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네
지난 18일 오전 9시 20분께 노환으로 한쪽 다리가 불편한 김씨 할아버지(75)는 걷고 있다. 김씨는 부천에서 ‘비교적 중산층 지역’인 원미구 중동 신도시 중2동의 한 아파트에 산다.
식사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료 급식소를 찾는다. 며느리에 함께 사는데 삼시 세끼를 다 챙겨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미안하기 그지없기 때문에 고민 끝에 그가 찾아간 곳이 바로 집에서 2㎞ 정도 떨어진 부천시 소사구 송내동 송내 남부역의 어르신 무료식당 ‘향기네’다.
김씨는 “하루 종일 얼굴을 맞대야 하는 며느리에게 미안함을 덜고, 비슷한 처지의 친구가 있어 운동 삼아 40분 걸려 찾는 곳”이라고 말했다.
어떤 사람들이 이 곳을 찾을까. 이렇게 말벗이 필요한 어르신이나, 진짜 형편 때문에 점심을 거르는 원거리 노인 등이다. 원거리에서 찾은 온 사람들은 무임승차권을 이용, 송내역에 내려서 찬찬히 걸어오면 3분만에 올 수 있다. 그만큼 접근성이 좋다. 물론 지척에서 찾는 부천 출신 어르신도 많다.
10시가 되자 어르신들이 식당에 모여든다. 40여개의 좌석이 마련된 식당은 10시 30분이면 ‘만원’이 된다. 이렇게 어르신 무료급식이 끝나면 이 식당은 바로 ‘생고기 3인분에 1만원을 받는 돈아 이리와 우리랑 놀자’라는 선술집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저녁 영업을 위해서다. 무료급식시간인 점심에는 ‘개점휴업’으로 손님을 받지 않는다. 점심 돈벌이를 버리고, 돈쓰기를 작정했다.
시련도 있었다. 지난 해 7월부터 ‘선술집’에 찾아온 ‘불의의 사고’로 인근 건물 주차장에서 ‘천막 점심’을 제공하기도 했다. 일행 중 뒤늦게 들어온 미성년자 음주가 적발돼 1달 동안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점심 봉사는 천막을 넘어뜨리는 한 여름의 폭풍우를 뚫고 계속됐다.
1873일 11만2천명에게 점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