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쟁취하라던 16년 전 인사

16년 전 <노동문학>에서 만난 두 정치인

등록 2005.02.18 04:28수정 2005.02.1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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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년 전 잡지에서 발견한 두명의 정치인

a <노동문학> (1989.3월호) 표지

<노동문학> (1989.3월호) 표지 ⓒ 김성철

장승현 기자의 ‘16년 전 잡지에서 발견한 두명의 정치인’ 기사를 읽고 나도 16년 전에 읽었던 <노동문학> 잡지를 책장에서 꺼내 다시 읽어 보았다.

<노동문학> 창간호(1989. 3월호)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이 기고했던 칼럼 두편이 눈길을 끌었다.


먼저 노 대통령의 ‘매 맞는 노동자의 희망’ 칼럼 기고문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새해 큰 절을 올리면서 “ ‘새해 복 많이 쟁취하십시오.’ 요새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하지 않고 ‘복 많이 쟁취하십시오’한다”며 “이 말의 의미는 복이란 운 좋게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우리 노동자들처럼 몸뚱이 하나로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만 얻어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 행복에 관해 “행복은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 속에 있어야 한다”면서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들의 욕망 속에 행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작업복 입고 일하는 소박한 사람들의 마음에 행복이 깃들어야 할 것”이라고 쓰여 있다.

a <노동문학> 창간호에 실린 노무현 대통령 칼럼

<노동문학> 창간호에 실린 노무현 대통령 칼럼 ⓒ 김성철

노 대통령은 노동조합 결성에 대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 결성되었을 때의 그 환희, 어려움을 뚫고 손을 맞잡으며 우리의 모임을 꾸려 나간다는 그 가슴 뿌듯함, 단체 협상을 마무리 짓고 사장과 노조 위원장의 억센 손이 악수를 나눌 때, 우리도 똑같이 평등한 인간이라는 그 해방감에 벅차게 가슴이 뛸 것”이라며 노동조합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은 평등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푸대접 받는 노동자의 삶도 억울한데 회사측의 사주를 받아 양심을 팔고 공권력과 결탁해서 자행되는 대리 싸움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사악한 자들을 물리치고 평등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나아가자”고 주장했다.

한편 김근태 장관은 ‘겨울속의 풀뿌리’ 칼럼 기고문을 통해 노동자들의 현실과 구사대의 포악성을 고발하기를 “자본가의 횡포 앞에 노동자들은 늘 직업이 불안정 할 수밖에 없어, 본의 아니게 자본가에게 아부하고 눈치를 보면서 구사대에 편입되어 폭력의 앞잡이 역을 하는 노동자들이 많다”면서 “‘구사대는 물러가라!’하며 대치하던 조합원 중 4명이 위협용으로 자신의 몸에 신나를 붓고 맞섰는데 갑자기 누군가 켠 불이 그들의 몸에 확 옮아 붙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a <노동문학> 창간호에 실린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 칼럼

<노동문학> 창간호에 실린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 칼럼 ⓒ 김성철

노동자 4명이 온 몸에 불이 붙어 땅바닥을 뒹굴고 있는데도 “정말 무서운 것은 불꽃이 되어 뒹굴고 있는 4명의 조합원들에게 달려들어 불을 끄는 대신 냉정하게 아주 냉정하게 사진을 찍어 대는 관리직 사원들이 있었다”며 “과격한 노동자들의 모습을 찍어 둔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였을까 참으로 모를 일이다”고 개탄했다.

구사대가 지나간 자리에 “공장 마당에 나 혼자 남아 있었다. 순간적으로 외로움이 몰려왔다. 신나통을 들고 버티고 있을 조합원들의 고독함과 함께 남영동에서 지독하게 곱씹었던 무력감이 한꺼번에 몰려왔다”고 고백했다.


공권력에 대해서도 “미국과 관련된 것이라면 화들짝 놀라서 천방지축이 되는 우리 나라의 공권력, 그들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자기 나라의 노동자를 범죄자로 모는 공권력 이것이 문제”라면서 “법과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어떠한 탄압도 불사하겠다는 노태우 씨의 말이 그대로 모토로라 사건으로 나타난 것 같아 착잡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도도히 떠오르는 역사의 법칙은 누구에 의해서도 거부될 수 가 없다. 밝히면 밝힐수록 풀뿌리는 더욱 강해지는 법이다”고 역설했다.

당시 나는 이 두편의 칼럼을 읽고 나서 봉제공장 사업주들의 부당성을 고발하기 위해 ‘선희의 하루’를 기고하여 <노동문학>(89.6월호)에 실리게 되었다.

<노동문학>과 나와의 인연은 이렇게 해서 시작되었고 그로부터 16년의 세월이 흘러 한 사람은 대통령이 되었고 또 한 사람은 장관이 되었다.

노 대통령의 “새해 복 많이 쟁취하십시오”라는 하는 인사말이 사라지 않기를 바라고, 김 장관은 “도도히 떠오르는 역사의 법칙” 앞에 남영동에서 지독하게 곱씹었던 이근안 전 경감을 찾아가 모든 걸 용서해 줬던 그런 아름다운 만남이 계속 지속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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