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시인 추모행사(자료사진)김남주추모사업회
그가 떠난 2월의 찬바람은 겨울의 끝에서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릴 줄 알게 하는 사랑을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이때쯤이면 칼바람 불던 겨울도 이제 땅속에 잠든 그의 혼을 깨우며 봄이 머지 않았음을 알게 한다. 어두운 시대, 불의한 시대에 온몸으로 맞서야 했던 그의 삶은 전사이기를, 혁명가이기를 요구했지만 그에게는 이제 군불 지핀 따뜻한 사랑방만큼의 사랑만이 남아 있다.
이제 혁명의 시대는 지나갔을까, 어두운 암흑의 시대가 지나간 것 같지만 짐짓 사람들의 마음은 아직도 암울한 듯하다. 겨울의 텅빈 들녘만큼이나 남도의 들녘은 긴 어둠의 터널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제 혁명의 시대도 전사의 시대도 더 이상 오지 말고 오직 그가 꿈꾼 사랑과 통일만 노래하고 싶어지는 것은 흘러간 시간의 변이일까.
김남주 시인의 시는 그동안 '언어의 화살'이라고 일컬을 만큼 직선적이고 가슴을 울렁이게 만드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 가득한 진정성을 말해주는 듯 서정성을 느끼게 하는 시 또한 많음을 알 수 있다.
살아생전 김남주 시인의 고단한 삶이 혁명을 원하는 '언어의 화살'을 쏘아 올리게 했다면, 이제 그의 삶의 뒤안에서 그가 한 인간으로서 남긴 서정의 진정성을 찾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