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은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산 도중에 순간적으로 정상이 모습을 보였다.정헌종
포항에서 자가용으로, 다시 대구에서 비행기로 갈아 탄 우리 일행은 한라산을 오르기 위해 제주도에 도착했다. 술자리에서 제주에 가 보자는 제안으로 시작된 이번 거사는 돌발적인 상황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왕 맘 먹고 나선 길 제주를 맘껏 즐기고 오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제주에 도착하니 회색 구름이 온통 섬을 감싼 채 한라산을 축축하게 적시고 있는 것 같았다. 택시를 잡아타고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사오십분 간격으로 있다는 어리목행 버스에 운 좋게 올라타긴 했지만 등산객이 많아 빽빽한 손님 틈에 끼어 불편한 여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들판을 가로 지르니 눈들이 날리기 시작했고 제설이 채 되지 않은 한라 어리목으로 가는 길목에는 제주 경찰이 차량을 통제 하고 있었다.
환상의 눈꽃 향연과 변화무쌍한 구름의 축제
지난 번에 내린 폭설에 제설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눈이 오는 바람에 일반 차량은 통행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해발 900고지에서 우리 일행은 버스에서 내려 어리목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어리목 매표소까지는 걸어서 20여분 거리였지만 양 옆으로 화려하게 핀 눈꽃의 장관은 탄성을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