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ㆍ제작사ㆍ기획사, 동업자 의식 필요"

[인터뷰] <파리의 연인> 제작사 '캐슬인더스카이' 이상훈 부사장

등록 2005.02.26 16:25수정 2005.02.2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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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제작사 '캐슬인더스카이', 연예기획사 '싸이더스HQ', 영화제작사 '아이필름'. 이들은 모두 IHQ의 계열 회사다. IHQ는 매니지먼트, 영화 제작과 배급, 극장 사업, 드라마 사업을 아우르며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을 지향하고 있다. 최근 연예문화산업을 이끄는 '현장'이 대형화, 조직화 되고 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대형화, 조직화한 '현장'의 분위기는 어떨까? 또 '연예인 X-파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해 연말 IHQ에 인수되며 새로운 드라마제작 환경을 접하고 있는 '캐슬인더스카이'를 찾아 '연예계'를 둘러싸고 있는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연예계가 성숙하고 드라마 등 문화산업이 성장하려면 방송사를 비롯, 드라마 제작사, 연예기획사 등 업계 전반의 동업자 정신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이상훈 부사장은 "방송사, 제작사, 기획사, 배우, 언론 모두가 문화산업 키우는 동업자"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상훈 부사장은 "방송사, 제작사, 기획사, 배우, 언론 모두가 문화산업 키우는 동업자"라는 것을 강조했다.안소현
지난 21일 드라마 제작사 '캐슬인더스카이' 사무실에서 만난 이상훈(49) 부사장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연예계이긴 하지만 동업자 정신이 중요하다"는 말로 첫인사를 대신했다. 인터뷰는 기자와 동행한 안소현씨와 함께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1시간 가량 진행했다.

"드라마산업을 분석하면서 수익을 독점하는 방송사의 횡포라느니, 연예기획사의 스타마케팅이 문제라느니, 드라마 제작사 스태프의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느니 자꾸 들쑤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기자가 질문을 하기도 전에 말문을 열었다. 방송사와 제작사, 매니지먼트 기획사 모두 문제점이 있음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꾸 내부의 문제만을 들추는 건 결코 업계에 이롭지 않다고 했다.

"흔히들 외주제작사가 드라마를 제작하면 방송사만 돈을 번다고 해요. 저도 제작사 입장이지만 방송사도 이해해 줘야죠. 방송사가 드라마 수익을 대부분 가져가며 횡포를 부린다고 하는데 새로운 장비도 구입해야죠, 광고 단가는 자꾸 내려가죠, 방송사도 이것 저것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봐요."


의외였다. 혹 드라마 제작사의 입장에서 방송사의 막강한 '힘(?)'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닐까? 방송사의 외주제작비용은 현저히 낮다고 하는데 게다가 드라마의 판권이나 온라인서비스, 협찬 등을 방송사가 좌지우지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드라마 제작비용은 적지, 양질의 드라마는 만들어야지, 제작사 환경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제작사들이 그런 환경에서도 좋은 드라마를 많이 만들면서 방송사들도 변하고 있어요. 예전 같으면 생각지도 못했을 해외 판권이나 온라인 수익, 협찬 등을 저희 같은 경우 5:5 정도로 방송사와 권한을 나눠 가졌거든요."


"한류 등 잘 나가는데 서로 발목 잡지는 말아야죠"

드라마 방영을 결정하는 방송사와 스타연예인을 보유한 기획사를 모두 상대해야 하는 드라마 제작사의 입장을 통해 드라마제작 환경을 둘러싼 문제점을 들여다보는 것이 인터뷰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문제는 이미 많이 분석했다며 말을 잘랐다. 그러면서 스타마케팅에 대해서도 한마디 거들었다.

"일본에서 상상도 못할 '욘사마' 광풍을 몰고 온 배용준을 비롯해 주연급 스타 배우들의 몸값이 너무 비싸다고 해요. 그러나 저는 다르게 봐요. 배용준의 경우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갈 정도는 돼야죠. 배용준이 파급시키는 경제 효과와 한류 열풍을 주도한 한국 드라마의 해외 수출 등을 감안할 때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방송사의 제작비 문제도, 몸값 비싼 스타의 출연섭외 문제도 줄줄이 예상을 비켜간 답변뿐이다. 작년 <파리의 연인>의 흥행성공으로 환경이 개선된 건 아닐까? 아무리 동업자정신으로 이해한다지만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 구조적인 문제는 풀면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다시 물었다.

"작년에 저희는 <파리의 연인>으로 17억 정도를 벌었어요. 그 중 50% 정도가 판권수익이에요. 대단한 성공이죠. 그 성공이 가능했던 데는 처음으로 유럽촬영에 과감하게 도전했던 것과 박신양, 김정은 등의 배우들이 빠르게 프랑스어를 구사하며 강행군을 소화한 프로의식, 빠듯한 일정으로 무리하면서도 촬영을 진행한 스태프 등 모두의 노력이 있었어요.

