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청산국민위 허영춘 상임대표는 과거청산법에는 '진상규명을 방해하려 거짓말을 일삼는 자들에 대한 제재 장치' 등 강한 조사권한이 꼭 필요함을 역설했다.이민우
과거청산법 제정 문제로 국회의원들을 만나느라 여념이 없는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아래 과거청산국민위)의 허영춘 상임대표가 11일 낮 국회 앞에서 한 말이다.
최근 일본이 독도 침탈 망동과 역사왜곡을 계속하는 건 친일파들을 청산하지 못해 일제잔재가 그대로 남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허영춘 상임대표는 1984년 발생한 대표적 군의문사 사건 중 하나인 '허원근 일병 사건'의 당사자인 허 일병의 아버지다. 자식이 죽으면 부모는 가슴에 묻고 산다는 말이 있듯이 허영춘 상임대표는 말 그대로 21년의 세월 동안 아들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히고자 뛰어다녔다.
그러한 노력에 힘입어 지난 2000년엔 대통령소속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아래 의문사위)가 설치돼 진상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2002년 9월 '허원근 일병'이 타살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국방부는 이에 불복해 이른바 '특별조사단'(약칭 특조단)을 급조해 다시 '자살'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의 답답했던 심정을 떠올리며 허영춘 상임대표는 "국방부 특조단이 타살의 징후를 발견하고도 또 자살로 만들어 버렸다"며 "총기 감식반과 사건 당시 중대본부에 있던 자들이 다 거짓말을 하며 다시 조작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들이 군대 가서 죽은 게 21년째입니다. 그동안 내가 몸담고 있는 이 나라가 얼마나 부패하고 권력에 장악돼 있는지 느꼈습니다. 의문사위가 조사를 한 뒤에도 마찬가지였어요. 과연 이게 정의와 법이 살아 있는 나라인지 가슴 아파요."
허 상임대표는 과거청산법 제정과 관련 열린우리당에 대해 "누더기법을 만들어 조사를 못하게 하려는 한나라당과 합의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못 박은 뒤 "열린우리당이 차일피일 과거청산법 제정을 미루는 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며,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떠나게 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청산해야 할 대상자들과 합의하겠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요.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선 반드시 과거청산법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열린우리당도 살 수 있고 떠났던 민심도 돌아올 수 있는 거예요."
그는 한나라당에 대해선 "더 이상 시대착오적으로 과거의 잘못을 그대로 밀고나가려 하지 말고 잘못에 대해 사죄하라"고 강력히 요구한 뒤 "만일 한나라당이 계속해서 친북조사 운운하며 과거청산에 물타기 하려는 시도를 계속한다면 자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제정될 과거청산법에서 '상임위원'을 국회가 추천하겠다는 건 과거청산위원회를 당파 싸움 장소로 만들려는 의도이기에 반대한다"고 밝힌 뒤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었더라도 의혹이 제기된 사건은 진상규명을 위해 반드시 조사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인혁당 사건' 등 법원의 확정판결이 난 사건이더라도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과 군의문사 가운데 유족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패소한 사건들에 대해서도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과거청산법에는 "진상규명을 방해하려 거짓말을 일삼는 자들에 대한 제재 장치"가 꼭 포함돼야 한다며 힘주어 말했다.
"가해자들은 계속 거짓말로 진상조사를 방해하고 은폐하려고 합니다. 이런 가해자들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아무 것도 없는데 어떻게 진상이 밝혀질 수 있겠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참말로](www.chammalo.com)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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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대상자들과 합의한다는 것, 말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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