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관리시스템 'e지원'에 푹 빠진 노 대통령

의사결정과정 한눈에... 내년엔 '디지털 정부'로 확대

등록 2005.02.24 03:39수정 2005.02.24 10:32
0
원고료로 응원
"e지원은 말입니다..." 강태영 청와대 업무혁신비서관이 23일 오전 춘추관 에서 '청와대 업무관리 시스템 e지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지원은 말입니다..." 강태영 청와대 업무혁신비서관이 23일 오전 춘추관 에서 '청와대 업무관리 시스템 e지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김동진

대통령비서실이 '디지털 청와대'로 변신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 노무현 대통령이 서있다.

청와대는 '문서관리카드'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업무관리시스템 e지원(e知園)'을 새롭게 개편해 대통령비서실의 일하는 방식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e지원'은 청와대의 아름다운 정원인 '녹지원'에서 차용한 '청와대 디지털 지식정원'(e知園)을 의미하는 한편으로 '사용하기 쉽고 편리하게 하나로 통합된 업무관리시스템'(easy one)을 의미한다.

e지원에 푹 빠져 일요일 새벽까지 일하는 노 대통령

노 대통령은 지금 e지원에 푹 빠져 있다. 청와대 부속실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주중에 하루 평균 4시간씩 이 '청와대 디지털 지식정원'을 산책하며 업무를 수행한다.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산정하면, 노 대통령은 하루의 절반은 온라인으로 나머지 절반은 오프라인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셈이다.

e지원 구축으로 시작된 디지털 보고 시스템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큼 대통령과 비서실의 업무 스타일에 효율성을 가져왔다. 특히 업무 처리량이 놀랍게 늘었다. e지원에 푹 빠진 노 대통령은 일요일 새벽 2시에 지시사항을 문서관리카드에 메모하기도 한다.

청와대 부속실에 따르면, 노 대통령이 매일 e지원 사용에 할애하는 시간은 보통 조찬 전 두 시간과 만찬 후 두 시간쯤이라고 한다. 이 시간 동안 노 대통령은 많게는 서른 개까지 보고서를 읽는다. 디지털화가 이루어지기 전보다 세 배 정도 보고서 처리량이 늘어난 것이다.


강태영 청와대 업무혁신비서관은 23일 출입기자들에게 업무관리시스템 e지원에 대해 설명하고, 행정요원·행정관·비서관이 문서관리카드로 작성한 보고서가 e지원을 통해 온라인으로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지시 받는 의사결정과정을 직접 시연해 보여줬다.

강 비서관은 "업무관리시스템이 가동된 이후에는 보고서 작성자가 처음 만든 문서부터 중간 검토자들이 어떤 의견을 내 어떻게 보고서를 수정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이 내린 최종 결정과 지시 등 일체의 의사결정 과정이 소상히 기록에 남게 된다"며 "보고사항에 대한 대통령의 결정내용과 지시사항을 행정관과 행정요원들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누가 처음 정책을 입안했는지,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과장, 실·국장이 어떤 의견을 제시했는지, 관련부처, 이해관계자와는 어떤 협의를 거쳤는지 하는 정책검증 과정을 비롯한 모든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만큼 '정책실명제'의 기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서관리와 기록관리가 골간

노무현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노트북을 펴놓은 채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노트북을 펴놓은 채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김동진
이처럼 업무관리시스템 e지원은 행정업무의 전산화, 단순한 온라인 보고 및 전자결재 등의 수준을 넘어 모든 문서의 생성부터 결재 뒤 기록까지 행정업무의 전 '라이프 싸이클'을 관리함으로써 디지털시대에 맞게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려는 목적 아래 추진되고 있다.

현재 대통령비서실에서 가동 중인 업무관리시스템 e지원은 기존의 그룹웨어와는 달리 문서관리, 기록관리 등 두가지 체계를 골간으로 짜여졌다. 문서관리는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록관리는 공적 행위를 철저하게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시스템이다.

그 가운데 문서관리시스템은 문서관리카드를 바탕으로 업무와 문서의 모든 처리과정을 표준화하고 디지털화할 수 있도록 구축됐다. 그 결과 업무처리 과정, 의사결정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문서관리카드에는 작성한 보고서의 정보출처, 문서취지, 과제명, 공개여부 등과 거쳐야 할 경로(비서관실과 결재자 등)를 명시하도록 했고 이런 과정이 모두 기록된다. 강 비서관은 △문서처리 과정과 의사결정 과정을 관리해 업무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고 △문서의 생성부터 기록까지의 전 과정을 시스템으로 관리하기 위해 문서관리카드를 고안했다고 말했다.

기록관리시스템은 문서관리를 통해 생산된 모든 공개, 비공개 문서를 축적해 공적행위에 대한 기록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체계다. 대통령비서실은 임기 뒤 대통령기록을 전문기록관리기관에 이관하고, 내부 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 공개할 자료는 적극 공개할 방침이다. 현재 기록관리프로세스와 시스템은 국제표준 기준에 맞게 개발 중이다.

대통령 비서실은 앞으로 전문가 검증을 거쳐 올해 상반기에 전자정부 주관기관인 행정자치부에 이 시스템을 시범 도입한 뒤 운영결과를 토대로 정부업무관리 표준모델을 만들어 내년 상반기에 각 부처로 확산할 계획이다. '디지털 청와대'를 '디지털 정부'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3. 3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4. 4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5. 5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