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 깎을 땐 언제고 웬 서울숲

서울의 난개발을 두고볼 수 없다

등록 2005.03.04 15:08수정 2005.03.0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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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개발 중이다.

60~70년대 개발 붐 속에 있는 것처럼 도시 곳곳이 파헤쳐지고,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계획들이 발표되고 있다. 거리를 새로 만들고, 버스를 새로 칠하고, 지하철을 새로 놓기 위해 도로를 파헤친다. 이런 것이 신 '새마을 운동'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며, 대체 나는 몇 년도에 살고 있는가 하는 시대적 착각에 빠질 정도이다.

뉴타운을 만든다고 했던가.

기존에 사람이 살고 있는 명실상부한 '타운'임에도 '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마을을 만들어 얌전히 앉아 있는 땅값을 요동치게 만들고 거주민들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며, 외지인들이 기웃거리게 만든다.

뚝섬에 서울숲을 조성한다고 했던가.

원래 서울에 숲이 없었나 하는 생각을 먼저 들게 했다. 서울엔 북한산, 인왕산, 도봉산처럼 큰 산뿐만 아니라, 동네주민들만이 이름을 겨우 알고 있는 동산 같은 작은 산이 동네마다 자리했다.

숲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지언정 우리의 호흡기능을 충분히 해주고도 남을 만한 산들이었다. 뚝섬의 서울숲까지 가지 않아도 언제든 바라볼 수 있고 올라갈 수 있는 그런 산들이었다.

도시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산을 밀어내고 아파트를 올렸다. 그렇게 동네의 작은 산들을 필요없다 밀어낼 땐 언제고 이제와 숲이 필요하다고 뚝섬에 숲을 만드는 것인가. 그렇담 왜 처음부터 숲이 없었던 뚝섬에 아파트를 만들지 않았단 말인가.

동대문운동장 주변에 벼룩시장과 도깨비 시장들을 밀어낸다고 했던가.

위정자들의 눈엔 그곳이 필요 없는 곳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몇 년이 지나고 그 곳들의 가치를 알아보는 혜안이 뒤늦게라도 생긴다면 벼룩시장 타운을 만든다고 야단일지도 모를 일이다.

유명한 파리나 런던과 같은 도시들도 벼룩시장이 존재한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의 참맛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는 관광객들 때문이다. 돈많은 위정자들은 결코 이런 곳에 관광을 가지 않기 때문에 그 가치와 소중함을 모르고, 또 그런 무지 속에서 겁 없이 자행되는 밀어내기가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60~70년대 새마을 운동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시골의 초가집 전경과 구부러진 초입길을 30~40년이 지난 지금에 와 향수하며 성급히 밀어낸 것에 후회하듯이 같은 후회를 반복하게 될지도 모르는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고 했던가.

서울이 자기 소유라면 자기 것을 하느님께 바친들 누가 뭐라 할 것인가, 하지만 서울은 개인 소유가 아니기에 무수히 많은 지탄을 받아왔다. 마찬가지로 서울의 작은 산들과 동네의 재래시장, 서울 한복판의 벼룩시장, 도깨비시장이 자기 것이라면 갈아엎는들 무슨 참견이랴 마는 서울은 서울시민 모두의 것이기에 시민의 의견을 묻지 않고 마음대로 만져서는 안될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막고 싶다고 했던가.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서울의 난개발을 막고 싶은 심정뿐이다.

덧붙이는 글 | 서울에 사는 한 소시민으로서 내고장 서울이 살기좋은 고장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덧붙이는 글 서울에 사는 한 소시민으로서 내고장 서울이 살기좋은 고장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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