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보다 말썽이 심한 우리 딸. 유치원 재롱잔치에서는 그 내면을 감쪽같이 숨겼다.최관묵
나의 첫 직장 신입사원 시절, 지금도 생각만 하면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인사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한 가지 있다. 어려서부터 인사예절에 대한 부모님의 가르침이 유별났던 가정에서 자란 나는, 입사 당시 회사 내 모든 사람이 나의 직장 선배요 연장자였던 까닭에 출근시간부터 퇴근시간까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내 주변을 스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열심히 인사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 아무도 없던 화장실에서 나 혼자 소변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화장실로 들어오더니 내 옆자리에서 볼 일을 보기 시작했다. 순간 '이런 상황에서도 인사를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잠시 고민하던 나는 '에라! 모르겠다'라는 생각으로 일을 보고 있던 상대방에게 고개를 숙여 "안녕하십니까?"라고 씩씩하게 인사를 했다.
순간 상대방은 몹시도 당황해 했고, 그런 상대방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드는 순간, 진행 중이던 볼 일조차 멈출 만큼 놀라고 말았다. 상대는 다름 아닌 머리카락조차 희끗희끗 하신 우리 회사 회장님이 아닌가? 상상해보라! 화장실 소변기 앞에서 바지춤을 나란히 내린 새파란 신입사원과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회장님이 인사를 주고 받으며 당황해 하는 모습을….
그래서였을까? 6년여 동안의 첫 직장 생활 내내 회장님은 나의 인사를 늘 웃음으로 받아주셨고 나의 직장생활도 매우 만족스럽고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청소년 문제와 예절교육
최근 우리 사회는 학교폭력, 비행 청소년 문제로 적잖은 고민을 하고 있다. 다양한 해법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본인이 서두에서 언급한 예절지수를 이 문제에 결합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이 방법은 단기적인 처방보다는 장기적인 측면에서의 해법으로 접근해야 하겠지만…. 가정과 학교에서 예절지수 개념을 적용한 교육방법을 연구, 개발하여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상대방을 배려하고, 공중질서에 대한 의식을 제대로 심어준다면 최근의 학교폭력과 각종 청소년 문제해결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현재 정규 교과과정에도 일부 존재하고 있으나 이를 체계화, 독립화해 확대 실시하자고 제안하는 바이다).
특히 이러한 예절교육은 효과적인 인간관계(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고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향후 우리 아이들의 사회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생뚱맞은 아침인사로 나의 출근길 발걸음을 경쾌하게 했던 아이들이 생각나, 퇴근길에 동네 어귀 붕어빵 장수에게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붕어빵을 한 봉지 샀다. 집 현관문을 열자 퇴근한 아빠를 반기며 품에 안기는 녀석에게 붕어빵 한 봉지를 안겨줬다. 이에 녀석들은 힘차게 화답한다.
"아빠! 고맙습니다"라고….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재소인과 우리사회 어려운 이웃들과 편지를 나누며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봉사모임인 '편지쓰는 사람들'(www.letterpeoples.com)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편지쓰는 사람들'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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