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P협정의 숨은 복병 '한미공동훈련장'

관리 운영 책임과 환경오염 문제 한국군에 떠넘길 가능성 있어

등록 2005.03.25 16:22수정 2005.03.26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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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토지관리계획협정(LPP협정)으로 신설된 한미공동훈련장이 미군기지 문제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가 관련 정보 공개를 사실상 회피하고 있어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녹색연합 녹색평화국은 지난 달 16일 △LPP협정 이전 한미공동훈련장 현황 △LPP협정 체결 이후 한미공동훈련장 현황 △한미공동훈련장 사용의 근거가 되는 LPP협정 혹은 별도의 합의서 체결여부 △한미공동훈련장 환경문제와 책임에 관한 합의사항 등의 공개를 요청했다.

국방부는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통해 '정보공개의 목적'을 거듭 되물으며 정보 공개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다. 결국 세 차례나 정보공개 결정 기간을 연장했고 지난 22일 또 다시 3월말까지 기간 연장을 통보했다.

녹색연합이 국방부에 정보공개를 요청한 자료는 미의회 산하 예산감시국(GAO)에서 발간한 보고서나 미국 민간군사연구소인 글로벌시큐러티(globalsecuriry)에도 개략적인 자료가 이미 공개되었던 것.

녹색연합 녹색평화국 고이지선 간사는 "LPP협정 체결 이후 미군이 사용할 훈련장 대다수가 한미공동훈련장으로 전환되는데 단 한 번도 국방부의 공식 발표가 없었다"며 "정부가 정보공개차원에서 밝힐 필요가 있다"고 정보공개 청구 취지를 설명했다.

한미양국은 2002년 주한미군의 재배치·통폐합을 추진하며 2년마다 LPP협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해 12월 개정협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통과된 LPP협정에 따르면 미군은 3923만 6000평의 훈련장을 반환하는데 이는 전체 반환 미군공여지의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군은 이 훈련장을 반환하는 대신 한미공동훈련장을 37곳에 설치해 한국군과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한국군의 훈련장 공동사용의 문제점
<2004년 주한미군기지 현황보고서> 발췌

미군 전용 훈련장들은 대거 반환되었지만 한미 양국은 반환되는 훈련장을 대신하여 한국군 훈련장을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이것은 오랫동안 미군 공여지로 인해 생긴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던 미군 공여지 대신 한국군 훈련장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 비판을 줄일 수 있고 미군측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계획하는 해외주둔미군재배치에 따라 신속하게 전개하고 접수국과 함께 훈련하는 빈도를 높여 군사적 일치성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요구를 반영한 셈이다.

게다가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으며 대거 훈련장을 반환하면서 그 대가로 한국측에 여타 미군기지 이전비용을 떠넘기는 구실까지 만들 수 있는 유효한 전술로 평가된다.

한미가 훈련장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도중 한국군이 인명이나 재산의 피해를 입었을 경우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상 일반인과 달리 미군측에 손배해상을 청구할 수 없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빈도가 높아질수록 사고의 위험성이 커지므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지난 해 용산협정과 LPP개정협정 국회비준 저지운동을 벌였던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도 공동훈련장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평통사는 "정부는 미군기지를 반환받는 대가로 수천만평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37개소의 한미공동훈련장 및 9개 안전지역권을 공여하기로 해놓고도 정확한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며 "주한미군은 한국군 사격장과 훈련장을 폭넓게 사용하면서도 관리, 운영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을 뿐 아니라 환경오염 복구에 대해서도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세계사회포럼에서도 '공동훈련장' 문제는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해 1월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제4회 세계사회포럼에서 각국 NGO들은 미군기지 문제에 대응할 필요성에 공감, 국제네트워크를 결성했고 올해 1월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열린 제5회 세계사회포럼에서 각국의 미군기지문제 현황과 국제연대를 위해 열띤 토론을 진행한 바가 있다.

이 자리에서 필리핀 미군기지 반환운동가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2002년 미군이 필리핀 공동훈련장에서 폭격훈련을 하던 중 민간인이 화상 등 인명피해를 입었지만 미군이나 필리핀 정부 모두 외면해 보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

2003년 한국을 방문한 미군기지정화를 위한 필리핀민중특별위원회 코라손 대표는 <시민의신문>과 인터뷰에서 "필리핀 정부는 미군범죄에 대해 아무런 권한이 없으며 미군들은 범죄에 대한 사실상 면책특권까지 갖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정보공개의 계속되는 연기 책임을 주한미군에 떠넘겼다. 정보공개 실무를 담당하는 육군본부 한 관계자는 "아직 국방부의 의견수렴이 되지 않아 부득불 '공개여부 결정기간 연장 통지서'를 발송한다"면서 "한 달을 보내고서도 시원스레 답을 드리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육군본부는 지난 22일 "공개 대상정보가 LPP 관련 문헌 공개에 관한 규정에 의거 한미 양측의 상호 동의 없이는 공개할 수 없으므로 지난 3월 10일 국방부에 행정정보 공개여부 결정에 관한 의견제시를 건의했으나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 간에 정보 공개여부 결정에 관한 합의가 지연되어 아직 국방부의 공식적인 의견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 교육훈련지원과 한 관계자도 "원래 한미합의서에 한미간에 서로 합의하에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데 미측에서 합의를 미룬 것이 정보공개가 연기된 주된 이유"라고 주장했다. 현재 한미공동훈련장 정보공개를 맡았던 담당자는 전출돼 공석이다.

녹색연합과 미군기지반환운동연대는 지난해 '2004년 주한미군기지 현황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를 위해 전국에 산재한 미군공여지를 직접 확인하면서 국방부에 정보공개청구를 추진했는데 국방부는 처음에는 부분공개 입장을 취했다가 전체 공여지로 공개요청이 확대되자 비공개로 입장을 바꿨다.

이들은 "훈련장은 다른 어떤 시설이나 기지보다 환경오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훈련에 따른 사고의 위험도 높기 때문에 정보가 주민들에게 알려져야 한다"면서도 "조사를 진행하면서 가장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이 훈련장이었다. 전체 훈련장 수가 다른 기지나 시설보다 적은 현실에서 현장을 확인하지 못한 곳 중 훈련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거의 50%에 이른다는 것은 훈련장에 대한 정보 접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당시 국방부는 "SOFA 28조에 따라 설치된 한미합동위원회 운영절차 5항(상호 동의없이 공개를 하지 않음)에 의거 공개가능 범위에 대해 협의 중에 있다"고 답했으나 결국엔 사실상 비공개 처리했다.

유영재 평통사 미군문제팀장은 "국가안보, 군사기밀이란 이유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면서 "국방부는 한미간 협의한다고 핑계를 대지만 실제는 자기네에게 유리한 것은 발표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덮어버린다"고 비난했다.

유 팀장은 "한미SOFA합동위원회 회의 내용은 비공개로 되어 있어 국민의 감시가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미국의 요구가 관철되어 왔다"면서 "이도 한미간 종속 관계를 반영하는 단면"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국방부는 정보공개에 대해 다른 부서와 달리 더 폐쇄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면서 "국방부 당국자들은 국민의 알 권리 확보를 위해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김성한 기자는 문화유산연대 사무처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성한 기자는 문화유산연대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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