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훈
초상화가들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글쓰는 사람이 외롭고 있더군요. 고객의 성명을 한자로 적어 주면 그림과 글자에 맞추어 족자를 만들어 줍니다. 손님은 없고 구경꾼들만 요란한 필체에 입을 벌리고 있더군요. 주인장 왈,오전 10시부터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그동안 고객은 없고 구경꾼만 많았다고 합니다.
드디어 오늘의 첫 고객이 나왔습니다. 첫 고객의 두 아들 이름, 큰 아들은 천해(天海) 작은 아들은 천호(天虎) 두 이름을 합하여 '天海虎'로 첫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날렵한 손놀림으로 이름 자를 해석하면서 그림을 그리는지 글을 쓰는지 모를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늘에는 학과 밝은 해로 이루어진 하늘 天, 바다에서 용이 승천하는 모습의 바다 海, 땅에는 백수의 왕인 호랑이를 상징하는 범 虎. 날렵하고 세련된 손놀림에 더하여 좋은 꿈 해몽하듯 노래하듯 이름을 파자하여 해석하자 구경꾼들의 박수와 더불어 추가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