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월 31일 1면매일신문
감사 결과 대구의 섬유산업진흥사업(밀라노프로젝트)은 사업 전보다 생산ㆍ수출액이 오히려 감소하는 등 "사업 효과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특성에 적합하지 않은 패션산업육성사업을 중점 추진"했기 때문을 이유로 지적했다.
패션산업은 기본적으로 문화ㆍ예술산업의 성격을 갖고 있어 고급 원단의 제조, 첨단 염색·가공 등 기술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산업단지 조성 등을 통한 인위적 육성은 실현이 곤란한 데도, '대구 지역은 이러한 패션 기반이 극히 취약하다'는 전문연구기관(모니터컴퍼니 등)의 조사 결과를 무시하고 대구시는 하드웨어 구축 위주로 사업을 추진했다.
특히 패션어패럴밸리 조성사업의 경우 "산업자원부와 대구광역시는 타당성조사 기관 등의 패션단지 조성 반대 의견도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했고 "재원 조달에 있어서도 총사업비 3007억원(국비700억원) 중 2307억원에 달하는 민자 조달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추진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태"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또 "대구광역시에서는 섬유산업진흥사업을 1999년도에 시작하였으나 타당성조사는 1999년 12월에 시작, 2000년 12월에 완료하는 등 사전 타당성조사 없이 사업계획을 수립ㆍ집행하는 등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특히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를 설립하면서는 사전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아니 함으로써, 인근에 유사한 기능(전시, 공연 등)을 수행할 대구전시컨벤션센터가 건립 중이어서 당초부터 그 필요성이 적었는데도 이를 간과한 채 건립을 추진했고, 그 결과 2003년도의 활용실적은 전문패션쇼 개최 5회(28일), 패션교육 3주에 불과하는 등 저조"했다.
감사원은 "산자부장관과 대구광역시장에게 패션어패럴밸리에 대한 입주 수요와 재원 조달방안 등 사업 타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사업의 추진 여부를 전면 재검토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책임 떠넘긴 <매일신문>의 책임은?
<매일신문>은 패션어패럴밸리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사업 전면 재검토'로 나오자, "사실상의 사업 중단"이라며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4월1일 사설에서 "사실 어패럴 밸리를 비롯한 '밀라노 프로젝트'는 김대중 정부 때 대통령의 지시에 맞춰 급조된 사업이다…'밀라노 프로젝트'는 김대중 정부의 '동진 정책'과 중앙 정계 진출을 노렸던 문희갑 전 대구시장의 '정치적 야심'이 빚은 합작품이었지, 대구섬유산업의 현실과는 괴리된 정책이었던 셈이다"고 보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희갑 전 대구시장에게 모든 책임을 지운다. 물론 잘못이 있다면 당시 정책 최고 결정권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사업 선택이 아니라 사업 추진이 잘못되었다는 감사원의 감사 내용을 고려하면 과도한 지적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우리는 안 될 줄 알았다'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밀라노 프로젝트 자체를 부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매일신문>은 처음부터 이렇게 주장했을까? <매일신문>은 당시 '밀라노 프로젝트'는 중앙정부와 대구시의 야합에 의한 졸속 정책이라고 비판했을까? 그래서 '밀라노 프로젝트'의 추진을 반대하는 기사를 실었을까? '밀라노 프로젝트' 얘기가 한창이던 1998년으로 가보자.
당시 신문은 "대구시는 섬유도시 건설과 산업인프라 구축 등 굵직한 지역 현안 문제들 중 상당수가 이번 김대중 대통령의 대구 방문에서 해결 가닥을 찾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는 특히 김대통령이 시의 현안사업들을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직시하며 지원의사를 밝힌 데 대해 유례없는 일이라며 반기고 있다(1998년 5월 1일 '김대통령 대구방문서 남긴 것')"고 보도했다.
그런데 김 대통령이 대구를 다녀간 뒤에도 사업 추진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신문은 "최근 대구 섬유산업은 안팎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 먼저 안으로는 아시아의 밀라노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말 발표키로 했던 대구섬유산업 육성방안을 아직도 확정짓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대구시의 어패럴 밸리 조성계획도 예산 당국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대통령의 지시에 마지못해 지원시늉만 내는 산업자원부는 믿을 곳이 못된다(1998년 7월 20일 '대구산업 어디로…(1)-섬유')"고 보도했다.
또 그 뒤 정부에서 '밀라노 프로젝트'를 확정하자 신문은 "대구를 세계적인 섬유도시로 육성한다는 '밀라노 프로젝트'는 꿈이 가득찬 그야말로 희망의 계획이다… 게다가 정부는 IMF로 인해 예산사정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국비3천6백억 원을 지원하는 용단을 내렸다(1998년9월10일 사설- '대구 밀라노' 실속 있어야)"고 보도했다.
<매일신문>, '사업 타당성 조사' 외면하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