직도 권위주의와 남성우월적인 문화의 잔재가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같은 해 11월 초 가해자들을 제명 조치했지만, K 실장과 C 국장이 이에 이의신청을 제기해 사건이 중앙 당기위로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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