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신드롬을 낳았던 <파리의 연인>SBS
한류 열풍과 양질의 드라마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니잖아요? 구조적인 문제는 한류 시장과 해외 시장을 더욱 개척하면서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한류 열풍 등으로 잘 나가고 있는데 내부에서 서로 발목을 잡지는 말아야죠. 제가 강조하는 것은 방송사도 제작사도 기획사도 모두 한 배를 탄 동업자라는 겁니다."
그는 업계에 대한 비판도 좋지만 지금은 용기와 격려가 필요한 때라고 한다. 그러면서 연예계를 다루는 언론의 보도 관점에 강한 불만을 털어 놓았다.
"연예인 X-파일 사건을 접했을 때 언론도 동업자 의식을 가져주길 바랐어요. 연예인들의 인권은 분명 보장돼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배우들을 평가했다는 것이 아니라 제일기획 같은 영향력이 큰 홍보대행사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까지 다뤘다는 것이잖아요."
그는 업계 종사자치고 연예인 관련 '소문'을 논하지 않는 사람이 있느냐면서 그것은 오히려 기자들이 더욱 잘 알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다만 '소문'에 그칠 내용이 대형 홍보대행사에서 다루는 바람에 마치 '사실'처럼 확대 재생산된 점이 문제였고 거기엔 언론의 책임도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사, 제작사, 기획사, 배우, 언론 모두가 문화산업 키우는 동업자"
그는 인터뷰 내내 연예계와 드라마 제작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을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방송사, 제작사, 기획사, 배우, 언론 등 모두가 한국의 문화산업을 키운다는 동업자정신을 가져야 함을 강조했다.
"한국의 드라마는 대부분 사랑, 배신, 삼각구도, 기억상실 등을 다루고 있어요. 소재의 다양성이 부족하죠. 게다가 한국의 정서를 전하는 드라마나 영화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에요. 업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반성하고 있어요.
하지만 업계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나 <슬픈 연가>, 배용준의 <외출>이 많은 달러를 벌어들인 점 등은 주목해야 합니다."
그는 한국의 한류 열풍이 동남아에서 거세지면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일본과 홍콩 등의 제작환경을 논하는 것도 빼 놓지 않았다.
"일본의 경우 미니시리즈 60분짜리 한 편을 제작하는 데 5억 정도가 책정됩니다. 전체 20편이면 100억원이 들어가죠. 한국은 어때요? 20~25억 정도예요. 그것도 최대 40억 펀드 정도에서 머물죠. 그런데 그 비용으로 일본에서 엄청난 흥행성공을 거두고 있잖아요?
홍콩의 경우 성룡(청룽)과 주윤발(저우룬파)로 대변되던 80년대 영화의 흥행 이후 할리우드에 진출하며 세계화에 성공하고 있어요. 영어를 사용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300~400억원을 들여서 '삼국지' 영화를 제작하며 그들만의 소재를 세계화하고 있는 점 등은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그는 특별한 오락거리가 없는 나라 한국에서 드라마가 국민생활의 절반 정도를 지탱하고 있다고 했다. 많이 부족하고 미흡한 부분이 있겠지만 고운 시선으로 업계를 바라봐 달라고 부탁했다.
"중국의 장동건, 전지현과 일본의 배용준, 최지우, 이병헌, 송승헌, 막 홍콩에 상륙한 차인표, 송윤아 등의 인기는 생각보다 엄청납니다. 한류 열풍은 계속될 거예요. 단, 한류 열풍을 지속시키려면 무엇보다 한류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희망과 용기를 줘야 해요."
그는 앞으로 현재 홍콩에서 촬영 중인 <홍콩 익스프레스>에 이어 올 해 중에 아프리카에서 촬영하는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장르를 파괴하며 한국 드라마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드라마는 국민의 삶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했다.
"예전에 강우석 감독이 <공공의 적>을 소개하면서 '사회악을 까발리고 싶었다'고 말한 것이 인상에 남습니다. 드라마가 비록 사회악을 까발리지는 못하더라도 공공의 행복은 추구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는 2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은주씨 죽음은 연예계 전반의 구조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합니다. 업계종사자를 바라보는 특권의식과 장밋빛 전망 그리고 인기 등은 분명히 짚어야 합니다. 청소년들이 장래희망으로 연예인을 첫 손가락에 꼽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잖아요"라며 "국민들도 동업자라는 생각으로 연예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합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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