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가방 메면 남자라고 놀릴 텐데?"

어떤 것이 양성평등 교육일까?

등록 2005.03.07 13:45수정 2005.03.0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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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다녀왔습니다.”
“그래… 잘 다녀왔니?”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준희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선생님이 내준 숙제라며 열심히 인사하는 준희의 목소리가 씩씩하다. 가방을 받아들며 조금은 걱정했던 것이 쓸데없는 것이었구나 싶어 반가이 인사를 받았다.

1학년 7반이란 이름표를 목에 걸고 있는 준희는 초등학교 새내기 여자아이다. 종이인형 놀이도 좋아하고 잠을 잘 때에는 고모에게서 선물 받은 분홍색 인형을 끌어안고 자기 좋아한다. 소꿉놀이 할 때에는 엄마 역할과 큰언니, 작은 언니 역할도 잘 한다.

성격이 활달하여 운동을 좋아하고 가족등산을 할 때에는 맨 앞에 서서 산을 오르기도 한다. 그런 준희는 색상 중에서 유독 파란색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빨강색과 분홍색을 위의 언니들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준희는 파란색을 좋아했다.

자신이 고른 파란색의 가방을 메고서
자신이 고른 파란색의 가방을 메고서박미향
얼마 전 초등학교 입학식을 앞두고 가방을 사러갔을 때도, 준희는 바비 인형 그림이 그려진 분홍색 가방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둘리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빨강색 가방 등을 제쳐두고 파란색 가방을 골랐다. 가방에는 요즘 한창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TV만화 구슬대전 배틀비드맨이 그려져 있었다.

매장에 진열된 초등학생용 가방은 모두 파란색과 분홍색, 빨강색 등만 있었다. 준희가 고른 가방을 보던 판매원은 “어, 이건 남학생용인데… 어쩌지…” 하며 분홍색 가방을 권했다. 하지만 준희는 한사코 자신이 고른, 자신이 좋아하는 색상과 그림의 가방을 사고 싶어 했다.

그러자 그 판매원은 “이거 학교에 매고 갔다가 친구들이 남자라고 놀리면 어떻게 하니?”라는 것이었다. 엄마로서 준희가 파란색 가방을 골랐을 때 순간적으로 떠올랐던 생각을 판매원의 입으로 듣게 되자 선뜻 사주기가 어려웠다.


여학생은 무조건 분홍빛, 빨강색 물품을, 남학생은 파란 무늬, 검은색 물품으로 구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양성평등이란 남성과 여성 모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지 않고 평등하게 대우 받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생활에서 부딪히는 양성평등 교육의 난해함은 의외로 많다. 하나뿐인 아들이 누나들의 영향으로 분홍색을 좋아하고 이른바 계집애 짓을 할 때에는 사내다움을 일부러 고집했었다.


어떤 것이 양성평등 교육일까? 가정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부모부터 교육받고, 고민을 해볼 필요를 느끼며 간혹 아이들에게 실수한 것은 없었는지 되돌아 보게 된다. 생각 끝에 얻은 결론은 너는 여자아이니까, 남자아이니까 그에 따른 구분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을 지녀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건을 선택할 때에도 마찬가지인 것.

준희는 엄마의 망설임과는 아랑곳없이 씩씩하고 즐겁게 오늘도 자신이 고른 가방을 메고 학교를 다녀왔다.

덧붙이는 글 | 국정넷포터에도 송고하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국정넷포터에도 송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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