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명단에서 빠진 빅초이의 여유

USA 에피소드 5편

등록 2005.04.11 19:30수정 2005.04.1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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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0
2005. 4. 8


빅초이 최희섭이 부진으로 출전명단에서 제외되었다. 기회를 계속 주지 않고 플래툰 시스템을 가동하는 감독이 야속하다. 옆에서 바라보는 나의 심정이 이러한데 최희섭 본인은 오죽하랴.


그래서 경기 전 SBC파크에서 몸을 푸는 최희섭에게 카메라를 들이대지 못했다. 요즘 성적이 신통치 않은데 자신에게 카메라가 집중되면 부담스럽게 느낄 것 같아서였다. 내가 취재할 대상은 빅초이 밖에 없지만 가직하게 떨어져서 몇 컷 찍고 말았다.

그런데 수비 연습을 하던 최희섭이 덕아웃 펜스에 기댄 채 뻘줌하게 서 있던 나에게 먼저 인사를 꾸벅하는 것인 아닌가? 그것도 미소 띤 얼굴로… 어라, 최희섭과는 3년 전에 애리조나의 시카고컵스 스프링캠프 때 스치듯 인사를 나눈 게 전부인데 나를 기억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부담을 줄까봐 일부러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의기소침하고 않고 자신의 큰 덩치처럼 여유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a 타격 케이지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최희섭

타격 케이지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최희섭 ⓒ 배우근


최희섭은 비록 경기에 출장하지는 못했지만 훈련 내내 함박웃음을 지으며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타격케이지에서는 홈런을 펑펑 쏘아 올리며 저력을 과시했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이 있듯이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빅초이가 팀의 붙박이 1루수가 빨리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었다. 마음속으로….


a 샌프란시스코 SBC파크, 경기는 한창이지만 최희섭은 없다.

샌프란시스코 SBC파크, 경기는 한창이지만 최희섭은 없다. ⓒ 배우근


에피소드 #11
2005. 4. 9


시애틀행 11:2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왔다. 수속과 강화된 검색을 고려해 나름대로 서둘러 왔지만 시간이 빠듯하다. 아니 나는 게으르고 시간은 나를 외면한 채 정확하게 자기의 길을 간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이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공항건물 앞에서 담배 하나 빼어 물고 불을 붙였다. 그런데 몇 모금 빨지도 않았는데 공항 안전요원이 다가와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한다.


a 샌프란시스코 공항,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이 각자의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이 각자의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 배우근


야외에서 담배를 태우는데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여기는 출입구와 가까우니 저쪽에 따로 흡연장소가 있단다. 시선을 돌려보니 몇몇 사람이 재털이를 가운데 두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쪽으로 몇 걸음 옮기다가 공항으로 들어왔다. 가면서 다 피웠기 때문이다.

항공사 발권대에서 탑승권을 받은 뒤, 검색대에서 외투와 신발을 벗고, 허리띠도 풀고 목욕탕을 들어가듯 통과하니 시애틀행 비행기가 무려 2시간이나 연기되어 있었다. "Oh my God!!(하느님 맙소사)"

a 비오는 샌프란시스코.

비오는 샌프란시스코. ⓒ 배우근


계속해서 지연되는 비행기 출발시간을 지켜보니 담배를 또 사위고 싶지만 이곳은 전 지역이 흡연금지인 미국공항 안이다. 수속과 검색을 마쳤으니 다시 나갈 수도 없고 마치 감옥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자질구레한 규제와 단속이 많다. 아마도 넓은 땅덩어리와 다양한 인종의 많은 사람을 관리하기 위해서겠지…. 아침부터 내리던 비는 그치지 않고 공항의 대형창문을 타고 흐른다. 비 내리는 샌프란시스코는 내가 떠나는 것을 아는 것인가? 비행기까지 지연되며 보내길 아쉬워한다.

덧붙이는 글 | 홈페이지 : www.seventh-haven.com

덧붙이는 글 홈페이지 : www.seventh-hav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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