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생뚱맞은' 아침인사를 받고

자녀 예절교육에 대한 나의 생각

등록 2005.03.18 15:07수정 2005.03.19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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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아침, 아내가 건네주는 외투를 받아들고 서둘러 현관문을 나서려는데, 아직도 잠자리에서 뒹굴고 있던 아이들에게 아내가 외친다.


"얘들아! 아빠 출근 하신다."

아내의 외침에 아들, 딸 두 녀석이 거실로 뛰어나온다. 그리고는 큰 녀석이 먼저 "아빠! 안녕히 오세요!"한다. 오빠의 이런 씩씩한 외침에 기가 죽었는지 작은 녀석은 "아빠! 안녕히…"라며 말끝을 얼버무리고 만다.

순간 나는 '갑자기 왠 생뚱맞은 아침인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아내의 핀잔 섞인 소리가 아이들을 다소 긴장시킨다.

"'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라고 해야지. 그리고 앞에 손을 모으고 고개도 숙여야지."

그제서야 두 녀석은 제대로 된 아침인사를 건넨다. 두 손을 앞에 공손히 모으고 고개를 숙여 "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한다. 예상치 못한 아이들의 아침인사에 "어? 그래!"라며 서먹한 표정으로 현관문을 나섰지만, 야릇한 기분이 들어 출근길 발걸음이 경쾌해졌다.


아내의 아이들 예절교육

아이들의 말썽은 아내의 인내력 한계를 넘을 때가 많다.
아이들의 말썽은 아내의 인내력 한계를 넘을 때가 많다.최관묵
알고 보니 최근 들어 아내는 올해로 7살이 된 아들과 5살 된 딸아이를 대상으로 인사예절 교육을 시키고 있단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 저녁식사 중에 밥상을 앞에 두고 주변을 뛰어다니며 밥상 밑으로 기어들어가 장난을 치던 두 녀석을 보며 "요즘 애들은 우리가 자랄 때와 달리 버릇이 없는 것 같다"라는 내 말에 아내가 공감했던 적이 있었다.


더구나 내년에는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만큼, 유난히 버릇없이 구는 딸아이를 보면서 아내는 아이들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쳐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아내는 그 첫 번째 단계로 아이들에게 인사법을 가르쳤던 것이다.

돌이켜보니 시골에서 4남1녀의 형제들과 자란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유난히 '어른들께 인사 잘해라'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많이 들으며 자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배우지 못했던 당신들의 입장에서는 자식에 대한 최소한의 가정교육으로 인사 잘 하는 버릇만큼은 확실하게 가르쳐 놓은 것 같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나를 비롯한 우리 형제들은 고향마을에서도 인사를 잘하는 아이들로 평판이 좋았다. 하지만 인사 잘하는 우리형제들에 대한 마을 어르신들의 평가는 단순히 인사만을 잘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성실하고, 착하고,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싹수가 있는 아이들로 평가되곤 했다(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우리 아이들의 예절지수는?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 아들은 '뽀뽀쟁이'로 통한다. 녀석은 친구들에게 인사를 뽀뽀로 한단다.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 아들은 '뽀뽀쟁이'로 통한다. 녀석은 친구들에게 인사를 뽀뽀로 한단다.최관묵
공공장소(식당, 전철 등)에서 소란 피우는 아이들, 어른에게 반말하는 아이들,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아이들, 밥상 앞에서 투정하는 아이들…. 나는 이처럼 버릇없이 구는 아이들을 주변에서 종종 목격한다. 그런데도 어떤 부모들은 아이의 그런 버릇없는 행동을 그대로 방치한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몹시 씁쓸하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우리 옛 속담을 굳이 들춰내지 않더라도 타인의 불편함과 피해를 야기하는 아이의 잘못된 행동은 주변사람들을 위해서도, 자라나는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적절히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본다.

