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미발추 문제는 국가의 책임

미발추 채용은 별도 정원으로... 전문성 함양 위한 장치도 마련

등록 2005.02.07 20:20수정 2005.02.0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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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교육위 찬반투표 앞둔 '미발추 특별법' 논란

최근 미발추(미발령교사 완전발령 추진위원회)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교육상임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자 사립사범대 교수, 임용시험 준비생, 사범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발령교사들의 권리 회복은 법치국가의 최소한의 의무

미발령자들이 국립사범대에 진학할 때 국가는 졸업과 함께 중등교원으로 임용할 것을 약속했었다. 이에 따라 졸업 후 중등교원 임용후보자 명부에 이름이 올려졌고 동시에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유보되었다. 만약, 명부에 오르고서도 다른 직업을 갖고자 한다면, 4년간 국가로부터 받았던 장학금을 반납하고 졸업과 함께 취득한 교사자격증 또한 박탈 당해야 했던 것이다.

이러한 신분적 제약 속에서 발령을 기다리던 이들을 법이 바뀌었다면서 하루 아침에 그 권리를 무효로 한 것은 법을 믿고 따랐던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린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미발령교사들의 임용의 근거가 되었던 법은 우리 나라에서 40년 가까이 시행되어 오던 법이었다. 사회적 산물인 법이 시대가 변함에 따라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민이 법을 신뢰하고 준수할 수 있는 것은 그 법이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믿음과 그 법을 준수한 책임이 개인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만약, 법이 바뀔 때마다 법을 지킨 데 따른 불이익을 국민이 감수해야 한다면 법치주의는 그 뿌리부터 흔들릴 것이며 국가는 준법의 의무를 국민에게 강요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해 3월 헌법재판소는 '사범계 지역 가산점'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한 바 있으며 그해 8월 국회와 교육부는 동 조항에 대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을 통해 가산점 제도는 폐지하되 경과 규정을 둬 현재 사범대 재학생들의 신뢰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혜택을 주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15년 전, 법을 신뢰하고 그 법에 따라 모든 절차를 마치고 단지 학교 배정만을 남겨 두었던 미발령 교사들의 권리는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다. 늦었지만 이들의 권리를 회복 시켜 주는 것은 법치국가로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는 일이 될 것이다.


미발추, 임용고시준비생, 사범대생들의 고통의 근본적 원인

현재 우리 나라는 중장기 교원임용정책이 부재한 상태이며 양성과 임용이 국가의 책임이 아니라 개인의 책임으로 되어 있다. 우선 임용 위헌결정 전에 교사로 임용되어야 할 사람들이 지금까지 미발령 상태로 남아 있는 것과 수많은 현재의 교사지망생들이 과도한 경쟁률 속에 대부분이 교단의 꿈을 접어야 하는 이유는 이제까지 진행되어 온 정부의 수급 정책이 중등교원의 공급 과잉을 야기하였기 때문이며 임용 또한 교원법정정원에 못 미치게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현재의 임용고시는 교원 과잉 공급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교원의 질적 변화를 외면한 채 경쟁 체제만을 통해 필요시에 선발만 하면 된다는 무책임한 정부에 의해 탄생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미발추와 임용시험 준비생들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려는 적극적 노력 대신 방관자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진정 책임 있는 교육부라면 올바른 교원양성수급정책의 부재와 법을 신뢰한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은 데서 발생한 미발추 문제의 해결과는 별도로 현재의 교원 수급 불균형을 제고(특히 양성 기관의 비대함을 조정하고 82%에 머물고 있는 교원법정정원의 확보)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양성임용정책을 내놓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미발령교사의 특별 채용은 별도의 정원으로 이루어질 것


임용시험 준비생들이 미발추 특별법에 대하여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가장 큰 이유는 미발령교사들의 임용으로 신규임용인원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미임용자들을 구제하는 방법으로 국회에 제출된 특별법 개정안은 신규임용정원을 떼어 내서 미발령교사들에게 주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원를 만들어서 미발령교사들에게 주는 것으로 임용방법을 명시하고 있다. 즉, 미임용자들을 구제함으로써 신규 임용 인원이 감소하지 않도록 최근 5년간 평균신규임용인원 외에 별도의 정원을 확보할 것을 법안에 규정하고 또 그 구제의 기간도 5년으로 규정함으로써 현재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2중 3중의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새로이 확보되는 정원마저도 임용시험 준비생의 몫이라고 하는 일부의 주장은 법 개정의 취지를 오해했거나 편협한 이기주의적인 사고의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교사로서의 전문성 함양을 위한 별도의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미임용자들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학교만 배정받지 못했을 뿐 이미 법이 정한 임용절차를 모두 마친 이들이다. 지금과 비교하면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임용명부에 이름이 올라있는 것과 같은 자격인 것이다.

미임용자들의 책임은 아니라 하더라도 시간의 경과에 따른 교육과정의 변화에 바로 적응하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미임용자들을 특별법 개정과 함께 즉시 교사로 임용하는 것이 아니라 1차적으로 채용심사위원회를 통해 그 자격을 검증하고 또한 교사로서의 전문성 함양을 위한 특별연수를 교육부가 실시하도록 개정법안에는 명시해 두고 있다.

또 교육 현장의 수급상황에 따라 부전공 연수가 필요한 교과에 대해서도 단기간의 부전공 연수가 아니라 현행 법에 명시되어 있는 부전공에 필요한 30학점을 이수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현직에 있는 교사는 물론 사범대학에서 부전공자격 취득에 필요한 학점과 동일한 것이다. 미발령교사들이 잊은 것은 과거에 배운 지식이지만 더욱 강고해 진 것은 교사로서의 사명감과 교단을 향한 열정이다. 지식은 연수 과정을 통해 충분히 만회될 수 있을 것이다. 연수가 끝난 후 미발령교사들의 교사로서의 전문성과 자질을 다시 한번 검증해 주길 바란다.

미발추, 임고생이 함께 승자가 되는 길

미발추 권리회복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미발추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지 4년이 다되도록 해결되지 않고 국회에 표류 중인 가장 큰 이유는 이해 관계자라고 하는 사립사범대측의 법 제정과 개정에 대한 반대 목소리 때문이었다. 이러한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2003년 4월과 2004년 12월에 각각 공청회를 열었고 반대 측 의견을 수렴한 결과가 바로 '별도 정원'이다. 피해자를 구제하는 일이 또 다른 피해자를 낳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국회의 입장이며 미발추의 입장이다.

국회와 교육부에서 별도의 정원을 확보한다고 하는 데도 이를 믿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 정책이 얼마나 신뢰를 잃어 왔는가 하는 것에 대한 반증일 수 있다. 미발령교사들은 이후 법 시행과정에서 별도의 정원이 확보되도록 끊임없이 강제할 것이다. 진정 교육을 걱정하는 이들이라면 바로 이러한 것들이 바로 시행될 수 있도록 감시와 견제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더불어 이번 일을 계기로 현재 임용시험준비생들이 겪는 고통의 원인을 바로 진단하여 그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서로가 영원한 피해자로 남는 것이 아니라 함께 승자가 되는 길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미향 기자는 미발추 홍보부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미향 기자는 미발추 홍보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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