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김제남 사무처장은 "지명의 왜곡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국토의 특징이 사라져 버리게 만드는 것"이었다며 백두대간 땅이름 찾기의 시급성을 강조했다.이민우
일제강점기 민족혼 말살에 혈안이 되었던 일제는 우리말과 글을 못쓰게 한 것은 물론이고 사람 이름마저 일본식으로 바꾸도록 강요했다. 이른바 ‘창씨개명’이다.
해방 60주년이 된 지금은 아무도 일제강점기 시절에 쓰던 자신의 창씨명을 쓰지 않지만 우리 겨레 곳곳에는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창지개명(創地改名)’된 이름들이 남아있다.
녹색연합은 3.1절을 하루 앞둔 2월 28일, 한국언론재단 7층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제에 의해 왜곡돼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땅이름 22개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번에 찾아낸 땅이름 22개는 녹색연합이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말까지 3개월 동안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32개 시군의 자연지명(산, 봉우리, 계곡, 폭포, 마을 이름)과 행정지명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결과다. 조사는 시군청, 문화원, 지역주민 현장방문 조사를 비롯해 고문헌과 고지도와 일제강점기 이후 만들어진 지도를 비교분석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일제 ‘왕(王)’자를 ‘황(皇)’ 또는 ‘왕(旺)으로 왜곡
조사결과 일본은 우리민족에게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큰 산이나 봉우리의 이름에 들어 있는 ‘왕(王)’자를 의도적으로 ‘황(皇)’또는 ‘왕(旺)’으로 바꿔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천황’이나 ‘일본왕(旺=日+王)’을 연상시키는 방법을 쓴 것이다.
속리산 천왕봉(天王峰)과 계룡산 천왕봉은 일제 때 천황봉(天皇峰)으로 바뀌었고, 가리왕산(加里王山 -> 加里旺山), 설악산 토왕성(土王城 -> 土旺城) 폭포 등도 바뀌었다. 이 이름은 일제강점기에 왜곡된 상태 그대로 지금도 쓰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