학문적으로든, 일상적으로든 '예절지수'라는 용어가 있는지 모르겠다. 내 나름대로의 '예절지수'에 대한 정의를 내리자면 '연령별, 상황별 각 단계마다 기준이 되는 모범예절 원칙에 대한 사람들의 실천수준' 정도라고 할까? 이미 존재하는 용어가 아니라면 이번 기회에 이를 대중화하여 우리 사회에 올바른 예절문화를 정립해 나가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혹자는 효율성, 스피드, 개성, 세계화가 중요시 되는 요즘 세상에 무슨 고리타분한 소리를 하냐고 면박을 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예절지수는 시대, 국가, 상황에 따라 예절의 표현 방법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지언정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전 세계인) 가운데 질서를 유지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그래서 온정이 넘치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인사만 잘해도 성공할 수 있다

오빠보다 말썽이 심한 우리 딸. 유치원 재롱잔치에서는 그 내면을 감쪽같이 숨겼다.
오빠보다 말썽이 심한 우리 딸. 유치원 재롱잔치에서는 그 내면을 감쪽같이 숨겼다.최관묵
나의 첫 직장 신입사원 시절, 지금도 생각만 하면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인사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한 가지 있다. 어려서부터 인사예절에 대한 부모님의 가르침이 유별났던 가정에서 자란 나는, 입사 당시 회사 내 모든 사람이 나의 직장 선배요 연장자였던 까닭에 출근시간부터 퇴근시간까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내 주변을 스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열심히 인사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 아무도 없던 화장실에서 나 혼자 소변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화장실로 들어오더니 내 옆자리에서 볼 일을 보기 시작했다. 순간 '이런 상황에서도 인사를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잠시 고민하던 나는 '에라! 모르겠다'라는 생각으로 일을 보고 있던 상대방에게 고개를 숙여 "안녕하십니까?"라고 씩씩하게 인사를 했다.

순간 상대방은 몹시도 당황해 했고, 그런 상대방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드는 순간, 진행 중이던 볼 일조차 멈출 만큼 놀라고 말았다. 상대는 다름 아닌 머리카락조차 희끗희끗 하신 우리 회사 회장님이 아닌가? 상상해보라! 화장실 소변기 앞에서 바지춤을 나란히 내린 새파란 신입사원과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회장님이 인사를 주고 받으며 당황해 하는 모습을….

그래서였을까? 6년여 동안의 첫 직장 생활 내내 회장님은 나의 인사를 늘 웃음으로 받아주셨고 나의 직장생활도 매우 만족스럽고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청소년 문제와 예절교육

최근 우리 사회는 학교폭력, 비행 청소년 문제로 적잖은 고민을 하고 있다. 다양한 해법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본인이 서두에서 언급한 예절지수를 이 문제에 결합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이 방법은 단기적인 처방보다는 장기적인 측면에서의 해법으로 접근해야 하겠지만…. 가정과 학교에서 예절지수 개념을 적용한 교육방법을 연구, 개발하여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상대방을 배려하고, 공중질서에 대한 의식을 제대로 심어준다면 최근의 학교폭력과 각종 청소년 문제해결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현재 정규 교과과정에도 일부 존재하고 있으나 이를 체계화, 독립화해 확대 실시하자고 제안하는 바이다).

특히 이러한 예절교육은 효과적인 인간관계(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고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향후 우리 아이들의 사회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생뚱맞은 아침인사로 나의 출근길 발걸음을 경쾌하게 했던 아이들이 생각나, 퇴근길에 동네 어귀 붕어빵 장수에게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붕어빵을 한 봉지 샀다. 집 현관문을 열자 퇴근한 아빠를 반기며 품에 안기는 녀석에게 붕어빵 한 봉지를 안겨줬다. 이에 녀석들은 힘차게 화답한다.

"아빠! 고맙습니다"라고….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재소인과 우리사회 어려운 이웃들과 편지를 나누며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봉사모임인 '편지쓰는 사람들'(www.letterpeoples.com)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편지쓰는 사람들'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재소인과 우리사회 어려운 이웃들과 편지를 나누며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봉사모임인 '편지쓰는 사람들'(www.letterpeoples.com)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편지쓰는 사람들'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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