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산수유 나무는 따로 있다?

구례 '할아버지 산수유'를 찾아 떠난 여행

등록 2005.03.26 15:35수정 2005.03.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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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있거라 산동아 너를 두고 나는간다
열아홉 꽃봉우리 피어보지 못한채로
가마귀 우는골에 병든다리 절며절며
달비머리 풀어얹고 원한의 넋이되어
노고단 골짜기에 이름없이 쓰러졌네

살기좋은 산동마을 인심도 좋아
산수유 꽃잎마다 설운정을 맺어놓고
가마귀 우는골에 나는야 간다
노고단 화엄사 종소리야
너만은 너만은 영원토록 울어다오


잘있거라 산동아 너를 두고 나는간다
산수유 꽃잎마다 설운정을 맺어놓고
회오리 찬바람에 부모효성 다 못하고
발길마다 눈물지며 꽃처럼 떨어져서
나혼자 총소리에 이름없이 쓰러졌네

- 백부전의 '산동애가'


a 만개한 산수유꽃

만개한 산수유꽃 ⓒ 김학수

노란 산수유 꽃물결이 지리산 자락을 휘감아 돌며 산동마을에 그림 같은 한 폭의 동양화를 수놓고 지나간다.

a 산수유 시목을 알리는 안내표지판

산수유 시목을 알리는 안내표지판 ⓒ 김학수

녹슬어 검붉은 양철 지붕집 돌담 어귀에 한줄 바람이 휘돌아 지나가자 노랗게 물들어가는 산수유꽃 가지 하나가 수줍은 애기낭자의 옷고름처럼 바람에 하늘거린다.

여순사건 때 열아홉 꽃다운 나이로 대를 이어야 하는 동생 대신 세상을 떠나야 했던 전남 구례군 산동면 상관마을 백부전(본명 백순례 白順禮)의 애달픈 산동애가(山東哀歌) 사연처럼 그렇게 산수유는 산동마을 돌담 위에 굽이굽이 꽃타래를 풀어놓는다.


산수유나무는 지금부터 약 1000년 전 중국 산동성(山東省)에 사는 처녀가 이곳 구례군 산동면(山東面)으로 시집올 때 처음으로 가져다 심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산동이라는 지명도 그때부터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동의보감>에는 산수유 열매가 신장계통, 고혈압, 관절염, 수족냉증에 효과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a 할머니 산수유 시목 앞에서. 관광온 대전의 임영례(78), 성희운(82) 할머니

할머니 산수유 시목 앞에서. 관광온 대전의 임영례(78), 성희운(82) 할머니 ⓒ 김학수

구례군 산동면 계척리 계척부락에는 '할머니 산수유'라 불리는 나무가 산수유 시목(山茱臾 始木)으로 지정되어 관리 보존되고 있다.

a 할아버지 산수유 시목 앞에서. 달전마을 유재문(80) 할아버지.

할아버지 산수유 시목 앞에서. 달전마을 유재문(80) 할아버지. ⓒ 김학수

산수유 시목을 할머니 산수유라고 부르는 연유는 무엇일까? 수소문 끝에 구례군 산동면 달전리에 있는 '할아버지 산수유'(?) 나무를 찾을 수 있었다.

"내가 팔십평생을 이 동네에서 살면서 할아버지 산수유나무가 있고 할머니 산수유 나무가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구만…."

달전마을 입구에서 만난 유재문(80) 할아버지의 말이다.

옛날부터 이곳 달전마을에는 3대째 한약방을 하던 이씨 집안이 있었다. 지금도 집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는 이곳 약방집 뒤뜰에는 옛날 선조 때부터 직접 재배하여 약재로 사용하던 산수유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그 수령이 너무나 오래 된 것이라서 마을사람들은 약방집 뒤뜰의 나무를 산수유 시목으로 여기고 해마다 제를 지내왔었다.

세월이 흐르고 각 지자체별로 지역 형태에 걸맞은 지역 축제를 개최하게 되었는데 구례군에서도 '산수유꽃 축제'에 이곳 산수유나무를 시목으로 지정하여 관리하려고 하였으나 개인 소유의 산수유나무와 가옥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과다한 보상을 요구해 이곳의 산수유 시목을 포기하고 말았다 한다.

결국 지금의 산수유 시목이 있는 계척마을의 주민들에게 오래 된 산수유나무를 제공받아 시목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현실이야 어떠하든 보상에 묶여 지금은 관리되지 않고 빈 농가의 뒤뜰에서 축제행사의 그늘에 가려져 있는 '할아버지 산수유' 시목의 잊혀진 모습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재문 할아버지와 이장 박종수(59)씨는 잘못 지정된 시목에 대한 행정을 바로 잡아줄 것을 요구하였다.

구례군청 문화관광과 박태성씨를 찾아 문의하였더니 늦었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할아버지 나무도 산수유 시목으로 관리 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 산수유꽃이 노란 물감을 풀어놓은듯 아름답다.

산수유꽃이 노란 물감을 풀어놓은듯 아름답다. ⓒ 김학수


꽃샘추위 탓에 예년보다는 조금 늦게 꽃망울을 터트린 산수유꽃이 이번 주말과 휴일을 절정으로 4월까지 꽃 잔치가 계속될 듯싶다.

산동면 상위마을부터 상관마을까지 계곡과 돌담을 타고 이어지는 꽃의 향연…. 주말과 휴일 온 가족이 함께 노란 산수유 꽃망울 속으로 풍덩 빠져보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주변 관광지>

. 섬진강~광양 매화마을
.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 매천사, 문수사
. 운조루

<제7회 산수유꽃 축제안내>

기간 : 2005.3.19.(토) ~ 3.27.(일) 9일간
       **올해는 개화시기가 예년보다 조금 늦다**
장소 :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 온천 관광지 일원
주제 : 생명과 새 봄의 시작
주최 : 구례군(061)780-2224,2390
주관 : 구례군 산수유꽃 축제 추진 위원회
홈페이지 : www.gurye.net

덧붙이는 글 <주변 관광지>

. 섬진강~광양 매화마을
.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 매천사, 문수사
. 운조루

<제7회 산수유꽃 축제안내>

기간 : 2005.3.19.(토) ~ 3.27.(일) 9일간
       **올해는 개화시기가 예년보다 조금 늦다**
장소 :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 온천 관광지 일원
주제 : 생명과 새 봄의 시작
주최 : 구례군(061)780-2224,2390
주관 : 구례군 산수유꽃 축제 추진 위원회
홈페이지 : www.gury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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