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과 한국의 미래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등록 2005.03.24 15:11수정 2005.03.2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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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최병권, 이정옥 엮음휴머니스트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최병권, 이정옥 엮음휴머니스트 ⓒ 윤석만

“사랑이 의무일 수 있는가?”
“죽음은 인간에게서 일체의 존재 의미를 박탈해 가는가?”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누가 이런 질문을 했을까? 아니, 누구에게 그 답변을 바란 것일까? 철학자, 교수, 정치인? 아니다. 대학입학시험을 치르는 고등학생들에게 던진 물음들이다. 프랑스 대학입학시험 바칼로레아의 시험 문제다.


바칼로레아를 치르는 날은 프랑스에서 토론의 날이다. 시험 문제를 두고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모의고사를 치르기도 하고, 주제에 대해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토론을 중시하는 프랑스 공교육이 문화 깊이 내재된 까닭이다. 그래서 프랑스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남들과 다른 의견을 주고받고, 또한 설득하고 비판하는 일련의 민주적 사고의 과정이 저절로 체화된다.

우리의 교육 현실은 어떤가? 수능 점수 몇 점을 더 올리기 위해 과외다, 학원이다 해서 바쁘기 짝이 없다. 다른 어떤 앞선 나라들보다 뒤지지 않는 공부 시간을 자랑한다. 아니, 각종 경시대회에서도 고득점을 획득하는 건 우리나라 학생들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그 이상 없다. 사고력을 측정한다고 대학에선 논술 시험이 추가됐지만, 우리의 교육 풍토에선 이것도 결국 족집게 논술 과외만 살릴 꼴이 됐다. 대학을 들어와선 어떤가?

고등학교 때 희생했던 자신의 청춘을 보상이라도 하듯, 놀고먹는 대학 생활이 끝없이 펼쳐진다. 거기에 청년실업 40만이라는 사회경제적 악재까지 겹쳐 우리의 학생들은 갈 곳을 잃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최병권·이정옥, 휴머니스트)가 제시하는 해법은 한 가지다. 바로 사고력을 기른 것이다. 철학, 사회학, 논리학, 정치학 등 인문학에서 출발한 사고 훈련이 곧 공교육 살리기의 해법이란 얘기다. 이 책은 최근 이십년 간 바칼로레아에 나왔던 수준 높은 문제들과 그에 대한 모범적인 답변들을 예시로 들고 있다. 위에서 던진 두 질문처럼 결코 답변하기 쉽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 프랑스 고등학생들은 어떤 답을 내놓는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공교육 붕괴, 사교육비 증가 등 교육 문제를 두고 여러 해법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교육 정책이 어떤 철학을 토대로 하고 있는지 자못 의심스럽다. 공교육이 꼭 프랑스나, 앞선 국가들의 모델을 따라야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내신 부풀리기와 단답형 위주의 학교 교육과 학생을 점수 기계로 만들어버린 대학 수능 시험이 그 답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지은이가 책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글로벌 경제 시대의 승자가 되기 위해선 창조성과 독창성, 리더십이 모든 것을 결정”하므로 “기초 과학과 역사와 철학을 소홀이 하는 기능위주의 교육은 높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지닐 수 없다”는 것이다. 덧붙여 지은이는 “국민의 자질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세계화 시대”엔 “교육이 국가 수준의 결정적 변수”라고 말한다.

“문화적으로 강한 나라가 되길” 바랐던 김구 선생의 말처럼 21세기 우리가 목표로 해야 할 선진강국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 답은 교육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1 - 개정판, 종합편, 바칼로레아 논술고사의 예리한 질문과 놀라운 답변들

최병권.이정옥 엮음,
휴머니스트,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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