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살 가져갔나>의 표지동아일보
그러나 사실, 그 역시 한때는 TV홈쇼핑에서 다이어트약을 주문했을 정도로 노력을 통해 살을 뺄 자신이 없었던 사람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주변의 유혹과 방해, 몇 번의 실패와 자신에 대한 거듭되는 실망으로 다이어트를 포기하려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는 그때마다 약간이라도 살을 빼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며 유혹을 이겨냈다고 한다. '라면 한 봉지가 건강한 생활습관을 망칠 수 있다'는 다짐을 수없이 되뇌이면서 말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계속해서 "살을 빼는 방법보다 그 목적이 더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때문에 그의 다이어트 성공기는 어느 유명 연예인이 출산 후 불어난 살을 감쪽같이 뺐다는 스팸메일이나 채널만 돌리면 끊임없이 쏟아지는 각종 다이어트 약 광고와는 다르다.
그가 이야기하는 다이어트는 삶의 불편함을 제거하는 것. 보이지 않는 편견과 차별로부터 해방되는 탈출구로 정의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책은 이 땅의 모든 비만인들을 향한 '희망보고서'다.
하지만 그는 과거의 자신을 포함한 뚱뚱한 사람들을 향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는다. "살이 찌는 것은 잘못이 아니고, 그 누구도 꾸짖을 수 없지만, 살이 찔 수밖에 없었던 정신상태와 무절제한 생활습관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고칠 수 있는데도 나를 방치하는 것, 바로 잡을 수 있는 생활습관인데도 전혀 노력하지 않는 것은 바로 자신을 향한 죄"라며 꼬집는다.
다이어트로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한다면?
다이어트 후 그가 가장 크게 얻은 소득은 긍정적 사고다. 그는 한때 다혈질적이고 과격하기까지 했던 자신이 살을 빼면서 외형적 변화 못잖게 정신적으로도 성숙했다고 고백한다. 실제로 그의 주변사람들은 "찬민 씨의 생활태도가 많이 바뀌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이를 통해 자신도 잊고 있던 내면의 감춰진 자존감을 찾았다. 그리고 저자 자신이 부단한 자기 절제를 통해 얻은 이 귀중한 산물은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숨겨져 있던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도록 인도한다.
규칙적이고 바른 생활습관을 되찾아 소중한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 어쩌면 이것이 모든 독자들에게 저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인지 모른다.
책을 덮는 순간, 독자들은 누구나 '그가 뺐다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불끈 용솟음칠 것이다. 또 저자의 말대로 실천한 사람이라면 머잖아 살을 뺀 것 이상의 성실한 사람으로, 의지력 있는 사람으로 변한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어느덧 3월이 시작됐다. 혹 그간 바쁜 일상과 무관심에 치여 다이어트 계획이 유야무야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면 다시 도전해보자. 파릇파릇 솟아나는 새봄의 상큼함과 함께 말이다.
| | "다이어트 치명타는 몸무게에만 집중하는 것" | | | [인터뷰]<누가 내 살 가져갔나> 저자 정찬민씨 | | | |
| | | ▲ 1년만에 50Kg을 뺀 저자의 전신 모습 | | - 살을 빼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한 가지로만 단정지어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한다면 첫째, '시작'이다. 결심은 여러 번 하지만 제대로 된 시작은 하기가 어려웠다. 둘째, 시작은 하지만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 힘들었다. 인터넷 검색 창에 '다이어트'란 단어를 쳐보라 수천, 수만 가지의 정보가 튀어나온다. 그러나 무엇이 건강한 정보인지 해로운 정보인지는 알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세 번째는 다이어트 과정에서 눈에 보이도록 살이 빠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나 의심이 생긴다. 이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다. '이렇게 운동하면 과연 살이 빠질까?' '정말 살이 빠지고는 있는 것일까?' '이 방법이 맞지 않으면 어쩌지?'하는 등등의 걱정들이다. 그럴 때는 허무맹랑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믿음'이라는 것이 필요했다.
건전한 방법, 즉 적당히 먹고 많이 움직이는 다이어트 방법을 택했기에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러닝머신 위에서 삐질삐질 땀을 흘리면서 걷노라면 내 모습이 유리에 반사되어 보인다. 그때마다 마음 속으로 외쳤다. '당장 알 수 없지만 반드시 살은 빠진다'라고 말이다. 이런 때에 필요한 것이 제대로 된 정보다. 몸무게에 별 변화가 없어도 체지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만 알아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나?
"정확한 정보였다. 생각해 보면 나의 다이어트는 여기저기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골라내는 것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많이 알아야 스트레스도 덜 받고,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많은 공부를 했던 것 같다.
또 하나는 어느 정도 몸무게가 빠지고 난 후 몸무게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 미리 공부한 지식들이 마음을 놓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는 확신을 갖고 더 열심히 생활을 다잡고 운동했다. 게다가 아주 조금이라도 살이 빠진 후이기 때문에 이후로도 살이 빠진다는 사실을 믿는데 훨씬 용이하다.
