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의원들 "지역 앞으로!"

의원단 내 "지역구 선거 준비하자" 목소리 공감대 얻어

등록 2005.03.21 09:09수정 2005.03.2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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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해 6월 서울 리틀앤젤스 예술회관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정기 당 대회에서 천영세 의원단 대표와 의원들이 대의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회찬, 최순영, 천영세, 권영길, 심상정, 현애자, 단병호 의원.

지난해 6월 서울 리틀앤젤스 예술회관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정기 당 대회에서 천영세 의원단 대표와 의원들이 대의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회찬, 최순영, 천영세, 권영길, 심상정, 현애자, 단병호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노동당의 비례대표 의원들이 지역구로 향하고 있다.

지난 강기갑·최순영·현애자 의원은 각자 연고지에서의 출마를 염두에 두고 지역활동을 준비하고 있으며, 다른 의원들은 아직 지역구를 선택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1월 의원단 워크숍에서는 "이제 비례대표 의원들이 지역구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얻은 것이다.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의원들이 지역으로 가는 것은 "비례대표 현역 국회의원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는 '비례대표 연임 금지' 당규 때문이다. 지난 2003년 민주노동당은 "지역구 돌파가 어려운 조건 때문에 비례대표 후보로 경쟁이 몰릴 수 있다"며 이같은 당규를 정했다. 결국 재선을 위해서는 지역구에서 뛰지 않으면 안 되는 셈이다.

의원들마다 재선 의지도 있지만, "인지도 있는 현역 의원들이 경쟁력을 갖고 지역구 후보로 뛰어야 전체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당내 여론도 깔려있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처음 출마할 때도 정치를 하고 싶다는 의지보다는 진보정당이 원내에 진출해야한다는 의무감이 강했고 아직 재선하겠다는 마음은 별로 없다"면서도 "당에 복무해야 하는데 결국 다시 선거에 나가야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의원들은 "의정활동 (힘들어서) 더 하고 싶지 않다"거나 "아직은 생각해보지 않았다"라고 말하며 다음 선거 출마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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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의원 중 가장 두드러지게 지역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은 현애자 의원. 현 의원은 이미 지난해 말 제주도당 운영위에 "지역구 활동을 준비해나가겠다"고 밝혔으며, 오는 19일 주소지인 서귀포 남제주에서 후원회 사무실 개소식을 앞두고 있다. 이후 현 의원은 보좌진들과 팀을 구성해 지역현황에 대한 대응을 준비할 방침이다.

유일한 '제주 여성의원'인 현 의원은 지역 내 인지도도 다른 지역구 의원 못지않다. 얼마 전에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배우 고두심씨 등과 함께 '제주여성1호'라는 책에도 실렸다. 현 의원의 이같은 활동에 힘입어 지난 3월 초 제주도당에서는 도지사가 직접 방문한 업무보고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현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제주도는 국회의원들이 모두 열린우리당이고 지방자치단체장은 모두 한나라당"이라며 "표심에 혼선이 있어서 민주노동당이 파고들 여지가 많다"고 전했다.


강 의원은 경남 사천이 고향일뿐더러 전농 경남도연맹 부의장, 사천시 농민회장, 사천읍 농업협동조합 감사 등을 지내 지역 주민들과 대부분 아는 사이다. 강 의원은 그동안 초청받은 주민 행사에 참석하는 정도로만 지역활동을 해왔지만 오는 4월 2일부터는 사천에 후원회 사무실도 열고 본격적인 지역 일구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사천지역이 워낙 한나라당의 '텃밭'인데다가 지역 농업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싸움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 의원실의 분석이다.

최순영 의원은 경기도 부천 출마가 유력하다. 최 의원은 부천 여성노동자회 회장, 학교급식조례제정 추진 부천 학부모연대 준비위원장, 부천 가정법률상담소 소장 등을 역임한 터라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도 튼튼하고, 부천시의회 1·2대 시의원을 지내 지역행정에도 밝다.

최 의원은 자신이 소속한 부천 지역위원회나 부천 시민사회단체에서 요청한 강연이나 회의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지역활동을 펼치지는 않있다. 올해 중반까지는 주어진 의정활동에 충실하고 그 뒤에 지역문제를 고민하겠다는 계획이다. 최 의원 측 한 보좌진은 "지역 활동을 한다고 해도 다른 당 의원들처럼 자기 지역구에 예산을 퍼주는 방식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고 사회운동 성격의 풀뿌리 정치를 펴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물론, 이같은 각 의원들의 지역구 선택이 출마로 이어질 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일체 당원들의 경선으로 후보가 선출되기 때문에 의원 본인이나 중앙당 차원에서 지역구를 선택했다고 해도 해당 지역 당원들이 '팽'하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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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다른 5명의 의원들은 아직까지 정확한 지역구를 정하지 않았는데 이처럼 유보적인 자세에는 "당에서 결정한 전략적 배치에 따르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이다. 의원들은 "스스로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당에서의 종합적 계획도 함께 봐야 한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지난 총선부터 스타로 뜬 노회찬 의원은 수도권 당선이 가능하다고 내다보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지역을 정하지는 않았다. 주소지는 강서구지만 꼭 이를 고집할 생각은 아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각종 언론이나 단체에서 '베스트'로 뽑힌 심상정 의원 역시 수도권을 생각하고 있다. 심 의원실의 보좌진은 "당 발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결정을 해야 하는데 심 의원은 수도권에 나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심 의원은 고향이 경기도 파주이고 주소지는 경기도 안양이지만 이에 얽매이지 않고 지역구를 선택할 전망이다.

천영세 의원은 주소지인 서울 강남구나 고향인 대전 출마가 물망에 오르고 있고 해당 지역위원회에서 "다음에 우리 지역에서 출마하라"고 말하지만 아직 진지한 검토 단계는 아니다. 두 지역 모두 현실적으로 진보정당 후보의 당선이 어려운 지역이어서 천 의원이 제 3의 선택을 할 수도 있지만 힘든 지역에서 백의종군할 가능성도 높다.

단병호 의원 역시 주소지인 경기도 성남과 고향인 경북 포항을 놓고 고심 중이지만, 두 지역 모두 진보 후보에게는 유리하지 않다. 단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고향에 '축 단병호 당선'과 같은 내용의 플래카드들이 걸려서 주민들이 '우리 지역에 단병호가 당선됐었냐'고 궁금해했다더라"면서도 "포항이 워낙 보수적이라 진보정당이 뿌리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순 의원은 울산 동구청장을 역임해 지역 현안에 밝고 올해 초에도 울산에서 의정보고회를 열었지만 울산에서 출마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울산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노조가 있고 민주노동당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을 낸 터 다른 지역보다 유리하지만 그런 만큼 라이벌도 많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울산에서 의정보고회를 한 것은 나를 키워준 지역에 대한 예의"라며 "울산에는 (선거에) 나가시려는 분들이 많아서 다른 곳에서 출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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