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최대 강점? <오마이뉴스>와도 즐겁게 얘기하는 것"

[강재섭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

등록 2005.03.25 02:44수정 2005.03.2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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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24일 열린 강재섭 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이날 인터뷰는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40여분 동안 이뤄졌다.

a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당이 어려운 시기에 원내사령탑을 맡았다.
"우선 이렇게 기회를 줘서 고맙다. 한나라당 사람들은 <오마이뉴스>랑 만나면 질겁하는 듯 한데 나는 그런 것 없다.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다. 내가 '영남출신'이니까, '영남은 보수꼴통 아니냐'하는 선입관 갖고, 내가 무대에 올라 연기하는 걸 본 적 없으니 '저 사람도 그런 사람 중 하나 아니겠나' 생각하는데 있어 보면 '저 사람은 다르구나' 하는 것 알게 될 것이다.

당이 사실 전통과 좋은 가문, 권력을 가진 부잣집이었다. 그런데 망했지 않나. 나락에 떨어지고 두 번 정권 창출에 실패해 '불임정당', 어떤 의미에서는 다 잡아온 것도 생산 못하는 '낙태정당'식으로 까지 갔는데 다시 태어났다. 가문이나 전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정말 자수성가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힘으로 노력해서 새로운 가문을 만든다는 각오로 새 출발해야 한다. 이런 시점에서 내가 가문을 다시 일으키는, 자수성가하는 가문의 깃발을 들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다.

오히려 평상시 같았으면 당 대표가 '대구경북'(TK) 출신인데, (내가 원내대표로) 됐겠나. 그런데 나에게는 당이 내가 무대에서 연기할 수 있는 '좋은 위기'에 빠져 당선되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우리 처한 입장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다. 선린상고 출신이든 군산상고, 대구상고 출신이든, 공 잘 던지는 사람이 구원투수로 필요한 시점에 내가 공을 잘 던질 수 있다는 기대 속에 당선된 것이다. 내가 볼을 잘 던져서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잘하고 싶다."

- 강 대표는 사실 그간 '5선'의 정치생활을 하면서 중요한 시기에 '구원투수역'은 했지만 본무대에서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없진 않았는데 대중 속에 각인된 이미지가 너무 약하다.
"이미지란 것은 예를 들어 배우로 캐스팅이 돼서 연기를 주연배우로 해야 '저분이 비극 연기를 잘 한다' '희극 연기를 잘 한다' 하는 얘기가 나오지 않겠나. 그러다 흥행하면 CF모델도 해서 상품을 잘 팔게 하는 생각이 들텐데 지금까지는 내가 주연 배우를 하고 싶어도 늘 조연 밖에 못했다.

처음에는 열심히 일하는 '일벌레'로 당의 기조실장을 했고, 대변인, 총재 비서실장, 청년자원봉사단 총단장 등을 했는데 그런 직책은 남을 대변해주는 일이고 실무적 일이었다. 비서실장은 목소리가 없어야 되고 기조실장은 윗사람들이 잘 토의하도록 '백업'을 해줘야하는 자리이니 내 개성을 살릴 수 없었다.

또 지금은 젊은 의원들이 여러 명이 있어서 '새정치수요모임'도 만들지만 내가 나이 마흔에 의원이 됐을 때는 젊은 의원이 나 혼자였다. 그런데 나 혼자 무슨 '미래연대'며 '수요모임'을 만들 수 있었겠나. 그렇지만 잘 하니까 '차세대 주자'라는 이름이 내 앞에 붙었다.


그러다가 내가 내 정치를 하게 됐을 때 당의 논리는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함몰돼 있었다. 또 나는 지역구가 대구인데, 내가 전체를 생각하지 않는 입장에서 내 개인이 너무 개성을 살리면 곤란하다는 인식도 있었다. 그러나 도전해야 할 때는 다 도전했다. 최고위원, 부총재에 도전했고, 당 대표가 되기 위해서도 두 번 도전했다.

처음에는 모두 내가 당 대표가 된다고 봤다. 여론조사도 바로 그 전날까지도 좋았다. 가만히 놔뒀으면 내가 됐을텐데 당시 당 장악하고 있는 이회창 진영에서 대선 앞두고 자기들 유리하게 디자인하는 바람에 주연배우할 기회를 놓쳐 버렸던 것이다.


2003년 당 대표에 도전했을 때 나는 한나라당이 아직도 시대흐름에 따라가지 못한다고 보고 마누라 빼고 다 바꿔서 당을 일으키고 싶었는데, 나는 젊으니까 인큐베이터에 좀더 키워서 대권주자로 내보내자는 식으로 당 분위기가 돌면서 또 밀렸다.

