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산골 봄 오는 소리, 눈으로 보세요

물소리, 새소리 들리는 시골에서 쓰는 글이 더 맛있습니다

등록 2005.04.14 01:54수정 2005.04.1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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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봄의 힘

봄의 힘 ⓒ 성락

다시 시작된 서울생활이 여간 빠듯한 게 아닙니다. 쫓기듯 일어나 30분만에 아침식사와 머리감기, 옷 다려 입기를 끝내고 주차장으로 향합니다. 사무실까지는 승용차로 약 40분 거리. 그 새 둔해진 서울시내 운전감각에 진땀 흘리며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면 엘리베이터가 코앞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a 겨울을 이겨 낸 엄나무

겨울을 이겨 낸 엄나무 ⓒ 성락

농민단체 일이라는 게 해도 해도 끝이 없습니다. 자질구레한 잡무에서부터 대정부 활동 등 중요 업무까지 일인다역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점심식사는 주로 출입기자들이나 내방객들과 함께 하기 마련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낮임에도 반주로 취기가 오르기도 합니다.

a 비내린 후

비내린 후 ⓒ 성락

어느덧 퇴근시간, 출근길을 고스란히 되돌아 집에 도착합니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서 아이들과 잡담하고 잠시 인터넷을 뒤적이다 보면 어느 새 밤 12시, 아쉬운 하루를 이렇게 마감합니다.

오늘(13일)은 작은아들 제경이가 수련회를 떠나 집안이 썰렁합니다. 그래도 녀석이 쓸데없는 투정도 부리고(대개는 게임 좀 더 하겠다는 것), 제 엄마한테 야단도 맞으며 사람 사는 집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는데 막상 없으니 허전하기까지 합니다.

a 풀린 계곡

풀린 계곡 ⓒ 성락

모처럼 가방 속에 모셔두었던 디지털 카메라를 꺼냅니다. 지난주 비가 그친 틈을 타 시골 농장의 이곳저곳을 찍었는데, 이제야 컴퓨터로 옮깁니다. 며칠 전 풍경이지만 서울에서 보는 시골은 생소한듯하면서도 가슴 가득 진한 감동을 불러 일으킵니다.

시골은 글쓰기에 딱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줍니다. 환한 대낮이든, 적막한 밤이든 컴퓨터 앞에 앉으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두세 시간이면 기사 하나를 만들어내곤 했으니까요. 물론 기사거리가 있는 상황에서겠지만. 여하튼 <오마이뉴스>를 처음 만난 지난 1월 초부터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글을 올렸습니다.


a 작은 연못에 담긴 개인 하늘

작은 연못에 담긴 개인 하늘 ⓒ 성락

글을 쓴다는 것은 사람의 일상생활을 변화시키는 것 같았습니다. 산과 들에 있는 들풀이나 나무, 돌멩이와 살아 움직이는 갖가지 곤충들 모두가 새롭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 모두 훌륭한 기사거리가 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것은 큰 발견이며 평소 무뎠던 나 자신을 가다듬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a 마지막 남은 겨울 상징

마지막 남은 겨울 상징 ⓒ 성락

정말 아주 짧은 두어 달 동안 많은 경험을 했고 글쓰기에 대한 식견도 한층 넓어졌습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얻은 각종 정보들을 통해 세상을 보는 안목도 키웠습니다. 언젠가 기사로도 썼듯 쓸데없는 인터넷 고스톱을 무 자르듯 단절했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안흥 시장터 술집에 무거운 엉덩이를 하고 앉아 있는 시간도 줄였습니다.


a 봄비 맞은 쑥의 깔끔함

봄비 맞은 쑥의 깔끔함 ⓒ 성락

지금, 불과 얼마 전의 그 생활이 무척 그립습니다. 일주일의 절반씩을 쪼개기로 한 서울행이지만 그것을 정확히 지키기 힘들다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했던 일입니다. 처음 서울에서 기사를 두세 건 올려 보았습니다. 겨우 잉걸에 턱걸이 했습니다. 스스로 읽어 보아도 영 ‘아닌’ 부끄러운 기사입니다.

a 산수유나무

산수유나무 ⓒ 성락

그나마도 컴퓨터 앞에 두세 시간이나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내 기사가 없는 <오마이뉴스>, 점점 애정이 식어가는 듯한 아쉬움을 스스로 느끼곤 합니다. 짧은 주말 시골생활도 밀린 일과 쌓인 친구들과의 회포풀기로 채워지기 일쑤입니다.

a 수줍게 피어나는 싸리나무 순

수줍게 피어나는 싸리나무 순 ⓒ 성락

지난 주 카메라에 담은 사진들을 몇 가지 추려 봅니다. 봄비가 충분히 내리고 난 후의 산골풍경들을 담은 것입니다. 아무래도 그 풍경들을 제대로 전달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이곳은 계곡 물소리와 밤 새소리가 간간히 들려오는 시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쉬운 마음입니다.

a "감자 심을 밭이래요."

"감자 심을 밭이래요." ⓒ 성락

이번 주말이 기다려집니다. 깊은 골짜기 구석까지 차지하고 남았을 봄을 만날 것입니다. 그 모습들을 다시 소중히 카메라에 담겠습니다. 될 수 있으면 시골 냄새가 물씬 묻어나도록 그곳에서 글도 쓰렵니다. 오늘 밤, 꿈으로라도 모처럼 시골에 다녀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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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지키며 각종 단체에서 닥치는대로 일하는 지역 머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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