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관리하는 방법을 길러줍니다

외국학교의 급식제도 운영

등록 2005.04.18 00:01수정 2005.04.1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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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자녀들의 학교 급식당번 때문에 고민하는 학부형의 글을 읽었습니다. 그 내용에 의하면 학교 급식 당번을 위해 자주 휴가를 내게 되면서 회사로부터 권고사직 요청을 받은 사례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 글을 읽고 외국의 국제학교에서 시행하는 급식제도가 생각나서 간단히 소개를 하고자 합니다.


국제학교, 도시락 싸지 않아 좋습니다

제가 해외지사 발령을 받게 되어 현지에 부임한 후 저희 집 애들이 국제학교에 다니게 된 걸 제일 좋아했던 사람은 제 아내였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좋아했던 이유는 성적이 오른다거나 하는 것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아내는 매일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로 기뻐하는 것이었습니다.

집에서 먹는 것이야 있는 반찬으로 먹으면 되지만 도시락 준비를 위해 매일 따로 반찬을 준비해야 하는 일이 무척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도시락 반찬으로 김장김치나 장아찌가 주류였고 어쩌다 멸치볶음이라도 준비해 주면 감지덕지했었는데 말입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이삿짐 속에 곱게 포장해 가지고 왔던 호랑이표 보온도시락은 귀국하는 사람들에게 줘 버렸습니다.

국제학교는 대부분 같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만 제가 생활한 곳에서는 학생들이 새벽 6시30분이 되면 등교를 합니다. 이 시간은 주위가 캄캄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의 아이를 둔 학부형들은 매일 새벽 자녀와 함께 일어나 학교버스를 타는 곳까지 함께 가 버스를 태워 줍니다.


먹을 것은 자기가 관리 한다

이렇게 등교한 학생들이 하교하는 시간은 오후 1시에서 2시 정도이니 학생들은 학교에서 간식을 먹거나 식사를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도시락도 준비해 가지 않은 아이들은 뭘 먹을까요?


저희 집 애들은 미국계 국제학교도 다녔고 영국계 국제학교에도 다녔는데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했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학교급식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미국계 학교에서는 쿠폰 제도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학부형들이 자녀들의 급식카드에 일정액의 돈을 충전하여 주면 자녀들은 이 급식카드를 이용해 간식이나 음료수 혹은 음식을 사먹습니다.

학생들이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된 학교 급식 센터
학생들이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된 학교 급식 센터김훈욱

이런 제도는 어린 학생의 경우 관리를 못하여 한번에 먹고 싶은 것을 많이 먹어 버리는 문제가 있지만 고학년의 학생들은 자신의 예산에 맞춰 먹는 것을 관리하고 어떤 경우 그렇게 아낀 돈으로 평소 사고 싶은 것을 사거나 핸드폰 사용료를 내기도 합니다.

이런 제도는 어릴 적부터 예산에 맞춰 자신의 지출을 관리하는 장점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영국계 학교는 음식을 준비해 두면 학생들이 틈틈이 와서 먹을 만큼 먹습니다. 물론 이것은 기본적인 것이고 별도로 준비한 음식과 음료수는 추가로 돈을 내고 사 먹습니다.

학부형들이 식사시간 즈음에 학교로 선생님을 만나러 가게 되면 선생님은 이 곳으로 데리고 가서 함께 음식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학부형들은 돈을 낼 수 없으니 선생님의 대접을 받고 오는 셈이 됩니다.

대부분의 국제학교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이 있지만 이런 후생시설은 전 학년의 학생이 같이 이용합니다. 고등학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의 학생의 경우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초등학생을 위해 별도로 도와주는 일은 없습니다.

과일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미리 잘라 포장을 해 둔다
과일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미리 잘라 포장을 해 둔다김훈욱

그렇지만 이런 일 외의 체력적으로 차이가 나는 야외활동 등의 경우는 철저하게 구분하는데, 같은 학년의 학생이라고 해도 신체적 능력에 맞게 구분하여 실시합니다.

예를 들어 야외활동으로 등산을 간다고 하면 모두 등산을 가는 것이 아니고 신체가 허약한 사람은 등산 대신에 놀이동산으로 갑니다. 그래도 등산을 가고 싶은 사람은 의사의 소견서를 첨부하여 오라고 하는 식입니다.

요즘의 학생들이 더 잘하지 않을까?

제가 초등학생이었을 때도 학교에서 강냉이 죽을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도 반에서 급식 당번을 정하고 당번이 강냉이 죽을 수령하여 오면 담임선생님께서 나눠 주신 기억이 있습니다.

어떤 때는 학교에서 일하시는 소사 아저씨가 날라다 주었지만 급식 후 큰 대야와 국자 등은 우리가 씻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의 학생들은 보고 들은 게 많고 더 조숙해서 오히려 제가 자랄 때 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장애아동들이 있다면 그런 학생들의 담당은 선생님들의 몫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선생님들께서 그런 일이 잡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정상적인 교육과정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희 회사에서도 자기 주변은 직접 청소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사장부터 사원까지 모두 자기 주변은 자기가 청소를 하고 있고 토요일의 경우는 복도는 물론 건물주변 등도 청소를 합니다.

학교 선생님들도 그렇게 하면 교육 효과도 좋을 것 같고 오히려 더 존경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김훈욱 기자는 말레이시아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김훈욱 기자는 말레이시아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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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었으며, 아름다운 자연과 일반 관광으로 찾기 힘든 관광지, 현지의 풍습과 전통문화 등 여행에 관한 정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생활정보와 현지에서의 사업과 인.허가에 관한 상세 정보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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