그러다가 최병렬 총재가 탄핵 처리 등 여러가지 문제로 물러났을 때도 당 대표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그때는 박근혜라는 사람이 제일 적절하다고 봤기 때문에 나를 희생해서 제일 먼저 (박 대표로) 하자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주연배우 한번 못하고 떠오르는 이미지 하나 없는, 희극을 잘하는지 비극을 잘하는지 실력발휘할 기회 없이 여기까지 왔다. 내 개인 정치인으로서도 한스럽다. 당을 위해 내가 가진 모든 경륜과 경험, 나의 밝은 성격 등을 발휘할 기회가 없어 안타깝게 생각했는데 이번에 기회가 왔다. 앞으로 '저 사람이 연기를 잘 하는 구나' '흥행도 되겠구나' '저 사람은 CF모델로서도 한나라당을 잘 팔겠구나' 하는 인상을 남기겠다. 기대해주길 바란다."

대권레이스? "아직 시작도 안했다"

- 지금도 당내, 이른바 당시 이회창 시절과 같은 '대세론'이 있다고 보나.
"없다고 본다. 없다. 옛날의 '3김'은 지역을 기반으로 해서 같이 교도소도 다녀오고 독재정권에 투쟁했기 때문에 명분이 있었다. 그러니 사람도 따르고 패거리가 가능했다. 이회창은 그 '3김'의 마지막 혜택을 봐 대권주자로서 많은 표를 얻었다. 그러니 다음에도 이 분이 될 거라는 기대 속에서 그에 버금가는 대세론을 유지해갈 수 있었으나 대세론에 안주하다 실패했다.

지금은 시대 분위기도 그렇지 않고 홍준표 의원의 말마따나 '공동묘지 앞에서의 침묵'은 의미 없는 것이다. 대세론은 있을 수 없고 지금 대세를 장악하고 있는 사람도 없다."

- 여러 가지 주변 여건상 강 원내대표가 능력을 펼 여지와 공간이 커졌다. 본인 하기에 따라 많이 얻을 수도 있고 반대로 잃는다면 모두 본인 책임으로 돌아가는 상황이라 부담도 클 것 같은데.
"부담이 크다. 내가 연기해야 할 무대는, 자꾸 영화 얘기를 하게 되는데, 지금은 '거창하고 스펙타클한 장면'이라고 본다. 이런 스펙타클한 장면에서 내가 주연을 하게 됐으니 위험부담도 크다. 또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영화가 실패하면 신세 조지니까(웃음)…. 그런 면에서 내가 잘하면 당 살릴 수 있고 못하면 당이 나락으로 떨어지질 수 있는 상황이니 나도 엄청난 비장함을 느낀다.

과거에 원내총무 한사람 바뀌어서 원내대책을 짜는 수준이 아니다. 우선 당이 외과적 대수술을 받게 하기 위해 필요한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1단계로 당에 먼저 보약 먹여 몸을 추스리고 화합시키겠다. 2단계로는 혁신위원회(위원장 홍준표)가 하고 있는 당 혁신을 통해 당을 수술해야 한다. 그런 후 내년이 되면 박 대표의 임기가 끝나서 새로 태어난 정당이 되면 '관리형 대표'에게 당을 맡기고 그때부터는 지금 소림사에 있는 여러 검객들이 강호로 나와 대권을 향해 뛰도록 하겠다.

현재 당의 보금자리는 지리멸렬한 상태여서 여기에 몸을 담고 대선 후보를 만든다면 오히려 후보의 가치를 당이 깎아 먹게 된다. 그러나 내가 1년간 박 대표와 함께 당을 잘 만들어서 내년에는 검객들에게 좋은 환경과 보금자리를 갖고 칼을 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

- 내년 6월을 기점으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임기가 끝난다. 박 대표도 내년 7월까지가 임기이고 강 원내대표도 내년 5월까지다. 대선을 앞두고 시점이 묘하게 맞아떨어지는데.
"지금은 어떤 사람은 소림사에서 연습하고 있고 또 다른 사람은 송림사에서 하고 있는 상태다. 지방자치단체장은 그 자리에서, 또 당 대표는 대표로서 그 역할을 열심히 하다가 내년 7월 이후에는 다 나와서 정책 경쟁, 이미지 경쟁을 하라는 것이다."

