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합의점 찾지 못한 '수사권 조정 공청회'

[현장] 검찰·경찰 양측의 첨예한 공방만 무성

등록 2005.04.11 21:32수정 2005.04.1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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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수사권조정자문위원회(김일수 위원장) 주최로 1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공청회'가 김종빈 검찰총장과 허준영 경찰청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수사권조정자문위원회(김일수 위원장) 주최로 1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공청회'가 김종빈 검찰총장과 허준영 경찰청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검찰과 경찰이 그동안 신경전을 벌여왔던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11일 공청회를 통해 5시간여 동안 치열한 설전을 벌였으나, 서로간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하고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자문위원회 민간위원들은 이날 공청회에서 수사주체를 검사로 규정한 형사소송법 195조와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규정하고 있는 196조의 개정을 요구하는 경찰측과 이에 반대하는 검찰측으로 양분돼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

김학배 경찰청 기획수사심의관은 "지난 50년을 유지하면서 독점의 폐해가 극심하게 나타난 현행 수사의 구조는 경찰의 성숙과 시대 환경의 변화와 함께 마땅히 폐기돼야 한다"며 "검·경 관계를 지휘복종 관계로 규정한 형사소송법의 195·196조 개정은 시대적 요구이며 이들 조항을 그대로 둔 채 미봉적 해법을 찾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회재 대검찰청 수사정책기획단장은 "인권보장과 적법절차 준수, 실체적 진실의 효율적 발견이라는 형사사법의 기본 이념을 실현하려면 경찰권 비대화 방지 장치가 필수적이며 수사의 근간 규정인 형소법 195·196조는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며 "경찰에 독자적인 수사권을 부여하면 국가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다"고 반박했다.

a 김회재 대검찰청 수사정책기획단장(왼쪽)과 김학배 경무관이 수사권 독립 문제에 대해 각각 검찰과 경찰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김회재 대검찰청 수사정책기획단장(왼쪽)과 김학배 경무관이 수사권 독립 문제에 대해 각각 검찰과 경찰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어 진행된 민간위원들의 주제발표에서 서보학 경희대 법대 교수는 "검찰과 경찰간의 수사권 배분은 반드시 성취해야 할 형사사법 분야의 중요한 개혁과제"라며 "형사소송법 195조는 사법경찰관의 수사주체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196조는 '지휘관계'를 '협력관계'로 개정해야 한다"고 경찰 쪽의 손을 들어주는 의견을 냈다.

이에 반해 정웅석 서경대 법학과 교수는 "상존하는 경찰의 권한 남용의 위협성에 대한 아무런 검증이나 대안도 없이 경찰을 검사와 대등한 수사주체로 인정하는 것은 국민을 담보로 일단 임상실험을 해보자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미국 FBI와 비슷한 '특별수사기구'(가칭)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고 검찰 측을 두둔했다.

특히 경찰 추천 자문위원인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현 시기는 수사권 논쟁의 매듭을 지을 때로 지금까지 수사권 조정에 대한 거의 모든 입장이 표명되고 검토됐기 때문에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연구나 논의, 비난이 아니라 이해와 타협"이라면서 "경찰을 수사주체로 형소법에 명문화하되 중요 범죄에 대해서만 검찰에 수사 지휘권을 부여하자"고 중재안을 제시했다.


덧붙여 조 교수는 "형소법 개정이 단기간에 불가능하면 새로운 대통령령 제정을 통해 개정의 발판을 만드는 차선책이 필요하다"면서 계속된 검·경간의 수사권 논란에 종지부를 찍자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양측은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주장만을 펼쳤다.

'수사권 조정 논란'에서 '인권 논란'으로 비약된 공청회


이날 공청회는 '수사권 조정' 문제를 다루는 자리였으나, 양측 토론자들의 발표가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검·경의 인권 논란'으로 흘러갔다.

검찰 측이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는 국민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자, 이에 맞서 경찰은 "인권 문제에 있어 검찰도 할 말은 없다"고 기세를 굽히지 않았다.

특히 김주덕 변호사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 "경찰 수사단계에서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단정하고 구속하려 하거나 범죄 혐의가 있음에도 철저한 수사없이 사건을 서둘러 종결하는 경우가 있다"며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검찰의 수사지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국 교수는 "양측이 장점을 극대화하고 불리한 것을 축소하는 표현을 자제해달라"며 "경찰에 박종철씨 치사사건이 있었다면 검찰에는 홍경령 서울지검 검사의 피의자 폭행치사 사건이 있었기에 검찰이 경찰보다 인권수호에 앞장서니 수사를 지휘해야 한다는 접근방법은 말이 안 되고 서로가 입장을 존중해서 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외에도 이날 공청회에서는 △검·경 협력관계 재정립 △법무부 소속 특별수사기구 설치로 사법검찰 통합 운영 △지방경찰청장 검사 지휘대상 포함 등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됐다.

지정 및 자유 토론자로는 위 발표자를 포함해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과 김주덕 변호사, 김형성 성균관대 법대 교수,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이동희 경찰대 교수, 차동언 의정부지검 부장검사가 나서 검·경 양측의 입장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앞서 검·경은 자문회의를 통해 지난해 9월부터 8개월 동안 전체 25개 주제 중에 △경미 범죄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긴급체포 후 석방시 검사지휘 폐지 △이송지휘건 폐지 △경찰에게 변사자 검시권한 부여 등 18건의 사안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

한편 검·경은 지난해 12월 수사권 조정자문위원회를 출범한 이후 13차례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해왔고, 이날 처음 공청회를 가졌다. 자문위원회는 이날 결과를 토대로 오는 18일 회의를 한 차례 더 열고 권고안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양측의 이견이 이번 공청회에서도 드러났듯이 한치 양보도 없이 워낙 차이가 심해 권고안이 쉽게 도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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