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아이 줄리아나를 다뤄 많은 호응을 얻은 <패밀리 스토리- 우리 집에 생긴 일>. 스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다.SBS
<패밀리 스토리…>나 <꼭 한 번…> <아름다운 용서> 등의 방영시간대는 이제까지의 관례를 깬 저녁 7시대이다. 게다가 <꼭 한 번…>의 경우 황금시간대인 금요일이고 시청률마저 꾸준히 상위권에 속한 다는 것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대변해 주고 있다.
물론 아직 대부분의 황금시간(특히 주말)은 몇 명의 스타가 좌지우지하는 오락 프로그램들이 틀어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교양물들이 보여 주는 성과에 주목한다면 좀 더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방송사들의 이런 방송편성 경향이 한때의 유행으로 형성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예쁘고 말발 좋은’ 연예인의 투입만으로는 시청자를 붙잡아 둘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해졌다.
주말의 황금시간대 오락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방송인지 동창회인지 구분이 안 갈 때가 있다. 평소의 친분을 들먹이며 반 말짓거리는 예사고 서로의 약점을 들춰내고 외모를 비하하고 그것도 안 되면 오로지 ‘들이대는’ 것이 재미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물론 웃음은 나온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그 식’대로의 웃음일 뿐이다. 밝은 웃음이 아닌 허망한 잿빛 탄식이 섞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애꿎은 리모콘만 만지작거리다가 오히려 그들에게 들이대고 싶은 충동이 불쑥불쑥 솟아오른다.
이제는 온 가족이 모여 앉아 함께 미소 짓고 때로는 서로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아야 한다. 요즘 같이 힘든 시기, 거칠지만 풋풋한 이웃 냄새나는 이들이 전해 오는 울림은 얼마나 맑고 경쾌한가.
일반 시청자들이 주인이 되어, 때로는 지켜보는 연예인에게 오히려 감동을 선사하는 예능 교양 프로그램이 보다 많아지고,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대로 단단히 자리 잡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내용만 좋다면, 죽기 살기로 목을 매는 시청률도 따라 오고 광고도 자연히 줄을 잇는단 말이다.
정보가 열리고 시대가 바뀌어 가는 지금, TV속의 주인공들도 자리이동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정말로 세상엔 울고 싶은 일이 많다. 신변잡기 시시껄렁한 농담일랑 이제 그만 됐으니 제발 시청자들에게 맑은 눈물을 흘릴 기회를 달라. 이젠 그만 좀 ‘들이대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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