- 본인은 '무대'를 만들어주는 역할만 할 것인가.
"그것은 나중에 생각할 문제다. 나는 일단 지금은 무대가 없으면 아무도 못 뛰니 무대 만드는 일에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다."

"박근혜 대표 임기 보장되어야...'흔들기' 내가 막겠다"

- 홍준표 혁신위원장이 7월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며 박 대표 재신임도 물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혁신위는 이제 가동 초기이다. 혁신위도 자기들의 의견을 모아봐야 한다. 지금은 홍준표 의원이 자신의 개인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혁신위가 자유롭고 광범위하게 당을 혁신하도록 아이디어를 내는 것에 대해 뒷받침해주고 그 생각이 옳다면 지도부가 반대하는 부분도 설득해 관철시키는 역할을 할 생각이다.

그러나 독을 깰려고 해선 안된다. 무슨 얘기냐 하면, 당명개정이나 당권·대권을 분리해서 뭘 해야겠다는 것 등은 좋다. 당연히 해야 한다. 또 당 의원연찬회에서 나온, 소위 '개혁적 보수'를 당헌과 정강·정책에 담아야 한다. 당명 개정에 나는 반대했지만, 지리멸렬한 '봉숭아 학당' 아닌 엄청난 제철소로서 당이 새로 출발한다면 이름 바꿔도 좋다. 당명 개정을 하기 위해서라면 전당대회 필요하다고 본다.

또 내년에 가서는 예전처럼 대세론 가진 후보는 없으니 끝까지 쥐고 갔다가 (대선) 직전에 제스처로 총재를 내놓는 상황은 아니니까 내년 체제 이후에는 당권대권 분리 위한 전당대회 개최할 수 있다. 내년에 지도체제에 대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그런데 2년 임기로 뽑아놓은 당 대표를 의도적으로 끌어내리기 위해서 전당대회를 계획하고 있다면 막을 것이다. 그런 일은 내가 막을 것이다."

- 강 원내대표는 현재 두 가지 큰 문제에 당면해 있다. 4월 임시국회 '쟁점법안 처리'와 '수도지키기투쟁위원회'를 위시한 당내분이다. 복안이 있나.
"쟁점법안 문제는 내게 한번 맡겨놔 봐라. 4월 임시국회가 끝나고 난 뒤에 정치권에서 강재섭이가 어떤 사람인지 하는 진면목을 보여주겠다. 협상전략과 관계된 문제이니 미리 얘기하지는 않겠다. 이미 원내대표단에서 당내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의원들이 공감하는 가운데 밀어 부쳐야 하니까. 그래서 (4월국회 대비를 위한 원내대표단-정책위 연석) 워크숍도 하는 것이다.

의사소통에 있어 명쾌하고 단호하게 할 생각이다. 심장에 있는 피가 발끝까지 가고 발 끝에 있는 피도 심장까지 와서 동맥경화증이 안 걸리도록 의견을 수렴하겠다. 과거처럼 의원총회에 와서 산발적으로 얘기하다 결론도 없이 헤어지게는 절대 하지 않을 거다.

4월 국회가 내 개인의 원내대표로서의 입지와도 관계될지 모르겠으나 4월 국회가 생산적이면서도 야당이 뼈대도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내가 연기해야 될 진짜 무대라고 본다. 절대 여당에 질 끌려 다니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선도적으로 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것이다.

'목소리도 내지 않던 강재섭이 어떻게 일을 하겠나'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며칠간 내가 가진 기량을 다 발휘해서 회의 체제도 고쳤고 독도문제에 대해서 이벤트도 가미하면서 처리했다. 나는 그냥 너저분하게 (말만) 늘어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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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 강 원내대표의 이미지는 'TK' 출신에 중도에서도 오른쪽으로 나가 있다. 그런 면에서 쟁점법안을 좀더 젊고 전향적으로 처리할 생각은 없나.
"나는 중도우파다. 또 '개혁적 따뜻한 보수'라는 입장에서 무엇이 국가에 도움되는지 잘 생각해서 하겠다. 좀 있어 봐라.

어제 '새정치수요모임'이 3대 쟁점입법에 관련 견해를 밝혔는데, 이에 대해 언론은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고 나오더라. 지도부가 그분들과 조율해서 하고 있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나는 수요모임 뿐 아니라 어떤 모임에 대해서도 '당신들 입장을 정해서 나에게 얘기하라' '또 내게 말하기 어려우면, 당이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 당을 지리멸렬하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언론에 얘기해도 좋다'고 말했다.