지식적으로 보면 조금씩 운동 시간 혹은 운동의 강도를 높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내 경우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는 시속 4.5km로 한 시간 동안 걷기만 해도 온 몸이 땀으로 젖었다. 그러나 조금씩 강도를 높인 결과 이제는 시속 7.5km 정도로 천천히 뛰거나 빨리 걸어야 몸에 땀이 나고 운동의 효과가 나타난다. 어느 순간부터 운동이 너무 쉬워지면 조금씩 운동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 살을 빼면서 가장 컸던 유혹은?
"처음에는 배고픔을 극복하는 것이 힘들었다. 자기 전에 먹고 싶은 것들을 메모해 놓기도 했는데 결국 그 다음 날 점심 때 한 번도 적어놓았던 것을 먹어 본 적은 없다. 저녁에 땀 흘리며 열심히 운동해 놓고 낮에는 기름기 많은 고칼로리의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미친 짓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느꼈던 유혹은 '자기 합리화'이다. 운동을 가기 싫은 날이면 오만가지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마음 속으로 운동을 쉬는 것이 꽤 합리적인 것처럼 포장하곤 했다."
- 그런 유혹을 이긴 방법은?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때때로 저녁시간에 친구들이 라면을 먹자고 유혹할 때가 있다. 물론 마음은 끓여 먹는 쪽으로 가고 있지만 '라면 한 봉지가 건강한 생활습관을 망칠 수 없다'며 머릿속으로 다짐했다. 또 약간이라도 살을 빼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런 생각을 하면 입맛이 싹 떨어진다."
- 지금은 고기나 자극적 음식을 봐도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드나?
"처음에는 참았고 나중에는 등을 떠밀렸다. 무슨 말이냐면 처음에는 죽자 살자 꾹 참았다. 그런데 어느새 살이 많이 빠진다는 소문이 나고 또 자기관리에 철저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그런 이미지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사실 누군가가 여러 번 권하면 먹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옆의 누군가가 이야기한다. '찬민이는 그런 거 안 먹어, 얼마나 철저한데…'라고 말하는 사람이 꼭 한 명씩 있었다. 그것이 기분이 좋았다. 혼자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칭찬은 식욕을 앞지른다. 거기서 조금 더 발전된 지금은 그저 먹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적당한 그리고 아주 규칙적인 식물성 위주의 식사를 하다가 자극적인 음식 혹은 간식을 하면 몸이 피곤한 것이 확 느껴지기 때문이다."
- 주변에 다이어트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도와야 하나?
"마음먹고 열심히 칭찬할 것이 아니라면 가만히 있는 게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거나 혹은 툭툭 농담을 하면서 건드린다. 그러니까 결론은 두 가지 중 하나다. '점점 빠지네' 등등의 칭찬을 해서 다이어트에 돌입한 당사자를 심리적으로 도와주든지 아니면 가만 있는 게 좋다."
- 앞으로도 목표가 있나? 몇 킬로그램이라든가 하는…
"몸무게가 목표는 아니다. 건강한 생활, 단순한 생활이 목표이다. 다이어트에 있어서 제일 치명적인 것이 몸무게에만 집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이야기 하지만 몸무게의 감량은 건강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에서 오는 보너스 같은 개념이다.
그러나 몸무게에만 치중해서 굶어서 몇 킬로그램 확 빼고 무절제한 생활로 돌아오면 살은 다시 찐다. 아니 더 찐다. 때문에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을 바로 잡는 것이다. 생활 습관을 바로 잡으면 요요 걱정도 없다.
운동을 해야만 몸이 가뿐하고 적당량의 건강한 음식만 먹는 것이 생활인 사람이(특별한 질병만 없다면) 어떻게 살이 찔 수 있겠는가? 이런 취지에서 많은 사람들에 서서 바른 다이어트에 대한 것들을 알리고 싶다."
- 현재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나 의지가 꺾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살이 찐 사람은 이미지 변신에 장점을 가지고 있다. 보통 체격의 사람이 자신의 이미지를 성실하고 근면한 사람 혹은 의지력 있는 사람으로 짧은 시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무엇을 해야 할까?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거나 철인 3종 경기라도 해야 할까?
하지만 살 찐 사람이 건강한 방법으로 다이어트 해서 성공만 하면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일순간에 바뀐다. 어느 새부터 성실하고 근면한 사람 그리고 의지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된다. 내가 그랬다.
잊지 말자, 열심히 해서 다이어트에 성공만 하면, 비웃었던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할 것이다. 게다가 자신에 대한 전혀 새롭고도 긍정적인 재평가가 시작된다. 얻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목표를 이룬 후의 성과를 상상하는 것처럼 좋은 당근은 없다."
이 글은 지난달 28일 삼육대학교 교정에서 저자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 김범태 | | | | |
누가 내 살 가져갔나
정찬민 지음,
동아일보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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