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 KTX 속도를 잡았다

고속열차 촬영해 경기관광사진공모전 금상 받은 정성현씨

등록 2005.01.26 12:41수정 2005.01.2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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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달려라 KTX" 정성현씨 수상작.

"달려라 KTX" 정성현씨 수상작. ⓒ 정성현 제공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한국고속철도(KTX) 열차를 렌즈로 포착, 지난 12월 22일 '제1회 경기관광사진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아마추어 사진작가 정성현(29)씨를 찾아 안양시 신촌동으로 향했다.

쌀쌀한 날씨 속에 두툼한 옷차림의 그는, 튼실한 어깨에 묵직해 보이는 가방을 둘러맨 채 을씨년스런 하늘과 나무를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신학대학 4학년생인 그는 나이 보다 서너 살은 앳돼 보였다.

"친구가 디지털 카메라를 갖고 있어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 외에는 수시로 사진 촬영을 다녀요."

"인터넷 동호회에 사진을 올리며 평가하고 정보를 공유할 뿐, 사진에 대해 특별히 배운 것은 없어요.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즐기다보니 사진콘테스트에서 2, 3등은 물론, 1등 수상 경력이 쌓이더군요."

광명역사에서 우연하게 촬영

a 카메라를 든 정성현씨

카메라를 든 정성현씨 ⓒ 우리안양 제공

정씨는 "당신은 사진의 힘을 믿습니까"란 광고문안을 떠올리며 지난 10월 17일 오후 4시경 여자친구와 함께 우연히 광명역사를 찾았다고 한다.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느낌이 좋았고, 국제공항에 버금가는 웅장함에 적잖이 놀랐다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탐색하던 중, 뜻밖에 좋은 구도가 숨어 있음을 발견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심장이 쿵쿵 뛰며 온통 설렘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분명히 좋은 사진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목적을 갖고 스스로 사진 찍기에 도전하는 것이 좋았기에 2시간 정도 안간힘을 쏟았을 거예요. 생각지도 않았던 금상 수상을 접하는 순간 '과연 내가 받아도 좋은 상인가' 벅찬 감격에 앞서 머리가 띵해 지더라구요"라며 그때를 담담히 술회한다.


경기관광사진 공모전은 도의 다양한 모습을 사진을 통해 지속적으로 국내외에 홍보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추진되었다.

'달려라 KTX'로 디지털부문 최고 금상을 수상한 정씨의 작품은 "유선형 구조의 외부형상과 시속 300km로 달리는 차세대 초고속철의 동감을 하이 앵글로 잘 표현했고, 도약하는 21세기 경기도의 이미지와 부합되며 예술성이 뛰어나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교회 행사 촬영 전담하는 ‘찍사’로 통해

정씨는 "처음 카메라를 접할 때는 장난하는 수준이었어요. 광고 사진이나 다큐멘터리, 리얼리즘을 좋아 하다보니 한 순간, 사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더군요"라고 말한다.

"교회 집사님의 자녀가 백혈병으로 사경을 헤매기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서 선물했더니 얼마나 좋아하시든지…"라며 말끝을 흐린다.

그는 모태신앙으로 교회의 크고 작은 행사 사진을 전담해서 찍었기에 교회에서는 찍사로 통한다고.

"뒤돌아볼 때 사진은 가장 마음에 남는 소중한 추억이지요. 늘, 가족이 다 모이는 명절에는 가족사랑을 자연스럽게 포착하기에 바쁘지요"라며 가족에 각별한 애착을 보였다.

"맞벌이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서 언제나 살갑게 등을 토닥여 주시는 할머니(84)께서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바라지만, 영정 사진만은 꼭 제 손으로 찍어 드리고 싶어요."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에도 심혈을 기울여서 다정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선물할 생각입니다. 알콩달콩 가족사랑이 묻어나는 사진을 많이 찍고 싶어요." 인터뷰 중에도 새록새록 피어나는 가족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진로는 당연히 그림이죠"라는 그는, 미술에 뛰어난 감각과 소질이 있어 일러스트레이터로 두각을 드러냈다고 한다. 신문에 삽화를 연재하며 교육용 책자에 애니메이션을 그린 화려한 경력자라고.

군에서 만화가 문하생인 후임병에게 많은 영향을 받아서 군대회보를 발행하기까지 했다고. 그렇다고 전문 학원에 다닌 것은 아니다. 그저, 그림이 좋아서 노트에 낙서하듯 스케치하며 터득한 실력일 뿐이라고 한다.

"제가 그림이나 사진에 몰두하기까지는 기독교 교육의 마인드가 모든 분야에 적용되어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사진에도 생명이 있기에 '내가 찍은 사진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선한 사진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며 촬영해요. 언제나 영혼과 호흡하는 그림이나 사진을 찍고 싶은 것이 소망이지요."

정씨의 작품 '달려라 KTX'는 장엄한 위용을 자랑하며 기세등등한 생명력으로 살아 움직이며, 2005년을 향해 모든 이의 가슴속으로 힘차게 달려오고 있었다. 국내 최초의 고속 열차가 국민들의 희망과 염원을 싣고 힘차게 달리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우리안양>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우리안양>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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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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