<파리의 연인> 이후 <미안하다, 사랑한다>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등 드라마의 해외 촬영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죠. 외국에서 촬영하면 제작비는 상승하지만 경쟁력 있는 작품을 수출한다는 각오로 '스케일'과 '시청률'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여건이 조성된 거예요. 이런 흐름은 다시 영화계와 기타 작품들에 영향을 미치죠.

2004년 신드롬을 낳았던 <파리의 연인>
2004년 신드롬을 낳았던 <파리의 연인>SBS
한류 열풍과 양질의 드라마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니잖아요? 구조적인 문제는 한류 시장과 해외 시장을 더욱 개척하면서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한류 열풍 등으로 잘 나가고 있는데 내부에서 서로 발목을 잡지는 말아야죠. 제가 강조하는 것은 방송사도 제작사도 기획사도 모두 한 배를 탄 동업자라는 겁니다."

그는 업계에 대한 비판도 좋지만 지금은 용기와 격려가 필요한 때라고 한다. 그러면서 연예계를 다루는 언론의 보도 관점에 강한 불만을 털어 놓았다.

"연예인 X-파일 사건을 접했을 때 언론도 동업자 의식을 가져주길 바랐어요. 연예인들의 인권은 분명 보장돼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배우들을 평가했다는 것이 아니라 제일기획 같은 영향력이 큰 홍보대행사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까지 다뤘다는 것이잖아요."

그는 업계 종사자치고 연예인 관련 '소문'을 논하지 않는 사람이 있느냐면서 그것은 오히려 기자들이 더욱 잘 알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다만 '소문'에 그칠 내용이 대형 홍보대행사에서 다루는 바람에 마치 '사실'처럼 확대 재생산된 점이 문제였고 거기엔 언론의 책임도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사, 제작사, 기획사, 배우, 언론 모두가 문화산업 키우는 동업자"

그는 인터뷰 내내 연예계와 드라마 제작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을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방송사, 제작사, 기획사, 배우, 언론 등 모두가 한국의 문화산업을 키운다는 동업자정신을 가져야 함을 강조했다.

"한국의 드라마는 대부분 사랑, 배신, 삼각구도, 기억상실 등을 다루고 있어요. 소재의 다양성이 부족하죠. 게다가 한국의 정서를 전하는 드라마나 영화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에요. 업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반성하고 있어요.

하지만 업계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나 <슬픈 연가>, 배용준의 <외출>이 많은 달러를 벌어들인 점 등은 주목해야 합니다."

그는 한국의 한류 열풍이 동남아에서 거세지면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일본과 홍콩 등의 제작환경을 논하는 것도 빼 놓지 않았다.

"일본의 경우 미니시리즈 60분짜리 한 편을 제작하는 데 5억 정도가 책정됩니다. 전체 20편이면 100억원이 들어가죠. 한국은 어때요? 20~25억 정도예요. 그것도 최대 40억 펀드 정도에서 머물죠. 그런데 그 비용으로 일본에서 엄청난 흥행성공을 거두고 있잖아요?

홍콩의 경우 성룡(청룽)과 주윤발(저우룬파)로 대변되던 80년대 영화의 흥행 이후 할리우드에 진출하며 세계화에 성공하고 있어요. 영어를 사용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300~400억원을 들여서 '삼국지' 영화를 제작하며 그들만의 소재를 세계화하고 있는 점 등은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그는 특별한 오락거리가 없는 나라 한국에서 드라마가 국민생활의 절반 정도를 지탱하고 있다고 했다. 많이 부족하고 미흡한 부분이 있겠지만 고운 시선으로 업계를 바라봐 달라고 부탁했다.

"중국의 장동건, 전지현과 일본의 배용준, 최지우, 이병헌, 송승헌, 막 홍콩에 상륙한 차인표, 송윤아 등의 인기는 생각보다 엄청납니다. 한류 열풍은 계속될 거예요. 단, 한류 열풍을 지속시키려면 무엇보다 한류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희망과 용기를 줘야 해요."

그는 앞으로 현재 홍콩에서 촬영 중인 <홍콩 익스프레스>에 이어 올 해 중에 아프리카에서 촬영하는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장르를 파괴하며 한국 드라마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드라마는 국민의 삶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했다.

"예전에 강우석 감독이 <공공의 적>을 소개하면서 '사회악을 까발리고 싶었다'고 말한 것이 인상에 남습니다. 드라마가 비록 사회악을 까발리지는 못하더라도 공공의 행복은 추구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는 2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은주씨 죽음은 연예계 전반의 구조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합니다. 업계종사자를 바라보는 특권의식과 장밋빛 전망 그리고 인기 등은 분명히 짚어야 합니다. 청소년들이 장래희망으로 연예인을 첫 손가락에 꼽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잖아요"라며 "국민들도 동업자라는 생각으로 연예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합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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