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공사 등 정부 산하기관 및 공기업 17개의 2005년 상반기 합동채용 지원자격. 공공기관 입사 희망자들에게 폭넓은 입사 기회를 제공하고 채용한 인력의 유출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규 채용계획이 있는 공공기관들이 신입사원 선발을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최육상
공무원시험과 방송사, 공기업 입사지원…학력과 연령 철폐 흐름
학력과 출신학교에 의한 주관적인 선입견이 팽배한 사회에서 국가공무원을 시작으로 능력과 실력에 의한 평가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러 분야에서 그 흐름에 동참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공영방송으로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적극 수용하고 지원자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잠재력과 실력, 자질만을 평가하기 위해 지원서에 출신학교 등의 기재란을 삭제하는 한편 전형과정에서도 이러한 신상정보의 활용을 일체 배제하기로 했다."
지난 2003년 9월에 MBC가 2004년도 신입사원 공개채용 원서 접수를 실시하며 밝혔던 내용이다. MBC는 입사지원서에 출신학교ㆍ출신지역ㆍ주소ㆍ가족사항 등의 기재란을 없앴다.
KBS도 예비사원 정규공채에 이미 연령제한을 폐지했고 지방대 할당제 등을 도입했다. 또한 입사지원시 기재한 한국어능력시험 성적, 공인 영어시험 성적 및 대학 성적을 중심으로 능력을 평가한다.
학력ㆍ연령 등에 상관없이 입사지원 자격을 주고 있는 한국전력, 한국토지공사 등 공기업의 채용 방식도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올해 합동공개채용을 실시하고 있는 정부산하기관 및 공기업 17개는 몇몇을 제외하곤 대부분 학력에 상관없이 지원이 가능하다.
이상에서 보듯 공무원시험과 방송사, 공기업 입사지원에 있어 학력과 연령 철폐는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일반기업들은 삼성과 이랜드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학력과 학벌을 중시하는 모습이다.
삼성은 학력과 전공, 성별에 상관없이 입사지원 자격을 주고 있다. 대신 삼성은 자체 개발한 SSAT(SamSung Aptitude Test)라는 삼성직무적성검사를 통해 사원들을 선발하고 있다. SSAT는 500문항에 대한 질문을 통해 입사지원자의 학습능력과 문제해결능력 등 종합적인 직무수행 능력을 평가한다. 서류->SSAT->면접->신체검사 과정에서 지원자의 능력을 평가할 때 SSAT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이랜드는 학년에 상관없이 인재를 준비시켜 선발하는 학년파괴채용과 학력, 성별, 연령에 상관없이 인재가 가진 역량을 평가해 선발하는 자기증명채용 등 실력과 능력을 평가하는 입사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인권위, “학벌에 따른 차별소지, 대학별 등급가중치 사용 안 된다”
최근 일반기업들의 학력 파괴도 공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입사지원자들을 평가할 때 학력뿐만이 아니라 대학별 등급가중치를 적용하고 있다. 이것은 최근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27일 인권위는 ㅋ채용전문업체에 대해 대학별 등급가중치를 작성해 이를 기업체에 제공한 것은 차별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ㅋ업체는 "가중치는 각 대학 학력고사 배치표 3년 치를 분석해 작성했으며 다면평가의 한 부분 중 학습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관례화된 자료"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ㅋ업체와 같은 사례가 향후 기업의 채용과정에서 유사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학벌에 따른 차별의 소지가 있는 대학별 등급가중치를 사용을 해서는 안 된다"고 ㅋ업체의 해명을 인정하지 않았다. 인권위의 이번 지적은 기업들이 아직도 학력과 학벌을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