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화끈하게 힘 보태라"-"왜 한나라당 붙잡나"

[현장] '열린우리당-민노당' 서먹한 만남, 뼈있는 대화

등록 2005.01.25 21:48수정 2005.01.25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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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5일 오후 5시 40분께 민주노동당사를 방문한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25일 오후 5시 40분께 민주노동당사를 방문한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 권박효원


"민주노동당은 원내의 소금이고 상당히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너무 잘 하셔서 위협을 느낀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열린우리당이 우리를 왜 무서워하는지가 궁금하다. 개혁의지 있는 당이라면 우리와 함께 해야 하는데 한나라당과의 줄다리기만 하고 우리를 너무 얕보는 것 아니냐."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25일 정세균 열린우리당 새 원내대표의 민주노동당 방문은 시종 서먹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웃음꽃이 핀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민노당측은 재벌 문제 등 열린우리당의 개혁 후퇴를 크게 우려하면서 '민노당과의 파트너십'을 요구했고, 정 대표는 "개혁과 민생이 조화를 이루되 경중완급을 가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혜경 "개혁의지 있으면 왜 한나라당 잡나"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지난 연말까지는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을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열린우리당을 비판했다. 김 대표는 면담 내내 "열린우리당이 개혁의 다리를 잡는 한나라당만 붙잡는다"며 "국회법에 없는 4자회담이니 원탁회의니 하지 말고 제대로 운영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계속되는 민주노동당의 개혁 요구에 "민주노동당이 화끈하게 밀어달라"고 응수했다. 김 대표는 "매일 밀어주지 않냐"고 말하자 정 원내대표는 다시 "우리가 힘이 없다"며 한나라당과의 협상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김 대표는 "정기국회 때 4대 입법안이 많은 논란 속에 해결되지 않고 넘어왔는데 법안 처리도 입장을 갖고 같이 했으면 한다"며 여당의 개혁기조 유지를 요구했고,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비정규직 관련 법안에 대해 "비정규직화 현상을 막아야 내수도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 역시 구체적인 현안을 들고 질문에 나섰다. 조 의원은 "출자총액제도, 회계분식 등 재벌개혁이 후퇴된다는 보도가 있어 우려스럽다"며 "실용주의도 좋지만 이미 합의한 개혁까지 경제살리기를 명분으로 후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등은 2월달에 상임위에 상정될 것"이라며 "순리대로 하겠지만 국민들이 너무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유보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또한 정 원내대표는 "개혁과 민생이 조화를 이루되 경중완급을 가려야 한다"며 "작년에는 정열과 염원에 비해 성과가 적었다면 이에 대한 개선책 실천도 중요과제"라고 말했다.

또한 정 원내대표는 재벌개혁과 관련해 "의원으로서의 정세균과 여당 원내대표로서의 정세균이 꼭 같을 수는 없다"며 "(재벌개혁에 대한) 당론 후퇴는 없지만 미세한 조정은 고려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5시 40분께부터 약 20분간 방문을 마친 뒤 민주노동당사를 떠났다. 다음은 이날 발언 전문이다.

a 25일 오후 5시 40분께 민주노동당사를 방문한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5일 오후 5시 40분께 민주노동당사를 방문한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권박효원

정세균 "화끈하게 밀어달라... 우리가 힘이 없다"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지난 연말까지는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을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새 원내대표는 우리를 파트너로 생각하시길 바란다. 김부겸 수석부대표가 안 오셨네. 그전에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수석부대표간에 결정하고서는 이행이 잘 안됐는데 이번에는 잘 되게 부탁드리려고 했는데…."
김창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첫 만남부터…."(웃음)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저는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원내진출이 가장 의미있는 일 중 하나라고 본다. 원내에서 소금이고 상당히 소중한 역할이다. 너무 잘 하셔서 위협을 느낀다."

김혜경 "소금은 원래 부패를 막는 역할이다. 열린우리당이 우리를 왜 무서워하는지가 오히려 궁금하다. 개혁의지 있는 당이라면 우리와 함께 해야 하는데 한나라당과의 줄다리기만 하고. 우리를 너무 얕보는 것 아닌가.

2005년 가장 큰 문제는 빈곤인데 추경예산에서 복지예산이 추가되어야 한다. 열린우리당도 민생경제를 말씀하고 계신데 힘을 갖고 함께 해 주십사 협조를 부탁드린다. 열린우리당이 오히려 우리에게 협조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웃음) 정기국회 때 4대 입법안이 많은 논란 속에 해결되지 않고 넘어왔다. 법안 처리 같이 했으면 한다. 국회법에 없는 4자회담이니 원탁회의니 나가지 말고 제대로 운영하시길 바란다."

정세균 "지난해에 예결위원장이었는데 민주노동당의 이영순 의원, 노회찬 의원이 예결위 위원으로 좋은 질의를 많이 하셨다. 정책적으로 합치되는 부분이 많다. 현재로선 추경 편성 계획이 없지만 하게될 경우 그런 부분 반영해야 한다.

가능하면 국회법대로 상임위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노력하겠다. 국보법은 2월달에 상임위에 상정될 것이다. 순리대로 하겠지만 국민들이 너무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

개혁한다고 민생 안하는 게 아니고 조화를 이루면서 해야 한다. 다만 경중완급을 잘 가려야 한다. 작년은 뜻은 있었는데 정열과 염원에 비해 성과가 적었다면 되짚어 보고 개선책을 실천하는 것도 중요과제다."

김혜경 "민생으로 개혁을 미루거나 개혁으로 민생이 후퇴해서는 안된다. 수레의 양바퀴처럼 하나의 고리로 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철폐는 우리 당의 당론이다. 비정규직화 현상이 없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의 핵심이고 내수 등의 문제도 다 걸려있다. 과거사법, 사립학교법도 그렇고. (개혁의) 다리 잡는 한나라당만 잡지 말고 민주노동당과 파트너쉽을 잘해서 풀자.

정세균 "민주노동당이 화끈하게 힘 보태달라."

김혜경 "매일 밀어주지 않냐."

정세균 "우리가 힘이 많이 없다."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 "오늘 언론에 출자총액제도, 회계분식 등 재벌개혁이 경제살리기 명분으로 후퇴된다는 보도가 있어 우려스럽다. 정책적으로 실용주의도 좋지만, 이미 합의한 개혁까지 후퇴해서는 안 된다."

정세균 "집단소송제는 제가 2000년 16대 국회 첫 대정부질의에서 당시 진념 경제부총리에게 도입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 부분 잘 알고 있고 이후 재경위에서 계속 촉구했다. 의원으로서의 정세균과 여당 원내대표로서의 정세균이 꼭 같을 수는 없다.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 일관된 정책과 경제개혁이 없이는 선진경제와 2만불 시대에 들어갈 수 없다.

정부가 자체적으로 경제인 기 살리기를 하는 분위기인데 근본적으로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약간의 조정은 있을 수 있지 않나. 당론 후퇴는 없지만 미세한 조정은 분위기 일신 측면에서 고려할 수 있다."

김혜경 "바쁘신데…."

정세균 "만나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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