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규 교장인권위 김윤섭
"학교는 언제나 제가 그리던 꿈이었지요.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인 1990년대 초 아이들이 자살한다는 소식이 들리더군요. 밤잠이 안 오는 거예요. 어서 돌아가야지 하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는 학교가 싫어서 학교를 만든 사람이다.
"긴급조치 시절에 고등학생이었지요. 학생회 부활시키고 집회 주도하고 그랬더니 문제아라고 학교에서 나가 달라고 하더군요. 참 학교가 싫었어요."
아이들이 다니고 싶은 학교, 아이들이 자유로운 학교인 간디학교를 만든 지 8년이 되었다. 처음 문을 열어 2년째 되는 해 특성화 고교로 인가를 받았고 올해부터는 학급도 늘려 신입생을 받는다. 중학교 인가 문제를 둘러싸고 한동안 진통을 겪었지만 지금은 교육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책상 앞에는 물레질을 하는 간디의 사진이 놓여 있다. 그가 간디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지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처음으로 간디에 관한 책을 읽고 이 사람이다 하는 느낌이 들었지요."
유학 시절 아르바이트로 청소 일을 할 때도 그는 간디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도 간디처럼 일하며 공부했다. 그의 맑은 눈빛은 아마 오랜 정련을 거친 결과이리라.
"이제는 전만큼 육체노동을 할 수가 없네요. 몸에 무리가 와서… 요즘은 간디를 따라가기에는 제 색깔이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숲의 사람 소로우가 제가 따르고 싶은 이가 아닌가 싶네요."
그의 이런 성향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개인적인 가르침보다 학생들이 하루하루 생활 속에서 무엇을 느끼느냐, 그 문화가 중요하지요. 문화가 사람을 바꿉니다. 제가 말을 아무리 잘해 봐야 그냥 지나가는 소리지요."
그가 말하는 간디학교의 문화는 '수평문화'이다.
"교육이나 학교 생활에 관련된 것 모두 교사나 학생 1인 1표씩 행사합니다."
2년 전, 금연학교에 관한 규칙을 제정했을 때 그는 무척 긴장했다고 한다. 학생들이 거의 퇴학을 당할까 봐.
"세번째 규칙을 어기면 자퇴하도록 규정을 만들더군요. 흡연 학생이 20명 가까이 있었는데, 결국 모두 금연을 했습니다. 학생들은 스스로 고민해서 만든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굉장히 불명예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 문화가 전통으로 바뀌는 거지요."
간디학교의 아이들이 관용에 대해서 배우고 익히는 것이 또한 그의 자랑이다.
"갈등을 조정하고 오랫동안 대화하면서 사람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우리 어른들은 도저히 화가 나서 견딜 수 없는 일도 아이들은 웃으면서 넘깁니다. 사실 우리 어른들은 그런 교육을 못 받았잖아요."
정신적으로 건강하며 긍정적이고 관용적으로 자란 아이가 이 세상에 나가면 더 잘 살 수 있다고 그는 확신한다. 철저한 자유주의자라고 자신을 설명하는 양 교장은 학생들에게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인권이 아니겠냐고 되묻는다.
"자신이 결정하는 생활 방식, 진로, 교사와의 수평적 관계,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기, 자기의 권리를 아무 거리낌 없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너무 자연스러워 권리라기보다는 그냥 자기 삶의 양식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그 사회가 발전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간디농장으로 시작한 이 터에 안솔기 마을이 있다. 생태마을인 이곳에는 20가구가 산다. 아이 교육을 위해 아예 이곳으로 옮겨와 사는 학부모들도 있다. 양교장은 학부모들의 열성을 어떻게 구분하는가?
아이가 원하는 삶을 돕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