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향
아이들과 처음 해보는 나무심기는 여러 모로 재미있고 유익했다. 아이들에게 갯버들은 물살이 샌 개울가에서 자라며 추운 겨울에는 꽃의 싹을 털로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해주었지만 잘 모르는 표정이었다.
커다란 삽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도, 삽질을 하는 것도 아이들에겐 모두 새로운 경험이었다.
아이들의 눈에는 삽질을 하면 밖으로 기어 나오는 땅속의 벌레들조차 신기한 존재였다. 작고 보잘 것 없지만 귀한 생명인데, 한편으로는 징그러워 도망치고 비명을 질러대는 녀석을 보면서 콘크리트 위에서 생활하는 도시 아이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가 느껴졌다.
나무심기의 가장 큰 핵심은 심는 나무 사이의 간격이었다. 즉, 수목 꺾꽂이의 식재간격은 15~20cm였으나 실제로 그 간격을 맞추어서 하기란 조금 어려웠다.
그리고 어린 키버들 묘목을 살며시 흔들어주어 뿌리사이에 흙이 채워지도록 하고 밟아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춥다며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나무심기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던 막내에게 키버들을 쥐어주며 마법사처럼 주문을 걸어보라고 했다.
그러자 막내는 "키버들아, 키버들아 내 키만큼 쑥쑥 커라" 라고 중얼거렸다. 막내에게 손 한 뼘만한 나무가 자신의 키만큼 크려면 흙으로 덮어주고 잘 밟아주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하지만 막내는 심었던 나무마저 밟기도 해서 주위의 다른 참가자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또 제 몸무게보다 무거운 물뿌리개를 들고서 끙끙거리며 물을 주느라 옷을 다 적시기도 했다.
신발 바닥에 흙이 잔뜩 묻고 옷에 묻은 흙을 털어낼 즈음에는 처음에 심으려고 맡았던 키버들의 분량이 모두 땅속에 세워져 있었다. 한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콧물을 훌쩍거리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뿌듯해 보이는 표정이 엿보였다.
덧붙이는 글 | 국정넷포터와 위민넷에 송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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