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일 의원직 사퇴 고수 "처리 안되면 탈당 불사"

최종 기자회견 갖고 여의도 떠나...김원기 의장 "유감"

등록 2005.03.15 12:44수정 2005.03.1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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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4일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박세일 한나라당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사의`표명 의사를 전하자, 김원기 국회의장이 무거운 표정으로 듣고 있다.

지난 4일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박세일 한나라당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사의`표명 의사를 전하자, 김원기 국회의장이 무거운 표정으로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여야 합의로 처리된 행정도시법에 반발, 당직(정책위의장)과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뒤 서울 근교 산사에서 칩거했던 박세일 한나라당 의원은 결국 의원직 사퇴의 입장을 고수한채 여의도를 떠났다.

박세일 의원은 15일 국회의장을 만나 사퇴서 수리를 거듭 요청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 의사는 묻지 않고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며 당리당략을 위해 국가이익을 서슴없이 저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이런 정치현실에 깊은 회의를 느꼈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행정도시법을 '수도분할법'이라 규정한 뒤 "위헌적 법률을 통과시킨 국회는 스스로 해산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며 "(행정도시법은) 특정지역을 의식한 여야간의 선거전략, 득표전략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합의 처리한 여야를 향해 "여당은 정부의 '거수기 정당'을 하였고 야당은 '들러리 정당'이 되었다"며 "수도분할법은 나라를 망치는 전주곡"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앞서 박 의원은 국회의장을 면담하고 자신의 의원직 사퇴서를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김원기 의장은 "오죽했으면 그런 결심을 했을지 이해되지만 민주주의가 선진화된 나라에서는 정치적으로 아무리 중요한 주장이라도 이 같은 극단적인 결단은 문제"라며 박 의원의 '정치적 방법론'에 유감을 표명했다.

김 의장은 또 "전국구 국회의원은 전국민의 선출로 부여받은 자리"라며 "아무리 정치적 주장이 옳아도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는 엄중하고 책임감 있는 자리"라고 의원직 사퇴를 만류했다.

이에 박 의원은 자신의 결정이 '정치적 결단'이 아닌 '정책적 소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평생 대학에서 정치발전과 나라발전을 위해 공부 연구해온 사람으로서 수용하기 힘든 법안"이라며 "국회에 계속 있는 것이 부끄럽다"고 완강히 거절했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한 마음에 변화가 없다"며 자신의 사퇴서가 처리되지 않을 경우 탈당할 수도 있다는 뜻을 피력해 사퇴서 수리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박 의원은 "국회의장이 사퇴서를 처리해 제가 탈당하는 일까지 벌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며 "제가 사랑하는 한나라당의 평당원으로서 남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향후 자신의 진로와 관련해 말을 아꼈다. 박 의원은 당내 수도지키기투쟁위원회(수투위, 상임대표 이재오 의원)나 수도분할저지범국민운동본부'에 결합해 활동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은 외부활동과 연계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대학으로 복귀할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도 "아직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a 박세일 의원이 단식농성중인 전재희 의원을 만난뒤 농성장인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박세일 의원이 단식농성중인 전재희 의원을 만난뒤 농성장인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다만 박 의원은 "신채호 선생이 한 나라의 역사는 그 나라의 국민의 생각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씀하셨듯이 앞으로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사상과 역사관이 우리 역사를 좌우할 것"이라며 "청소년과 청년의 역사, 철학, 사상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례대표인 박 의원의 경우 김 의장이 의원직 사퇴서를 수리하지 않을 경우 탈당서를 제출하면 의원직을 자동 상실하게 된다. 박 의원의 의원직 사퇴서가 수리될 경우 이성구(63) 전 서울시의회 의장이 의원직을 승계하게 된다.

기자회견장에는 김문수·이재오 등 '수투위' 소속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배석했다. 박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전재희 의원의 단식농성장을 방문해 안부를 전한 뒤 박형준, 진영, 박재완 등 30여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의 배웅을 받고 국회의사당을 떠났다.

박 의원은 차에 오르기 전 "밖에서 만납시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채 등을 보였다.

a 박세일 의원의 사퇴기자회견에 배석한 `수투위`소속 의원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사퇴의 변을 듣고 있다.

박세일 의원의 사퇴기자회견에 배석한 `수투위`소속 의원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사퇴의 변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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