언론인들도 지금까지의 정당 행태에 젖어서 '저러면 싸우고 있구나'라고 보는데, 의견 조율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당내에는 '국민생각' 등 많은 공부모임이 있다. '수투위'도 다른 모임들보다는 좀더 정치색이 짙지만, '당내 당'은 아니다."

중도우파 표방..."나는 개혁적 따뜻한 보수"

- 그러나 수투위 맴버인 김문수 의원은 최근 '이대로 가면 신당 창당도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 창당 보도도 들여다보면 믿을 수 있는 기사인가. 반쯤은 소설이다. 그런 것은 아니다.

수투위 소속 의원들이 한나라당의 외연을 넓혀준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수도를 분할한다는 욕을 들어가면서 충청도에 12개(부처)를 갖다놓은 노무현 정권은 수도에서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떨어진 인기를 받아먹지도 못하고 있다. 이재오·김문수·전재희 의원 등의 투쟁은 한나라당의 지지도를 높여주는 일이다. 왜 좁게 생각하나?

옛날 야당은 농민이 데모하면 가서 같이 데모하고 밥 먹고 했는데 우리당은 가라고 하면 넥타이 메고 안간다. 그게 무슨 야당인가. 그렇게 하면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김문수 의원에게 4월 임시국회에서 대정부질문 정치분야 팀장이 되어 이끌어 달라고 요청했다."

- 당론과 배치되는 주장을 할텐데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을까.
"고요하고 평온하게 가야 한나라당이 잘 한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독도에 가서 당직자회의를 하기에 앞서 고진화 의원이 다른 여야 의원들과 더 발빠르게 독도에 들어갔다. 내가 아침에 고 의원에게 바로 전화해서 '고진화 잘한다'고 격려했다. '당신 같은 열성적 의원이 많아야 한다. 당의 역동성 살려줘서 고맙다'고 말이다.

또 박계동 의원이 독도로 본적지를 옮겼는데 옛날에는 사람들이 쇼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지금 박 의원이 한나라당에 얼마나 필요한 사람인가. 박 의원처럼 독도에 대해 물밑까지 아는 분 별로 없다. 우리에게 도움되는 분이다.

이혜훈 의원도 별도의 독도관련법을 냈다. 최경환 의원이 낸 법과 조율해서 국익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왜 중간에 이상한 게 끼어드냐며 권위 세우면 안된다. 그런 것 다 모여 총체적 정치적 역량이 되고 야당의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

- 많은 사람들이 강 원내대표의 '스킨십 정치'와 '화합형 리더십'을 높이 사는 것 같다.
"스킨십 정치를 했다고 생각 안한다. 골프 치고 밥만 먹는 게 아니다. 옛날에는 이 분들이 당을 어지럽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옳은 주장이 있어도 잘랐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수투위의 주장이) 맞는 것도 틀린 것도 있다. 이미 절차를 거친 법안에 대해 무효화하라고 하는데 나는 안 된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그런데 또 190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나눠먹기' 식으로 비판하는데 그 얘기는 내가 들어도 맞다. 달래기 위해 사탕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해도 맞으니 맞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공기관 이전문제도) '맞다. 내가 책임진다. 난 거기에 가담 안한다'고 말한 것이다.

수투위가 가진 생각을 진심으로 보고 관찰해서 옳으면 옳다고 해서 거들어주고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잘라주는 게 리더가 취해야 할 자세라고 본다. 그래서 '강재섭은 좀 다르구나' 생각하면 대화하려고 하지 않겠나."

- '수투위'가 차기대권주자의 이해관계와 관련되어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서울시장은 수도에 있는 행정기관이 12개나 나가는데 철학이고 뭐고 둘째치고 이를 관할하는 장으로서 당연히 반대하지 않겠나. 또 과천이 지역구인 안상수 의원도 당연히 강경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도에 몸을 담고 있는 의원들, 아니면 이 땅의 수도의 위상이 저런 식으로 훼손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철학을 가진 분들, 박세일 의원 등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지방자치단체장과 연관지어 이상한 뿌리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보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 한나라당의 차기대권주자의 후보군이 넓어져야 한다며 고건 전 총리나 정몽준 의원 수준까지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넓어지고 좁아지고간에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대선이 3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넓혀야 한다거나 좁혀야 한다는 얘기는 의미가 없다. 결국 그 사람들('빅3')을 유력한 후보라고 규정하는 것도 언론이 하는 거더라.

