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섬나라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서평] 이지현의 글과 이영균의 사진이 만난 푸른 동화 <섬과 개>

등록 2005.03.12 15:19수정 2005.03.1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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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의 글과 이영균의 사진이 만난 동화 <섬과 개>
이지현의 글과 이영균의 사진이 만난 동화 <섬과 개>문공사
"추운 지역에서 썰매 끄는 개는 겨울을 좋아할까요, 봄을 좋아할까요?"

어린이가 이렇게 물어 본다면 아무리 개에 관해 해박한 사람이라도 쉽사리 대답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추운 지역 체질의 개가 무더운 여름을 싫어하기는 하겠지만 들판에 누워만 있어도 기분 좋은 봄을 싫어할 리는 없을 것이다.


추운 지역에서 썰매 끄는 대표적인 개로는 사모예드, 알래스칸 맬러뮤트, 시베리안 허스키가 있다. 이 가운데 사모예드와 알래스칸 맬러뮤트가 등장 동물로 나오는 감명 깊은 사진 동화책이 있다.

'소매물도로 간 도도와 미르가 들려주는 가슴 찡한 동화'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사진 동화책 <섬과 개>. 이 책을 처음 만난 지 1년 4개월이 넘었지만 이따금 마음이 산만할 때 펼쳐 보는 책 가운데 하나가 되었으니 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책이다.

SBS < TV 동물농장 >에 방영되었던 실화가 이 동화의 모태. MBC 창작동화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지현씨가 파란 느낌이 드는 글을 꾸몄으며 사진가 이영균씨가 파란 색감의 사진을 찍었다.

아기 사모예드인 도도와 미르 남매가 엄마랑 작별 인사도 못하고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소매물도의 다솔산장(건물이 온통 파란색)으로 오면서부터 이 동화는 시작된다. 이 집에는 아줌마 사모예드인 누리와 다 자란 알래스칸 맬러뮤트 마루도 있다.

총9장 중에서 5장 '개헤엄'은 도도의 여동생 사랑이 가장 잘 드러나는 이 동화의 백미다.


성큼성큼 바닷속으로 들어간 아저씨가 삐죽 솟은 작은 바위 위에 도도와 미르를 올려 놓았다.
"뭐, 뭐 하시는 거예요? 아저씨!"
도도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러나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아저씨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중략)
물은 아저씨 무릎 정도에서 찰랑거리고 있었다.
'그래, 한번 해보자!'
도도는 질끈 눈을 감았다. 파도가 다시 밀려왔다. 도도는 풍덩 바다에 몸을 던졌다. 숨이 억, 막혔다. (중략) 도도는 있는 힘을 다해 다리를 버르적거렸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몸이 두둥실 위로 떠올랐다.
"어, 된다, 된다!"
도도는 물 위로 머리를 내민 채 다리를 저었다.
(중략)
미르는 바위까지 다시 헤엄쳐 오고 있는 도도를 보았다. 자기보다 더 물을 무서워하던 오빠였다.
"할 수 있어. 해보라니까!"
도도의 말에 미르는 용기를 내었다. 미르는 살그머니 물 속으로 들어갔다. 몸이 쑥 가라앉았다.
"어푸어푸!"
코로 짠물이 들어왔다.
미르는 허우적거리며 안간힘을 썼다.
"이렇게 다리를 저으라니까, 이렇게!"
도도가 옆에서 미르를 도와주었다.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미르는 동당동당 발길질을 해댔다. 그러자 조금씩 몸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거 봐, 되잖아!"
도도는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섬과 개> 87~89쪽에서



그러나 어느 날 이 귀여운 남매는 헤어지게 된다. 관광을 왔던 한 마음씨 좋은 아줌마가 미르를 잘 키워 보겠다며 데려간 것이다. 도도처럼 수영을 좋아하지 않는 미르는 도도에게 작별을 알리고 그 아줌마를 따라간다.

쓸쓸해져 기운을 잃고 살아가는 도도.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행히 활력을 되찾는다. 미르처럼 귀여운, 말썽꾸러기 의동생 니니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아줌마 사모예드인 누리가 예쁜 공주 니니를 낳아준 것이다.

<섬과 개>는 온통 파랗다. 하늘도 파랗고 바다도 파랗고 산장도 파랗고 개들의 마음도 파랗다. 그리고 봄볕 가득하다. 이 사진 동화는 어린이들이 파란 마음을 가꾸고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내용을 담고 있다.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강도 사건도 많고 자살 소식도 많아진 세상, 이 어두운 뉴스에서 잠시 벗어나 파란 세상 속에 묻혀 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섬과 개> 이지현 글 이영균 사진/2003년 9월 25일 문공사 펴냄/반양장 238×190mm/올컬러 160쪽/값 8500원

●김선영 기자는 대하소설 <애니깽>과 <소설 역도산>, 생명 에세이집 <사람과 개가 있는 풍경> 등을 쓴 중견소설가이자 문화평론가이며, <오마이뉴스> '책동네' 섹션에 '시인과의 사색', '내가 만난 소설가'를 이어쓰기하거나 서평을 주로 쓰고 있다. "독서는 국력!"이라고 외치면서 참신한 독서운동을 펼칠 방법을 다각도로 궁리하고 있는 한편, 현대사를 다룬 신작 대하소설 <군화(軍靴)>를, 하반기 완간을 목표로 집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섬과 개> 이지현 글 이영균 사진/2003년 9월 25일 문공사 펴냄/반양장 238×190mm/올컬러 160쪽/값 8500원

●김선영 기자는 대하소설 <애니깽>과 <소설 역도산>, 생명 에세이집 <사람과 개가 있는 풍경> 등을 쓴 중견소설가이자 문화평론가이며, <오마이뉴스> '책동네' 섹션에 '시인과의 사색', '내가 만난 소설가'를 이어쓰기하거나 서평을 주로 쓰고 있다. "독서는 국력!"이라고 외치면서 참신한 독서운동을 펼칠 방법을 다각도로 궁리하고 있는 한편, 현대사를 다룬 신작 대하소설 <군화(軍靴)>를, 하반기 완간을 목표로 집필하고 있다.

섬과 개 - 사진 동화

이지현 지음, 이영균 사진,
문공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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