마라톤으로 치면 42.195km 중 20km도 뛰지 않은 단계다. 어떤 의미에서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이제 출발해서 운동장 빠져나가는 정도의 단계밖에 안됐다. 운동장을 빠져나가면서 선두로 나가는 사람은 허겁지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시대 분위기도 있다. 예를 들어 월드컵에서 '붉은 악마'가 뛰고 인터넷 등 정보통신이 발달하는 상황이 오면서 노무현 후보가 뜨면서 드라마틱한 상황이 오지 않았나. (마라톤에서) 운동장도 채 빠져나가지 않았는데 무얼 예측할 수 있겠나."

'빅4'? "아직은...당 환골탈태에 최선 다하겠다"

- 작년 3월 23일 '차떼기정당'과 대통령 탄핵으로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을 구하기 위해 박 대표가 당대표로 취임했다. 그 뒤로 1년이 지났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의 큰 자산이다. 높은 대중적 인지도, 절제된 행동, 악착같은 사명감, 또 국민들에게 주는 연약하면서도 애잔한 모습이 있다. 그런 것들이 국민들의 감동 불러일으키면서 몰락한 가문을 건져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고난의 시절에 헌신한 분이라는 건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있다. 정당이란 게 의사소통이 중요한데, 온몸에 피가 잘 돌아가게 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많은 약점을 보였다."

- 의원총회 등 의견수렴절차는 마련되어 있음에도 소통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무엇 때문이라고 보나.
"개인의 타고난 품성과도 관계되고, 이렇게 막 얘기해도 되나 모르겠지만, 정치판에서 굴러먹으면서 쌓여진 정치적 경륜도 필요한데, 이런 것에 있어서는 아직도 순수하지만 미숙한 부분이 있다. 정치란 인간이 하는 것이다. 인간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나는 이런 서로의 장단점을 잘 보완해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내가 당을 위해 헌신적 자세로 내 마음을 다 비우면 두 사람 사이에 알력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전부 포옹하고 하는 그런 것은 아니고, 내 소신을 주장해 충돌하기 보다는 이면에서 잘 조율해 좋은 결론을 내려 한 목소리를 낼 생각이다."

- 박 대표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자산이면서 동시에 부담이다.
"시험의 1년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박 대표가 가진 자산겸 부담인 건 확실하다. 그것은 본인이 강호에서 싸우면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내가 언급하기는 힘들다."

- 과거사법 미루는 것과 이를 연관짓기도 하는데.
"그것과 관계없다. 과거를 보는 한나라당과 나의 입장이 있다. 과거가 어떻게 오늘의 토양이 되고 미래의 거울이 되는지 그런 것을 본다. 과거를 너무 들추어내는 것이 국가이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를 잘 정리하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나라의 걸림돌 된다고 생각하면 적당한 수준에서 빨리빨리 정리할 것이다. 균형감각으로 임할 것이다."

- 한나라당의 비전과 관련 '큰 그림'을 그리던 박세일 의원이 탈당했다. 큰 손실이겠다.
"어차피 그만 둔 분이고 말려도 할 수 없었다. 그분은 나름대로 소신을 가진 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최선을 다해 말렸지만…. 자꾸 뻔한 얘기를 하는 것도 그분의 인격이나 자존심에 누를 끼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빨리 정리하려고 한다. 또 탈당계 받았으니까.

하지만 한달 쯤 뒤에 나와 만나기로 했다. 한달 동안 잘 생각해보고 한달 뒤에 만나서 정치를 보는 눈, 당의 미래 등 여러 사안에 대해 총체적으로 한번 '호프 미팅'을 갖기로 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게 좋을 것 같다."

- 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준표 의원의 역량을 어떻게 보나. 지도부 사이에서는 '누가 시켰냐'고 불만도 많다고 들었는데.
"혁신이나 개혁이 가죽을 벗기고 환골탈태를 하는 것이니 앞뒤를 너무 재서 점잖게 할 수 있겠나. 좌충우돌하고 아이디어가 풍부한 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홍 의원도 명색이 3선 의원인데 투쟁 일변도로 나가기야 하겠나. 여권이 추진해온 것처럼 이념적 개혁이나 말로만의 개혁이 아닌 실천적 개혁을 하자고 생각하는 분이다. 자꾸 당을 껄끄럽게 하지 않고 잘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 본인의 최대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최대 강점? 이렇게 앉아서 얘기하는 것이다(웃음). <오마이뉴스>하고도 즐겁게 얘기하고 <조선일보>하고도 얘기하고 <한겨레신문> KBS 하고도 얘기하고 아무하고나 다 얘기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해불택세류'(大海不擇細流·바다는 강물을 골라 받지 않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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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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